‘쉐프’에서 초등교사로...요리로 수업하는 이준상 선생님

  • 등록 2021.04.09 16:2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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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김우리 기자]

 

이준상 / 신안 임자초 교사. 미대를 졸업하고 전업작가로 활동하다,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워 프랑스 레스토랑에서도 일한 특별한 행보의 소유자. 서른 즈음 선생님이 되고 싶어 교사로서 제3의 삶을 살고 있다. 특기를 살려 요리와 미술원리를 융합한 혁신적인 미술교육 방법을 개발했다. 여전히 미술작품 활동도 이어가며 개인전을 열고 있는 열정 ‘만렙’ 선생님.

 

 

저는 요리로 수업하는 교사입니다. 그림 잘 그리는 비법을 요리로 가르치고 있지요. 석사과정 논문으로 ‘요리미술’에 대해 썼는데, 이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요리와 미술을 융합한 교수법을 교육현장에 적용 해온 지도 벌써 8년째 되었네요. 

 

요리미술은 저의 특이한 이력에서 비롯된 결정체예요. 교사가 되기 전에 그림을 그리던 전업작가와 요리사라는 직업을 거쳤어요. 여러 길을 걸은 것이 요리미술이라는 새 지평을 연 열쇠였습니다. 요리와 미술이 서로 닮았다는 것을 깨달았죠.

 

사실 어릴 때부터 화가가 꿈이었어요. 목표로 했던 미대에 진학했어요. 서양화와 동양화를 전공했지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현실이 발목을 잡더군요. 대학에 입학했던 1997년, 대한민국에 외환위기가 닥쳤지요. 좋아하는 그림과 현실적인 생계 사이에서 고민이 깊었습니다. 

 

그때 떠오른 게 요리였습니다. 일단 요리학원부터 등록하고 자격증을 땄어요. 배워보니 요리가 재밌더라고요. 재료를 잘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미술이랑 닮았거든요. 운이 좋게도 프랑스 르꼬르동블루 요리학교에서 수강할 기회가 생겼고, 현지 레스토랑에서 보조로 일하는 경험도 하게 되었어요. 프랑스 요리는 특히나 조형적 배치를 중요하게 여겨요. 예술 감각이 도움이 되었죠.

 

 

고단하긴 했어도 행복했어요. 원 없이 그림을 그리면서, 요리로 밥벌이를 할 수 있었으니까요. 어느날 제 경험과 지식을 누군가에게 나누면 더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지요. 아마 어머니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어머니께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셨거든요. 가까이서 지켜 본 엄마의 교사로서의 삶에 저를 대입해 보았는데, 아이들과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이 떠오르더라구요. 서른을 목전에  두고 교대에 편입했죠.

 

다른 선생님들 보다 늦었지만, 허투루 보낸 시간은 아니었어요. 제 이력을 특화해서 아이들에게 풍부한 경험으로 돌려줄 수 있었거든요. ‘요리미술 레시피’처럼요. 요리를 먹음직스럽게 꾸며주는 장식에 미술의 조형 원리가 활용된다는 데 착안해 미술수업에 적용한 것이에요.

 

미술에서 조형의 원리는 반복, 강조, 균형, 리듬, 비례, 대비, 대칭 등을 말해요. 이런 것들을 12가지로 나누어 알록달록 초코 마시멜로 만들기 등 요리를 통해 익히는 거예요. 학생들은 어려운 개념들도 일상에 적용하면 쉽게 이해하더라구요.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미술관에 가서 쉽게 작품 감상평을 쏟아내요. 맛있고 즐겁게 학습한 예술적 경험이 아이들의 감각을 더 풍성하게 키운다고 확신해요. 

 

전남학생미술체험전을 전남초등행복미술연구회 선생님들과 힘을 모아 매년 열고 있어요. 학생들이 즐겁게 예술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행사인데, 5년 전 전국에서 최초로 저희가 열었어요. 코로나로 작년엔 열지 못했는데, 올해는 꼭 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요리미술을 문학, 과학과 같은 과목에도 연계해 볼 계획이에요. 앞으로도 미술작가, 요리사였던 경험을 살려서 아이들의 예술적 감성을 키워주는 멋진 교사가 되고 싶어요. 

 

 

[※이 기사는 전남도교육청 소식지 vol.243 에도 게재됐습니다. https://bit.ly/3d1nTnr]

김우리 kwr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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