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김우리 기자]
네 명의 아이들을 낳고 기르는 동안 내 이름은 줄곧 ‘엄마’였습니다. 아이들과 보내는 일분일초를 알차고 소중하게 지켜나가는 게 가장 큰 목표였어요. 공부도 아이들을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배움을 계기로 저는 180도 달라졌어요. 완전히 다른 세계에 발을 디딘 기분이랄까요? 아이들의 ‘엄마’로서만이 아닌, 새로운 ‘나’의 모습을 찾았어요. 많은 아이들에게 엄마 같은 친구, 선생님이 될 수 있어서 더 벅찬 감동을 느껴요. 매일매일 열정이 솟아난답니다.
시작은 무안교육지원청에서 주관하는 ‘무안모아 학부모 아카데미’였어요. SNS에서 아카데미 수강생 모집 공고를 보고, ‘책놀이 독서코칭’ 수업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동안 자녀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더 전문적으로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무안모아에서 열심히 수업을 듣고, 지도사 자격증까지 따게 되었어요. 무안모아는 학부모들이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습득하면, 배움을 지역에 나누는 구조예요. 10년 이상 교육 서비스의 수용자로 살았는데 지금은 학교를 찾아다니며 선생님을 하고 있네요.
학부모 재능기부단, ‘무안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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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공급자로 참여한 경험은 참 특별해요.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 내 역할이 있다는 데 큰 희열을 느껴요. 내 아이와 내 아이의 학교에 머물렀던 시선이 지역 전체 교육 시스템을 들여다보게 된 계기였어요. 아이들 또래 문화에 대한 이해도 넓어졌고요.
올해는 ‘낭독’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어요. 무안모아 회원 13명이 무안의 27개 학급을 돌면서 ‘함께 읽기 낭독회’를 진행하고 있어요. 무안공공도서관에서 사전 교육 등을 해주세요.
저는 무안청계남초 3·4학년 반을 맡고 있어요. 주로 학생들과 생태 관련 책을 소리 내어 읽어요. 어떤 아이는 낭독에 심취해 몇 단락을 읽기도 하고, 또 어떤 아이는 혼자만 들릴 정도로 정말 작은 소리로 읽기도 해요. 협동 작업이니까 어느 정도 맞출 필요는 있지만, 최대한 각자 다른 스타일을 존중하려고 합니다.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소통하고 유대감을 만드는 거예요. 네 명의 아이를 육아해 본 노하우가 아이들과 소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답니다.(하하)
동아리 ‘그림책 마실’은 책을 매개로 무안 곳곳 모든 학교를 만나는 게 목표예요. 무안모아 회원 15명이 함께 공부하고 있어요. 한 달에 두 번씩 모여 책 하나를 두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질문을 던질까’ ‘어떤 대답을 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며 머리를 싸맨답니다. 고등학교나 독서토론 분야는 현실적으로 재능기부단이 대비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어요. 추후 역량강화 교육이 이뤄지면 좋을 것 같아요.
저처럼 전업주부로 살다가 무안모아를 만나서 열정을 찾은 학부모들이 있어요. 그런 학부모들과 함께 교육협동조합의 형태로 지속가능한 교육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앞으로도 엄마들의 새로운 도전을 지켜봐주세요.
[※이 기사는 전남도교육청 소식지 vol.245 에도 게재됐습니다. https://bit.ly/33vAb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