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경기도 내 모든 장례식장을 조사한 결과, 다수가 분향실로 올라가는 턱이 10cm 내외로 높지 않아 주변 사람들이 도와주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법적 허용 길이는 2cm인데요? 장애인은 혼자서 조문 갈 수 없나요?”
“수원의 큰 장례식장에 갔는데 주 출입구는 휠체어 진입이 불가능했고, 진입 가능했던 입구는 폐쇄돼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주변의 도움을 받아 이동해야 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음식 이동 전용 1대 뿐이었습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 A씨와 B씨의 하소연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접하게 된다. 장애인의 슬픔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지만 모두가 한 마음으로 슬퍼하고 추모하는 자리에서도 장애인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느라 마음 편히 추모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충분치 않은 곳이 너무나 많은데 장례식장도 마찬가지다.
물론 장례식장 내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만 사각지대가 있어 장애인의 접근성을 침해하고 있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편의증진법’) 시행령에 의해 용도가 장례식장 그 자체인 곳도, 의료시설에 부속으로 들어간 장례식장도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주 출입구 접근로, 복도, 출입구(문) 등 대부분의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도 장례식장 위생관리 기준 및 시설·설비·안전기준에 관한 세부 기준(이하 ‘장례식장 세부기준’) 내 문상객을 위한 편의 등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법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그래서 실질적으로는 편의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분향소 및 식당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편의증진법상 ‘출입구(문)’이 아니라 ‘내부’로 인식된다. 출입구(문) 기준 전후 1.2미터(휠체어가 통과 가능한 최소한의 출입문 간격) 내에서만 단차가 없어야 하며, 그 이상으로는 단차가 생겨도 강제 규정이 없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및 장례식장 세부기준에는 장애인 편의용품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매점 등 편의시설, 문상객을 위한 환기시설, 청소 및 소독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만 장애인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장사 업무 안내 지침 상에는 입식 식탁, 이동식 경사로를 구비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권장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그래서 장애인 편의시설이 미비한 장례식장을 아주 많이 볼 수 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 발표한 장사시설 현황에 따르면, 전국 1131개 장례식장 중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장례식장은 540개(47.7%)다. 병원 부속시설이면서 편의시설 미설치 장례식장은 332개(29.3%)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경기도는 도내 운영 중인 장례식장 149개 중 82개(55%)가 장애인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례식장에서도 장애인들의 편의가 보장돼야 한다는 당연한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장애인총연맹 관계자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장애인도 충분히 편하게 추모할 수 있도록 장례식장의 장애인 편의가 보장되어야 한다"며 "장례식장 크기 등 범위를 살펴봤을 때 개보수시 비용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편의용품을 구비하도록 하는 게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 관계자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20조의 2와 관련해서 장례식장의 위생관리 기준 및 시설·설비·안전기준에 관한 세부기준 내 접이식 식탁, 이동식 경사로 등 장애인 편의용품 구비 조항을 기입하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