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대선 정국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운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시간을 내서 음주운전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다양한 대화들이 오갔고 이 대표는 피해자들로부터 여러 요구사항들을 전달받았다. 이 대표는 3년 전 윤창호법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적극 나섰던 하태경 의원에게 음주운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열심히 법안 연구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15일 14시반 국회 본청에 있는 국민의힘 당대표실에서 음주운전 피해자 가족 및 친구들과 만나 “음주운전에 대해 물론 어떤 법이든 정상참작은 할 수 있겠지만 이런 법조항이라는 것이 문구의 모호함이나 이런 걸 통해서 당연히 규제되고 처벌받아야 될 일들이 처벌받지 않고 있는 것은 입법에 있어서 미비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윤창호법 이후) 3년간의 적용 이후에 이런 또 잘못된 부분들을 발견했다면 당연히 입법부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이런 문제를 개정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저희 의견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는 하 의원과 함께 △故 윤창호씨의 친구 이영광씨 △대만 유학생 故 쩡이린씨의 친구 박선규씨와 최진씨 △휠체어와 간병인에 의지하지 않으면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큰 부상을 입은 오토바이 음주운전 피해자 안선희씨의 여동생 안승희씨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엔엘) 등이 참석했다.
이 대표가 힘을 보태겠다고 한 윤창호법 보완 입법에 대해서는 이전 기사에서 충분히 설명했는데 다시 한 번 설명하기 위해 하 의원의 메시지를 소개한다. 하 의원과 음주운전 피해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윤창호법 보완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 대표를 만나러 왔다.
하 의원은 이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오늘 발의한 법안은 쉽게 풀이해서 규정하면 술고래 솜방망이 처벌 방지법이다. 왜 그러냐면 오늘 법안의 배경이 된 안선희씨 사건인데 (가해자가) 윤창호법을 피해갔다. 면허 취소 수준의 (혈중알콜농도) 0.083%인데 왜 피해갔냐?”라며 “윤창호법 처벌 조건에 보면 음주를 하고 플러스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여야 한다는 게 조건으로 붙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술이 센 사람은 술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비틀거리지 않는다든지 눈도 전혀 충혈되지 않았다든지 말도 잘 한다든지 그럴 경우에 사법당국에서는 윤창호법으로 기소하는 데 망설인다”며 “그래서 안선희씨 같은 경우 사고를 당해서 사실상 뇌도 다쳤고 심각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게 된 상황이 됐다. 그래서 윤창호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해서 오늘 술고래 솜방망이 처벌 방지법을 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와의 간담회 소식을 보도한 기사들은, 대부분 이재명 후보(더불어민주당)의 음주운전 관련 실언에 대한 이 대표의 비판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마저도 얼마 안 나갔다. 관련 기자회견 및 간담회를 보도한 총 기사 갯수는 17일 16시반 네이버 기준 17개인데 △포토뉴스 9개 △법안 내용을 소개한 글기사 3개 △이재명 거론된 기사 5개 등이다.
이 대표의 이재명 비판 메시지부터 살펴보자.
이 대표는 “마음이 아픈 분들께 또 한 번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상대당 대선 후보의 발언 같은 경우에도 상당히 부적절했던 것이 사실이다. 초보운전과 음주운전은 절대 같은 궤에 올려놓아서도 안 되는 것”이라며 “음주운전을 통해 상해를 입은 많은 분들, 그 가족들에게 더 큰 2차 가해를 남긴 발언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이 대표는 “정파적 공격 이전에 굉장히 많은 분들에게 상처를 남겨준 발언이기 때문에 꼭 규탄해야 한다”고 환기했다.
단순히 정치적 공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음주운전 피해자들을 만난 자리이기 때문에 충분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런 생각을 한다. 앞으로 저희가 장애인이나 지역 비하 발언 같은 것들도 정치인들이 항상 유념해야 하는 것처럼 이렇게 정말 본인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매우 큰 피해를 입은 분들에 대해서도 감수성을 가지고 정치인들이 움직였으면 좋겠다”며 “그것이 실언이라고 했을 때는 정말 백번 속죄하는 마음으로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이번에 그 발언을 했던 이재명 후보 같은 경우에는 오해였다로 일관하고 있다. 그 발언 안에 오해가 어디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본인도 음주운전 이력이 있기 때문에 음주운전을 가벼이 여기고 본인의 과오는 정말 별 것 아니란 듯이 이야기하는 자세 자체가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이 대표는 이재명 비평 말미에 “하태경 의원께서는 이 개정 법안의 대표발의자로서 차질없이 이 법안이 앞으로 음주운전에 있어서 사각지대들을 채워서 음주운전이 엄격하게 규제되고 처벌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좀 힘을 보태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나아가 영광씨가 이 대표에게 이번 윤창호법 개정안이 법사위(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은 만큼 당론으로 힘을 실어줄 수 있냐고 묻자, 이 대표는 “김기현 원내대표와 이 부분은 당연히 상의를 할테고 음주운전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라고 한다면 이것 외에도 더한 것들을 하태경 의원께서 연구를 해서 발의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이어 “저희가 대선 공약들 공모했던 것들을 보면 음주운전으로 훈방 조치받았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전부 다 타국의 사례처럼 차량시동잠금장치와 연계해서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라는 매우 강력한 규제 요구가 있다”며 “우리당이 그런 것에 부합해야 하는 것이고 지금 이 법이 보완하고자 하는 그런 어떤 음주자이면서도 운전 능력이 떨어지는지에 대한 그런 자의적인 판단 때문에 처벌받지 않는 사례는 철저하게 없어져야 된다. 당대표로서의 의견을 김기현 원내대표께 전달하고 정책을 담당하는 원내 지도부에서도 이 일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내가 요청하겠다”고 약속했다.
승희씨도 “이번 개정안이 법사위를 꼭 통과했으면 좋겠다”고 짧게 말했다.
그만큼 법사위가 중요하다. 음주운전 피해자들은 소통관에서 본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하 의원과 의원실 관계자에게 “법사위 압박”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거론했다. 우선 법사위 1소위에 산적한 현안들이 있을텐데 논의 테이블에 오르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법안심사소위원회)는 법안 심사의 시작점이자 1차 관문으로서 관행적으로 만장일치 의결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이것만 넘으면 그 다음에 법사위 전체회의로 갈 수 있고 변수만 없다면 본회의까지 직행열차를 탈 수 있다.
사실 음주운전 피해자들과 평범한미디어는 이 대표를 만나면 전달할 요구사항 리스트를 사전에 정리해놓았다. 그것들은 아래와 같다.
②대만에서 시행하고 있는 상습 음주운전자에 대한 ‘형광색 차량 번호판’
④대리운전 서약서[자동차를 갖고 음식점을 찾은 사람이 술 마시게 되면 대리운전 서약서 받기]
⑥음주운전 전력을 가진 인물에 대한 정당 ‘공천’ 엄격하게
영광씨는 ②에 대해 “이게 논란이 많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러면 일반 시민들은 누가 보호해주는지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가능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영광씨는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구체적으로 타겟팅을 해서 시동잠금장치나 이런 것들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더 많이 만들어내야 하지 않나 싶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③과 관련 살인죄(5년 이상의 징역에서 무기 또는 사형)와 윤창호법 위험운전 치사(3년 이상의 징역에서 무기)의 법정형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왜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설정한 양형 기준으로만 가면 너무 현격한 차이가 나게 되는지 그 대목에 대한 의문을 표했다. 살인죄에 대한 양형위의 권고 범위는 징역 10년~16년인데 반해 윤창호법은 사실상 최대 징역 8년에 불과하다.
판사들은 양형위의 권고 범위를 넘겨서 선고할 수 있다. 법정형 안에서만 선고하면 된다. 권고는 권고에 불과하다. 그러나 판사들의 권고 이행률은 90%에 육박하고 있고 음주운전 관련 범죄에 대해서는 단 1건도 양형 권고를 넘어서서 선고된 적이 없다. 그래서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죽게 만들었음에도 처벌 수위가 징역 8년을 넘지 못 하고 있다. 여전히 대한민국 법조계에서는 외국의 엄중한 인식과 달리 음주운전을 과실로만 보고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음주운전으로 사람 2명을 죽게 만든 범죄자에 대해 어떻게 선고했는지 이 기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정 변호사는 “삼권분립이 되기 때문에 국회에서 사법부에 대한 통제를 못 하게 된다는 것은 당연하고 그게 맞다”면서도 “(국회가 사법부를 대상으로) 청문회나 국정감사 등을 통해 살인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윤창호법 사망건에 대해 양형(기준)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이런 부분에 대해 국민들이 여기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으니 물어서 어떤 이 부분에 대해서 (입법부의 권한으로) 견제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10분간의 공개 간담회가 마무리되고 비공개로 전환됐다. 비공개로 나눈 대화들 중에서 공개되지 못 할 대목은 없었다.
우선 이 대표는 코로나 시국이 길어지면서 플랫폼 노동자들이 배달 라이더 쪽으로 몰려가게 되어 대리운전 시장에 공급이 많이 줄었고 그로 인해 ‘대리를 못 잡아서’ 음주운전을 하게 되는 사례가 더 많아졌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러나 평범한미디어는 16일 실제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고 있는 50대 남성 A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코로나 시국이기 때문에 코로나가 아닐 때에 비해 모여서 술 마시는 횟수 자체가 줄어서 대리운전 수요도 줄었고 그래서 유사한 배달 라이더나 택시쪽으로 공급이 옮겨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이 줄어서가 아니라 수요가 줄어서 공급도 같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씨는 그나마 11월부터 위드코로나에 따른 대리운전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음주 단속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이 대표는 “단속 밖에 답이 없다. 단속하고 계도해야 하는데 그 캠페인을 제대로 해서 어떻게든 (음주운전을 하면) 잡힌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며 “가장 잘 하려면 좀 포상금 제도를 하면 되긴 하는데 그것까지 필요한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관련해서 이 대표는 경찰의 단속 정보를 사전에 자기들끼리 공유해서 무력화시키는 행태에 대해서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단속 정보 공유 어플 같은 거 그거 완전히 불법화시켜야 될 것 같다”며 “경찰의 단속 정보를 공공에 공유하는 것을 처벌될 수 있게 하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게 음성화된 것도 아니고 양성화되어 있더라. 그거는 충분히 입법할 수 있는 게 공개된 공간에 단속 정보를 공표하는 것 자체를 범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과거 직접 택시면허를 취득해서 택시기사로 일해본 경험이 있는데 “택시기사는 맨날 운전을 하고 있으니까 앱에다 누르면 (단속 위치 등) 정보가 등록되는데 옛날 초기에는 등록할 때마다 돈주고 해줬다는 것”이라며 “택시기사들이 밤새 돌아다니니까 한 번쯤 5000원씩 준다고 하니까 하는 건데 그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음주운전 피해자들이 양산됐겠는가. 그거 한 번 찾아서 그 앱을 불법화해야 한다. 앱 형태가 아니라 단톡방도 있다. 단톡방도 정리해서 뿌리는 게 있다”고 풀어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서범수 당대표 비서실장(초선)은 경기북부경찰청장까지 지낸 경찰 고위직 출신인 만큼 “내가 한 번 (단속 정보 공유앱 범죄화 법을) 발의를 해보겠다”며 “내가 경찰서 교통쪽 맡아봐서 안다. 실시간 어디 장소에서 단속한다는 걸 공유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선 서장 할 때 제일 세게 한 것은 아침에 음주 단속하면 저녁에 대리로 갈 수 있으나 아침에 못 하니까 술이 덜 깨서 엄청 걸린다”며 “아침에 (시민들이 안전하게) 출근하는 데에 불편이 있어서 서장 할 때 한 달 정도 해봤는데 하루에 20~30건 단속된다. 아침에 대리운전 안 되면 술 먹는 걸 더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