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항상 그랬듯이 이번에도 양강 구도다. 아이스크림 맛도 31가지라는데 내 삶을 대리할 정치 세력을 선택할 때는 양자택일이 강요된다. 폭력적인 양당 체제에 문제의식이 강한 신지예 대표(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와 대선전환추진위원회가 19일 오전 10시 국회 앞에서 발족식 및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현장에는 안티페미니즘을 표방하고 있는 '신남성연대' 배인규 대표가 찾아와 신 대표를 괴롭혔다. 신 대표는 앞서 네트워크 차원에서 논평을 내고 배 대표가 연예인 전효성씨를 공격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을 한 바 있다. 배 대표는 이에 항의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것이다.
다시 기자회견으로 돌아가면 추진위는 대다수 평범한 시민들을 구성원으로 두고 있다. 유력 인사들만 모이는 것보다 평범한 시민들이 대한민국 헌법상 주권자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취업준비생 김세울씨의 발언이 있었다.
세울씨는 취준생의 입장에서 “대학에만 오면 모든 게 잘 될 줄 알았는데 졸업하고 나니 대학에 오기 전보다 앞이 더 깜깜하다. 자소서를 100장 넘게 쓰고 매일 구인구직 사이트를 뒤지고 면접을 보며 온갖 질문들을 받으니 내가 한국 사회에서 할머니가 될 때까지 잘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매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 땅에 살고 있는 많은 여성, 청년, 노동자, 장애인, 성소수자, 동물, 환경까지 자신의 온전한 선택을 보장받지 못 하는 존재들이 너무 많다. 이 모든 게 한국 정치의 거대 양당의 패악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세울씨는 “양당의 권력 나눠먹기가 우리와 같은 사람들의 삶을 팍팍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그들은 겉으로는 서로 잡아먹을 듯 하지만 물밑으로는 호형호제하며 지낸다. 그리고 서로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이상한 존재들“이라며 “국민의힘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조차도 감세와 안티페미니즘에 앞장서며 기득권층의 편에 서지 못 해 안달이 나 있다. 더 이상 이런 최악과 차악의 정치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세울씨는 “이번 대선에서도 이 구도와 흐름을 끊지 못 한다면 우리나라 여성, 청년, 노동의 처지는 지금보다 더 나락으로 떨어진다. 두 대선 주자 후보도, 그들 뒤에 있는 거대 양당도, 그 누구도 절대 우리를 대변할 수 없다”며 “우리는 진정으로 우리를 대변할 수 있는 후보와 정당과 정치가 필요하다. 이번 대선의 판도를 바꾸려면 거대 양당이 아닌 제3지대의 출현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심상정, 안철수, 김동연 등의 후보자들이 힘을 합쳐 양당에 흡수되지 않고 끝까지 국민들 편에 서서 함께 가겠다는 약속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환기했다.
그러나 세울씨는 △이들이 각자도생하며 뭉치지 않고 거대 양당의 간을 본다거나 △양당에 흡수된 후 몇 가지 정책을 가지고 그들과 딜을 하는 방식으로 양당 체체에 기생하는 정치적 행보를 또 보인다면 “절대 우리의 삶과 대선의 판도를 바꿀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론적으로 세울씨는 “3지대가 진정한 3지대로 남아 대선의 새판을 짜기 위해서는 절대 다시는 흡수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 다음 계약직 노동자로 근무하고 있는 김주영씨의 발언이 대독됐다. 주영씨는 피치 못 할 사정으로 불참했고 자리에 있던 이수연씨가 대독을 했다.
이에 따르면 주영씨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양극화는 청년들을 덮쳤다. 채용 전환도 해주지 않는 인턴 하나 구하려고 몇 년을 취업 재수를 하고 나니 계약직에게는 실직과 산업재해와 빈곤만이 남았다”며 “도처에서 청년들이 죽어나가는데 거대 양당의 후보들은 최소한의 안전망이 되어줄 법을 걸레짝으로 만들고 있다. 그들은 입시 비리를 해결하고 푼돈 수준의 청년 기본소득을 줄 테니, 자기들 기준으로 공정한 세상에서 청년들은 알아서 견뎌 보라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주영씨는 “청년들은 바보가 아니다. 당신들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상상력과 힘이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도 기득권 거대 양당에게 표를 준다면 청년들의 삶은 한층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주영씨는 “우리 청년들은 이번 대선에서 기득권 거대 양당 당신들에게 투표하지 않겠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청년이 안전하고 존엄하게 노동하고 생활할 수 없도록 정치한 탓에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우리는 국민의 대안이 될 강력한 제3지대 대통령 후보를 배출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 다음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주희씨가 발언을 이어 나갔는데 주희씨도 주영씨와 마찬가지로 개인 사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 했고 이예린씨가 발언문을 대독했다.
주희씨는 “청년이 살기 힘든 나라다. 코로나와 더불어 정부와 지자체는 제대로 된 일자리 마련에 있어 실효성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청년 체감 경제고통지수가 2015년 집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면서 “코로나로 인한 실업과 취업 위기에 현금 퍼주기식이나 선심성 정책을 지자체는 앞다투어 제시했으나 현실적인 방안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은 매우 심각하다. 지방에는 청년이 없다. 머물고 싶어도 일자리, 내가 주거할 수 있는 환경을 찾기가 버겁다. 최근 10년간 전국 20대 취업자 수가 0.05% 감소하는데 지방에서는 지역의 20대 취업자 수가 20% 넘게 줄었다. 청년의 경제고통지수는 앞으로도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관했다.
그러면서 “살기가 너무 힘들다. 그러나 내년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뉴스를 보면 현실적인 대안 정책은커녕 기회의 불평등과 불공정, 비리를 매일 마주하는 심경이 참담하기 그지 없다”고 호소했다.
추진위는 서로 욕만 하는 양당 체제의 권력 투쟁에 사망 선고를 내려야 한다고 설파했다.
추진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기득권 양당은 자정은커녕 쥐고 있는 권력을 내려놓지 않으려 눈에 불을 켜고 서로가 더한 놈이라 손가락질만 하고 있다“며 “양당이 민생은 뒤로 한 채 정권 다툼만 하는 추한 꼴을 더는 눈뜨고 볼 수 없다. 적폐를 청산한다고 하더니 청산되어야 할 적폐는 다름 아닌 그들이었다. 어느 사람도 찍을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각계각층의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은 심각하다.
그러나 “34년째 번갈아가며 고착화된 양당 정치체제는 결국 부패로 끝맺게 된다”는 것이 추진위의 포인트다.
추진위는 “”양당이 서로를 헐뜯으며 공격하지만 결국 공생하는 악순환에서 쇄신은 없다. 양자택일의 한계로 국민의 뜻이 투표로 대변되지 못 한다면 이름만 민주주의인 독재가 판을 치게 될 뿐“이라며 “파국에 환멸이 나더라도 국민이 울며 겨자먹기로 사표를 행사해야 한다면 그것은 유권자의 의지가 아니다. 이 시대의 민주주의는 새로운 물결을 맞이해야 한다. 기득권 양당의 틀을 깨고 대한민국의 정치판을 뒤집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당장 뭘 해야 할까? 추진위는 심상정 후보(정의당), 안철수 대표(국민의당), 김동연 후보(새로운물결) 등 거대 양당 어느 곳에도 속해 있지 않은 3지대 후보들이 당장 만나야 한다고 압박했다.
추진위는 “우리는 더불어민주당에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특검에 응하라. 우리는 국민의힘에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특검에 응하라. 우리는 기득권 양당에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구호를 외쳤다.
나아가 “다당제와 연합정치를 추구해 온 제3의 대선 주자들에게 국민의 부름에 응답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