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무조건 짧게 써야? “스크롤 압박 있지만 끝까지 다 읽는 경우 있어”

  • 등록 2021.12.12 00: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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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보통 언론 교육에서는 기사를 짧게 쓰라는 조언이 통용된다. 기사 분량에 대한 고민이 깊다. 기사 작성 외에 일반적인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공진성 교수(조선대 정치외교학과)는 “어떤 경우에는 되게 스크롤 압박이 있지만 끝까지 다 읽게 되고, 스크롤 압박이 하나도 없는데 들어갔다가 바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그 차이가 뭘까”라고 화두를 던졌다.

 

 

10일 저녁 광주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토즈 광주충장로점’에서 <평범한미디어 광주권 송년 모임>이 열렸다. 이날 공 교수는 미니 특강 연사로 초대됐다.

 

평범한미디어 박세연 편집국장은 공 교수에게 “종이신문은 활자 제한이 있는데 인터넷 신문은 활자 제한이 없어서 너무 길어진다. 그래서 축약을 할 필요가 없어서 글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저희가 기사를 쓸 때 그런 제한이 있는 게 나은지”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공 교수는 “고정된 형식이 내용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며 입을 뗐다.

 

이어 “어렸을 때 글쓰기를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는 아예 내용과 형식을 모르니까 일부러 다섯 단락으로 쓰게 했다. 서론, 본론, 결론을 셋으로 나눠서 써봐라. 다섯 문장으로 쓴 다음에 전체로 확장하는 걸 가르치기도 하는데 그런 수준은 아닐 거라고 믿고”라며 “여러분들이 스스로 잘 생각해보면 답이 있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기사 분량이 중요한 게 아니라 △리듬감 △내용 이 2가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공 교수는 “글의 리듬이 있어야 한다. 일정한 리듬감을 갖고 전개되면 길어도 읽을만하다. 근데 리듬감없이 아~~~~ 계속 길어지면 숨막혀서 못 읽는다”며 “잘 쓴 글들 보면 굉장히 리듬감이 있고 조였다 놨다 조였다 놨다 가니깐 엄청나게 길어도 다 본다”고 묘사했다.

 

그 다음은 내용인데 공 교수는 “컨텐츠가 정말 새로울 게 하나도 없으면 들어갔다 바로 나온다”며 “독자 개개인의 성향차가 있을 순 있다. 예를 들면 내가 요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일어나는 충돌들 이런 것에 관심이 있는데 때마침 뉴스레터로 그런 게 왔다. 그러면 읽게 되는데 또 잘 쓴 글이면 집중해서 읽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대로 연합뉴스에서 짧은 외신 보도여도 내용이 하나도 없으면 그냥 바로 나온다. 사실 내용이 있을지 없을지는 보면 안다”고 덧붙였다.

 

관건은 “아무 데서나 쉽게 볼 수 없는 해석과 팩트 그리고 리듬감있는 문장”이 핵심이다. 공 교수는 “그러면 사실 양은 의미가 없다”고 재차 피력했다.

 

공 교수는 ‘타임 스페이스’ 개념을 거론했고 독자가 어떻게 체감하느냐 이 대목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언제나 타임 스페이스라는 개념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 과거에는 시간 따로 공간 따로라고 생각했다. 세상을 가속화 할 방법이 없었다. 왜냐면 사람들이 뛰거나 말이 제일 빨랐다. 여전히 마력이란 표현을 쓴다. 말이 달리는 힘이 제일 빨랐는데 언제부턴가 그걸 능가하는 속도가 생겨난다. 여러분들은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광주에서 서울까지 고속버스를 타고 갈 때면 서울은 3시간 반이면 가는 곳이었다. 즉 지리적인 거리를 우리는 항상 시간 개념으로 느낀다. 그런데 지금 KTX나 SRT를 타면 2시간이면 간다. 그러면 우리는 그 공간을 그렇게 인식한다. 타임 스페이스는 항상 한묶음이 돼 버렸다.

 

타임 스페이스는 글쓰기와 말하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글도 똑같은데 양이 그 자체로 양이 아니라 리듬감이 있으면 굉장히 빨리 읽히고 리듬감도 없고 뭔가 읽을거리도 없고 뻑뻑하면 되게 공간만 차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걸 잘 생각해봐야 한다. 리듬, 정치학 개념에서 다 응용을 하는 것인데 여러분들 글을 쓸 때 목표를, 기사쓰기와는 다른 문제인데 나도 나름 노력을 하려고 한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말을 할 때 리듬감있게 하려고 한다. 작은 목소리로 했다가 큰 목소리로 했다가 아니면 두두두두~ 했다가 좀 쉬었다가 이런 것처럼 이 안에 나에게 주어져 있는 시간을 쥐락펴락 하고 싶은 욕구는 있다.

 

글쓰기를 할 때도 리듬감있게 써보려고 노력을 해봐야 한다.

 

공 교수는 “글도 마찬가지로 스스로 통제하려는 자뻑? 그런 걸 약간 갖고 쓰면 보통 학교에서 과제로 뭘 쓸 때면 억지로 억지로 쓰니까 그런 걸 발휘해야지 하는 생각을 전혀 못 한다”며 “그러나 내가 작가다. 내가 장강명이다, 김영하다, 한강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쓰면 내가 글의 호흡과 속도감을 조절하면서 쓰게 된다. 그걸 의식하고 쓰는 연습을 할 때와 그런 의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쓰는 경우는 진보하는 속도가 다르다”고 설파했다.

 

이어 “프리랜서 기자로 결합해서 하고 있겠지만 아이고 내가 원고료 벌자고 이걸 쓴다. 편집국장이 갈구니까 어쩔 수 없이 쓴다. 이렇게 하면 느는 게 없다”면서 “내가 하나 하나 할 때 이번에는 요 정도를 컨트롤 해봤는데 다음에는 좀 더 잘 해야지 이러면 매번 조금씩 늘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새로운 관점’을 갖기 위해서는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 공 교수는 ‘중심 지향성’이 아닌 모두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살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 교수는 “타고나기를 내추럴리 다른 관점이 있을 수 있다. 외국인은 노력하지 않아도 갖고 있는 낯선 관점이 있다. 예를 들면 박노자 같은 사람은 북유럽과 러시아에서는 흔한 사람이다. 그러나 한국에 오면 되게 특이한 사람”이라며 “우리도 그대로 어느 다른 나라에 가면 되게 그 자체로 낯선 시각이다. 그래서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광주 사람이라면 그 시각이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주문했다.

 

 

공 교수는 수업에서 학생들의 리포트를 받아보거나, 조대신문 지도 교수를 맡았을 당시 학보사 기자들의 기사를 봤을 때 “거짓말 글쓰기를 하고 가짜 글쓰기를 한다”고 지적했다.

 

왜냐면 “교수한테 인정받고 싶기 때문”이다.

 

공 교수는 “그게 아니라 솔직하게 자기 언어를 쓰면 꼬일 일이 없는데 자꾸 어른 말을 쓰려고 하면 문장이 꼬이고 이상한 말을 쓰게 된다. 잘 모르는 이해하지 못 하는 표현들을 쓰는 것”이라며 “항상 얘기를 하지만 학생이 갖고 있는 퍼스펙티브 그것은 내가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이고 그리고 우리가 지방에 살고 있는 지역 사람으로서의 퍼스펙티브는 서울에 있는 사람들이 죽어도 못 가진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공 교수는 “우리가 우리의 자연스러운 시각을 잃어버리지만 않는다면. 그게 핵심”이라고 부각했다.

 

공 교수는 SBS <정글의 법칙> 병만족이 만나는 오지인이 “자본주의화 돼서 바로 돈 계산하고 원하는대로 옷 입어주는 것”처럼 “사실 우리가 이미 그렇게 변해버린 것이다. 학생들이 기성세대와 시각이 다를 바가 없거나, 서울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거나, 1세계 사람들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그러면 이제 대안적인 시각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물론 공 교수는 “우리 모두는 의식적으로 중앙을 모방하는 것 때문에 원래 가지고 있는 자기 시각을 숨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하게 내가 느끼는 걸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러분들도 정직한 글쓰기를 하되 그 말이 못 배운 티를 팍팍 내라는 뜻은 아니다. 아무튼 20대라면 그 세대의 생각을 솔직하게 반영하는 것이 전혀 부끄러운 게 아니다. 괜히 40~50대 기득권층의 시각을 모방해야만 내가 멋진 글쓰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특히나 여기에서의 삶이 녹아있는 시각이 결코 시골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독창성 있는 관점을 가지기 위해 전혀 관련없는 분야라도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공 교수는 “남들이 안 읽는 책들이나 신문을 읽으시라. 오늘날은 모두가 뻔히 아는 것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사실 새로운 해석이 나오기 쉽지 않다”며 “어떤 해당 분야와 무관한 책에서 의외의 시각들이 나오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유튜브에서 우연히 봤지만 뇌 과학자 정재승 이런 사람들이 노동에 대해서 얘기하고 기본소득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은 그냥 경제학자들이 얘기하는 것과 다른 시각이다. 색깔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들이 다른 데에 취미가 있고 관심이 있어서 굉장히 독특한 시각을 다른 분야에서 내놓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 교수는 책 또는 작가를 추천해달라는 질문에 대해 “서울대 김영민 교수가 유명한 셀럽 글쓰기 장인이다. 요즘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제일 글을 잘 쓰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글 재주는 그 위트와 통찰은 존경할만하다. 최근에 정치적 동물의 길이란 책을 썼는데 한 번 읽어보시면 글쓰기에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며 “같은 사안을 이렇게 볼 수 있구나. 그런 깨달음을 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공 교수는 모임에 참석한 화재팀 김수용 기자가 매일 신문 사설들을 꼼꼼히 챙겨 읽는다는 사실을 듣고 “옛날에는 글쓰기를 배울 때 거의 필수였다”면서도 요즘에는 “사설들이 너무 지극히 당파적인 궤변을 늘어놓는 코너로 많이 변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조중동은 진짜 심하고 동아일보의 김순덕씨 이런 분들 보면 정말 궤변을 늘어놓는다. 그래서 글쓰기의 모범으로 삼는 것에 적절한지 잘 모르겠다. 모범이 없는 세상”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공 교수는 “아무튼 본인이 잡고 싶은 모델을 한 명 정해놓고 혼자서 전적으로 사숙하는 것이 좋은 습관”이라며 “나도 공부하던 어린 시절 글쓰는 걸 좋아하게 된 이유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글을 잘 쓰니까 내가 계속 그 사람들 책을 읽게 됐다. 그래서 글 잘 쓰기로 유명한 권석천 기자천관율 기자 같은 저널리스트 있지 않나. 자신의 롤모델로 삼아서 사숙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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