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뻔하지 않은 정치①] 돈 없는 청년들은 선거 나오지마?

  • 등록 2021.12.28 17: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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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면 집을 샀을 것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2030세대의 나이로 정치권에 진출해 있지만 이는 일종의 착각과도 같다. 한국 정치는 여전히 청년에게 가혹하다. 고비용이 문제다. 돈 말고도 전반적으로 진입장벽이 높다. 그렇지만 청년 정치에 도전하게 된다. 정치인이 되기로 한 계기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월요일(20일) 19시 광주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광주청년센터에서 <청년 정치인의 뻔하지 않은 정치> 포럼이 개최됐다.

 

 

패널로 참석한 문정은 정책위원장(정의당 광주시당)은 “아무래도 사회에 눈을 뜨게 되었던 때를 떠올리게 된다”며 “IMF 시절 아버지가 실직했다. 이를 계기로 정치나 사회의 부재를 경험했고 빨리 전문직 직종을 얻어서 우리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는 각성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내가 살아가면서 바꾸고 싶은 세상을 생각했다. 좀 더 나은 세상이 가능할 거 같은데? 그런 희망을 갖고 고민을 하다 보니까 정치라는 것에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었다”라고 했다.

 

문 위원장은 1986년생으로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광주에서 자랐다. 문 위원장은 2012년 정의당의 전신 진보정의당 창당발기인이었고 2013년 정의당 2기 대표단(천호선 전 대표)의 지도부(부대표)였다. 한국 정치판에서 나름 일찍부터 시작했다.

 

문 위원장은 "이왕이면 가장 적극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교과서도 없고 참고서도 없는 정치 현장에 뛰어들게 되었고 지금까지는 후회없이 하고 있다"며 "자세한 이야기는 언젠가 발간될 자서전에서 읽어보길 바란다"고 농담을 건넸다.

 

 

또 다른 패널로 참석한 최영환 광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옆에 있는 문정은 위원장과는 다른 케이스다. 나는 30대 중반 선거에 나오게 되었는데 여기 계신 분들도 그렇고 요새 청년들이 주식을 많이 한다고 알고 있다"면서 입을 뗐다. 

 

최 의원은 "주식이 삶과 뗄레야 뗄수 없다고 많이들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주식보다 정치가 삶과 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제가 정치를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내 삶에 변화를 주는 좋은 정치가 없었다는 목마름이 컸다.

 

최 의원은 "지금까지 수많은 정치인이 있었는데 내 삶은 전혀 좋아지는 것도 없고 나아지는 것도 없었다"며 "그래서 차라리 내가 하겠다. 나라도 한 번 해보자. 기회가 왔으니 한 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정치에 뛰어들게 됐고 우연한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운이 좋아 당선이 됐다"고 전했다.

 

 

청년들의 선거 도전. 무엇이 가장 어려울까.

 

문 위원장은 질문을 듣자 마자 "당선되는 것이 제일 어렵다"고 팩트폭력을 했다. 

 

거대 양당 출신이 아닌 만큼 청년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당선 자체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문 위원장은 "당선을 목표로 하기까지 수반되는 여러 조건들이 있다. 큰 정당들 같은 경우에는 공천을 받아야 후보가 될 수 있고 정의당은 상대적으로 공천의 벽은 높지 않을 수 있는데 당선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환기했다.

 

이어 "사실 그 어려운 고민들을 넘어서면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어려움이 있다. 돈 문제"라며 "내가 처음 정치를 한다고 했을 때 저 사람은 돈이 어느정도 있으니까 정치를 하는구나. 그런 오해를 많이 받았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았다"고 풀어냈다.

 

 

가장 부담되는 것이 출마를 하기 위해 내야 하는 '기탁금'이다. 이날 진행을 맡은 임명규 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는 청년 정치인이 출마를 하기 위해서는 소속 정당과 선관위(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런데 한 두푼이 아니다. 적어야 몇 백만원에서 많으면 몇 천만원 수준이다. 선거의 크기에 따라 억 단위까지 갈 수 있다. 다른 부대 비용 다 빼고 기탁금만 계산해도 이 정도다.

 

사실 정치인이 되기 위해 가족 등 주변 사람을 설득하는 문제, 신념이나 가치관, 정치권 내부에서의 권력 갈등 등 여러 관문들이 있지만 가장 큰 허들은 돈 문제다. 지극히 현실적이다. 본인 스스로 변호사나 교수 등 전문직이 아닌 이상 도전하기 만만치 않다. 부모가 돈이 많으면 예외이긴 하다. 평범한 청년에게 정치 도전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최 의원은 "비례는 선거 비용에 들어가는 돈이 공식적으로는 없다. 지역구 보단 상대적으로 덜 부담된다"면서도 "일반 청년들이 이런 비용을 쉽게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당초 청년 비례의원을 준비했을 때 기탁금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 사실 그 기탁금도 빌렸다. 내 수중에는 그 몇 백만원이 없었다. 선관위에 내야 하는 기탁금도 빌렸다"고 고백했다.

 

이어 "당선이 되면 그 기탁금을 보전해주는줄 알았다. 그래서 보전되는 비용으로 빌린 돈을 갚으려 했다. 당선이 됐지만 돌려주지 않았다. 정확하지는 않는데 다 합쳐서 약 2000만원 정도 쓴 것 같다"며 "당초 처음에 400만원 정도를 빌렸었고 추후에 이제 1600만원을 빌려서 총 약 2000만 원 정도를 빌려서 납부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돈은 내게는 매우 큰 돈이었다. 그래서 가족들도 처음에 만류했다. 당선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어찌보면 도박인데 그 큰 돈을 왜 빌려주나?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최 의원은 비례대표 초선 광역의원으로서 "지역구 활동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을 만난다던가 아니면 뭐 따로 활동을 한다든지 이런 일들을 해보지 않았다"며 "내년에는 지역구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 준비를 하면서 어떤 게 힘든지 자세히 알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같은 경우 선거를 출마했을 때 가족들이 조금 불편해하고 힘들어 하는 것이 사실 가장 힘들었다"며 "선거에 나가면 어느정도 가족들이 노출되는 부분이 있다. 아직까지도 그게 제일 걱정이고 고민이지 않나 싶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문 위원장은 "나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두 번, 비례 한 번을 나갔었다. 내가 출마하는 지역의 유권자 수를 고려한다. 그래서 유권자 수 곱하기 단가 이렇게 계산한다"며 "유권자마다 공보물도 전달해야 하고 한 사람의 유권자에 투입되어야 하는 비용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를 앞두고 선관위에서는 그 비용을 정산해서 우리에게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출마했던 지역은 수완지구가 포함되어 있는 인구 40만의 큰 선거구인 광산을이었다. 작은 정당이든 큰 정당이든 후보는 1억9000만원까지 쓸 수 있다. 그리고 기탁금은 나의 통장을 3초 스친다"고 말했다.

 

기탁금은 1500만 원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국민은 이 기탁금을 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금액은 그 후보와 정당이 지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지출한다. 첫 번째 선거를 나갔을 때 나는 정의당 부대표였다. 당에서 지도부라고 내게 너무나 큰 기대를 했다. 그래서 당에서는 지도부면서, 청년이면서, 여성이라는 메리트가 있는 내게 무려 5천만원이라는 거금을 지원해줬다. 왜냐면 지도부가 출마한 선거이기 때문에 사활을 걸어야 했다. 심지어 그 당시 노회찬 대표 보다 큰 선거 운동용 트럭을 배정받기도 했다. 그 이유는 서울은 동네가 복잡하고 좁아서 큰 차는 좀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주는 동네가 상대적으로 덜 복잡해서 큰 차를 몰고 다닐 수 있다.

 

문 위원장은 "법적 상한금을 거의 다 쓰게 된다. 그러니까 1억5000만원 정도를 사용한 것 같다. 그리고 선거 자금은 예비 선거와 본 선거로 나누어지는데 예비 선거에 쓰이는 돈은 보전받을 수 없다"며 "그러나 본 선거에 쓰이는 돈은 돌려 받을 수 있다. 한국의 잘못된 기준 중 하나는 선거에서 후보가 10%를 득표하면 법적으로 허용된 돈의 50%를 돌려 받고, 15% 이상 득표하면 법적으로 쓴 돈의 전체를 돌려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내외 진보정당 소속 정치인들은 평균적으로 10% 아니 5% 미만으로 득표를 하기 때문에 돌려받을 수 없는 큰 돈을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 위원장은 실질적인 "선거 공영제"를 거론했다.

 

정치 신인, 장애인, 다문화가정, 성소수자 등의 정치 도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그런 고민과 논의가 필수적이다.

 

문 위원장은 "나도 선거 때마다 몇 천만원씩 빚을 진다. 그래서 선거가 없는 시기에는 열심히 일해서 빚을 갚는다. 이러한 행위가 반복된다"고 말했다.

 

 

선거 공영제의 원칙은 법률 안에 명시되어 있긴 하다. 헌법 116조 1항에 따르면 "선거운동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하에 법률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하되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돼 있다. 2항에는 "선거에 관한 경비는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2년부터 공직선거법(122조의2)이 개정되어 △선거사무원 수당 △벽보·공보·소형인쇄물 작성비용 △신문 및 방송광고 비용 △방송연설 비용 △합동연설회 비용 △공개장소에서의 연설이나 대담 비용 △투개표 참관인 수당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형식적이고 제한적이다. 여전히 선거 비용의 상당수는 후보자가 부담하고 있다.

 

문 위원장은 "정치 후원금 제도도 있긴 한데 지방의원 같은 경우 그마저도 최근까지는 후원회를 운영할 수 없었다. 지방의원들 같은 경우에는 기초단체장급만 후원회를 둘 수 있었다. 그 집행부를 감시해야 할 의원들은 후원회를 둘 수 없었다"면서 "내년부터 지방의원들을 후원할 수 있는 제도가 생겼지만 겨우 절반 정도만 후원금을 모을 수 있는 제도라 아직도 한계가 명확하다"고 피력했다.

 

돈 없으면 정치 못 한다는 이야기가 너무 맞다. 나도 돈이 많아서 정치를 하는 게 아니다. 돈이 없어도 계속 정치에 도전해서 이 제도를 바꿔야 되겠다는 생각이 굉장히 절실히 들어서 지금도 도전하고 있다.

 

임 대표는 "결국 경제력이나 배경이 있는 사람들만 정치를 하는 이러한 행태가 대물림된다"고 정리했다.

 

이어 "이런 문제는 얼른 해결해야 한다. 청년들 공천 비율을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분들에게 당에서라도 선관위에서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나 방식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동욱 endend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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