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지하철은 공공교통.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교통복지비용은 정부가 책임져야 합니다."
버스나 지하철 벽면에 붙여진 '무상교통' 관련 전단을 유심히 본 적 있는가. 교통은 복지다. 노인과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시민은 대중교통을 자유롭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전국에 '무상교통' 지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이율배반'적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미 도시철도를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들은 재정의 무료 이용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다른 지자체들은 무상교통 도입 확대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를 향한 지원 촉구 목소리가 고조되는 이유다.
전국 13개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전국 도시철도 운영 지자체 협의회'는 최근 경로우대 등 법정 무임승차 손실에 대해 국비 보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4월18일 공동 건의문을 통해 무임손실을 국비 지원으로 받고 있는 한국철도공사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도시철도 법정 무임승차 손실을 막기 위한 도시철도법 개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달라고 촉구했다.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인 도시철도법 개정안은 법정 무임승차 손실을 중앙정부가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의회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해당 건의문을 전달했다. 협의회는 도시철도 무임 손실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경기 등 7개 광역단체와 용인·부천·남양주·김포·의정부·하남 등 6개 기초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조직체다.
13개 지자체가 무상교통 관련 재정 보전을 요청한 이유는 늘어만 가는 '적자' 때문이다. 현재 전체 이용객의 거진 20% 이상이 무료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만 해도 1년 순손실액이 5300억원 이상에 달한다고 한다. 승객 1명당 500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이러한 적자를 놓고 손실 원인이 65세 이상 노인 등에게 제공되는 무임승차 제도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2019년 서울 지하철을 이용한 무임승차자수는 약 2억7000만명(중복 포함)이고, 이를 운임 수입으로 환산하면 약 3700억원인데 이 가상의 수입액이면 서울교통공사 당기 순손실액의 70%가량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모 지역 교통공사 관계자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법정 무임승차에 대한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철도 법정 무임승차는 지난 1984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로 도입돼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들의 보편적 이동권을 보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수년간 지속된 요금 동결 등으로 각 지방정부의 도시철도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 무임수송비용은 결국 교통복지비용과 같다. 이 부담은 각 지자체만 진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정부의 비용 지원없이 각 지자체 도시철도 기관이 무임승차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지난해 당기 순손실은 1조6000억원으로 코로나 기간 이전인 2019년에 비해 50% 이상 증가했다. 이에 반해 한국철도(코레일)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정부로부터 무임수송 비용을 60% 가량 지원을 받고 있어 형성평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꼭 무임승차만이 유일한 적자의 이유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충남 소재 대학의 행정학과 교수는 "무상교통 적자의 원인이 65세 이상 노인에게 제공되는 무임승차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적자의 근본 원인은 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된 지하철 사업의 건설 부채에 있다"며 "애초에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재정적 수단이 요금 밖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정책적 한계가 이렇게 드러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공공교통에 대한 재정 정책은 너무나도 단편적인 상황이다. 한참 전부터 계속적으로 논의되고는 있지만 해결책은 뒷전이고 지금까지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만 연출되고 있다. 사실상 기본권과 같은 교통수단 이용, 무임승차 제도의 부담을 단순히 요금 등 비용 문제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 적절한 대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이번 무상교통을 둘러싼 논의가 단순히 지자체와 정부의 책임 공방에만 그치지 않아야 한다. 공공 교통수단의 사회적 기능을 공론화하는 자리가 하루 빨리 마련되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