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테라와 루나가 휴지조각이 되어 약 4조원을 날린 초기 투자자 해시드 김서준 대표(블록체인 전문 투자회사)는 여전히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를 져버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가상자산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늦추지 않겠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김병권 전 소장(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은 “블록체인, 암호화페, 가상자산 이런 게 나온지 13년 됐는데 이게 사회에 무슨 도움을 줬나?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도움을 준 게 없다고 보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가상자산은 위험하지만) 블록체인이 훌륭한 기술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블록체인도 쓸모있는 기술이 아니다.
지난 7월18일 19시 광주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역전커뮤니티센터 2층 다목적홀에서 개최된 <가상자산의 밤>에 강연자로 나서게 된 김 전 소장은, 비트코인이 유행하던 초기 블록체인의 기술력을 찬양하던 사람들의 논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블록체인이나 비트코인이 그동안 국가나 중앙정부가 마음대로 화폐를 발행해서 초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등 권력의 폐해가 많았으므로 블록체인은 탈중앙 피어 투 피어 동등한 자격으로 네트워크에 참여해서 누구도 권력을 행사하지 않고 평등하게 권한을 나눠가진다고 했다. 이게 나카모토 사토시가 10여쪽짜리 페이퍼에서 피어 투 피어 시스템이라고 썼던 거다.
김 전 소장은, 블록체인 찬양론자들이 중앙은행의 메커니즘을 비판하기 위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사례로 든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사실 2008년 금융위기는 국가가 일으킨 게 아니고 중앙은행이 일으킨 게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상업은행들이 일으킨 거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은행,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이런 회사들이 일으킨 거고 그 금융위기를 막은 게 중앙은행이다. 근데 갑자기 중앙은행의 원리를 비판하며 블록체인이 튀어나오는 것은 아이러니다. 말이 안 된다. 그나마 중앙은행이 없었으면 2008년의 금융위기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2019년부터 비트코인이란 말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코인을 하고 있다”는 사람들이 조금씩 나타났다.
김 전 소장은 “가상자산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개념 보다는 주변 친구들이 몇 달만에 2~3배 이상 벌었다는데 그리고 신문에도 나오고 정치인들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그러니까 도박은 아닌 거니까. 대부분 그렇게 들어갔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투자를 할만한 큰 돈은 아직 없고 그냥 자기 친구들이 투자해서 돈 벌었다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고 그래서 100만원 미만대로 투자하는 이런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손실 위험에 대한 고지가 전혀 부각되지 않았다. 언론이나 정치권 모두 위험 보다는 투자 열풍에 포커스를 맞췄다.
김 전 소장은 “그 어디에서도 (가상자산 투자의) 손실 위험에 대해 고지를 안 해준다. 투자를 할 때는 항상 그 대목을 잊으면 안 된다”고 환기했다.
우리가 왜 예적금을 하는가. 리턴은 적어도 손실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은행이 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예금보험공사란 걸 만들어서 국가가 5000만원까지는 보장해준다. 그런 제도까지 세팅이 돼 있다. 그래서 손실이 없다고 가정해볼 수 있다. 채권도 국채 중심으로 보면 거의 손실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걸 안전 자산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안전 자산을 빼고 주식부터는 손해를 볼 수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 그래서 주식은 위험 자산이다. 그리고 연 단위로 10배가 넘는 코인 같은 경우는 거의 도박에 가까운 사행성 투기라고 봐야 한다. 10배 이익을 봤다는 것은 1년 안에 10분의 1 조각이 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루나와 테라 사태만 봐도 한 순간에 휴지조각이 됐다.
드디어 2022년 5월이 왔다. 테라와 루나가 대폭락했다. 사실 코로나 시국이 고개를 들던 2020년부터 조짐이 있었다. 실물 경제는 침체되고 있는데 투기시장은 불이 붙었다.
김 전 소장은 “코주부(코인·주식·부동산)라고 하는데 2020년 3월 코로나가 글로벌 펜데믹으로 되고 나서 세계 주식과 부동산의 가치가 일시에 폭락했다”고 입을 뗐다. 그 당시 주요국 정부들이 경제위기를 방어하기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밀어붙이고 금리를 매우 낮게 내렸는데 풀린 돈들은 순식간에 가상자산, 주식,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갔다.
(투자 자산들의) 가격이 급격히 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실물 경제는 그러지 않았다. 실물 경제는 굉장히 큰 타격을 받아서 2020년 내내 선진국들의 실물 경제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투자 대상들은 플러스 정도가 아니었다. 주식은 2020년 3월 한때 1600~1500선까지 떨어졌다가 작년에 3000선까지 올랐다. 거의 두 배다. 비트코인은 4000~5000달러로 폭락하다가 작년 11월경 7~8만달러까지 올랐다. 10배가 넘게. 불과 1년 반 사이에 10배가 넘는 가치 상승이 있다는 것은 투기라고 말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다.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부동산도 2020~2021년 2년 연속 서울 수도권 중심으로 두 자릿 수 상승을 기록했다. 굉장히 이례적이다. 셋 다 올랐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이건 뭐 땀 열심히 흘려서 일해서 돈 벌면 뭐해! 이렇게 벌어야지. 이런 분위기가 된 거고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갔다.
곧 폭락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투자 붐에 올라탄 사람들은 역대급으로 많았다.
김 전 소장은 “부동산 투자 인구는 정확히 알기 어려운데 주식 투자 인구는 2019년까지 600만 정도였다. 이 숫자는 몇 십년간 크게 변하지 않았다. 1988년 이후 주식시장이 활성화된 이후 적으면 400만 정도였다. 최근에 내가 본 것으론 1390만이라고 한다”며 “두 배가 훨씬 더 늘어났다. 다시 말해서 신규로 들어온 사람들은 이미 2020년 말 3000선으로 갈 때 대부분 그때 뛰어들었다. 대한민국 역사상 전례없는 수준으로 2년 동안 급격히 주식하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도 마찬가진데 김 전 소장은 “작년 6월에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갖고오면 테슬라를 주겠다고 했다. 이후 급격히 오르게 됐고 한 달에 코인 투자자가 100만명씩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작년 연말 정부가 추산한 바에 의하면 558만명 정도인데 알트코인, 잡코인 포함해서 그렇게 된다. 3~4년 전 주식 투자한 만큼의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생긴 것”이라고 정리했다.
폭락은 순식간이었다.
올 1월부터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고 급격하게 무너져내렸다. 코인 뿐만 아니라 주식도 한국이 가장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맨 마지막 부동산이 무너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3개가 올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무너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내년까지 이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코로나 말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겹치면서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미국은 1980년대 이래로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가장 높은 9.1%까지 갔다. 한국도 6% 넘는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처음이다. 이 추세가 끝난 게 아니고 하반기에도 계속 간다고 봐야 한다. 이걸 막기 위해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무지 빨리 올리고 있다. (중략) 금리를 무지하게 빠른 속도로 올리고 있는 거고 보통 0.25%씩 분기에 한 번 정도 올리는데 미국은 매달 올리고 있고 0.75%를 한 번에 올리고 있고 0.5%를 올리면 빅스텝, 0.75%를 올리면 자이언트 스텝이라고 쓰는데 굉장히 빠르다. 우리나라도 0.5%에서 2.25%까지 올라가버렸다. 여기서 끝나지 않을 거고 올해 안에 3% 정도까지 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러분들이 받을 신용대출의 금리가 기존의 2배까지 오를 것이라고 봐야 한다.
금리가 오르면 투기시장에 있던 돈들이 빠지기 마련이다. 김 전 소장이 보기에 코인은 애초부터 허구적이었다.
김 전 소장은 “테더는 자기들이 발행한 만큼 달러를 갖고 있다고 얘기를 했는데 논쟁이 있지만 그나마 법정화폐의 뒷받침을 받는 스테이블 코인이었다”면서 테라와 루나는 그런 보증이 전혀 없는 코인이라고 지적했다.
테라와 루나는 법정화폐의 뒷받침을 받지 않는 스테이블 코인이었다. 권도형 대표가 디자인을 할 때 테라는 지구이고 루나는 달인데 지구와 달처럼 메타포를 썼다. 테라를 갖고 오면 그에 맞는 달러로 바꿔주겠다고 했는데 테라 가치가 떨어질 것을 대비해서 또 다른 가상화폐 루나로 테라를 구매하게 하는 것이다. 테라 구매력이 1달러 보다 더 높아지면 루나가 테라를 팔아버려서 두 개의 가격을 조정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었다. 그걸 본인들이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했다. 이런 복잡한 것들을 다 떼면 이게 되게 웃긴 일이다. 가상코인은 그냥 숫자에 불과하다. 이걸 어떻게 보증해주는가.
일종의 돌려막기다.
만약 내가 여러분들에게 돈 빌린 다음 어음을 줬는데 이걸 어떻게 믿어? 못 믿겠으면 또 다른 어음을 줘서 이걸로 보증해줄게. 그런 셈이 된 거다. 세상이 좋을 때는 테라 가치가 좀 떨어지면 루나를 사서 테라 숫자를 줄이고 테라 가치가 올라가면 루나를 팔아서 이런 자잘한 조정들이 됐는데 올초 갑자기 미국 FRB가 금리를 올리고 여러 자산 가치들이 떨어질 조짐이 보이니까 테라에 대한 투매 현상이 일어난다. 그러니까 미처 루나가 이걸 흡수해내기 전에 테라가 붕괴하니까 루나도 같이 붕괴했다.
비트코인이 회자되기 시작할 때는 “가상화폐”라는 식으로 불렸다. 그런데 코인은 화폐가 아니다. “교환수단으로 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상자산으로 불리게 됐다. 김 전 소장은 “중요한 것은 내재가치나 기초자산이 없어서 언제든지 제로가 돼도 문제가 없다”고 역설했다.
코인은 주식과 다르다. 김 전 소장은 “주식은 그걸 발행한 기업이 있고 그 수익이 있다. 기업의 경영활동으로 남긴 수익을 배당으로 주는데 물질적 근거가 있다. 그게 다르다”고 설파했다.
그런데 코인의 위험성을 경고했던 이는 드물었다.
작년부터 나왔던 얘긴데 나는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그나마 솔직했다고 생각한다. 내재 가치가 없는 가상자산이라고 본 건데 정치인들이 신산업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유망한 것처럼 포장을 했다. 투자증권 전문가들은 위험한 자산으로 봤는데 자칭 블록체인협회 이런 사람들은 내가 보기엔 별로 전문가 같지 않았고 과장된 얘기를 자주 했다. 그중에 하나가 일론 머스크다.
그나마 빌 게이츠는 가상자산의 위험성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소위 ‘더 큰 바보 이론’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투기라는 게 그런 거다. 내가 가치가 없는 자산을 비싸게 갖고 있는데 이걸 쥐고 있는 이유는 내 뒤에 누군가가 내가 산 것보다 높은 금액으로 살 준비가 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람 역시 그 뒤에 누가 줄을 서 있다고 생각하면 쥐고 있을 가치가 있다. 내 뒤에 더 큰 바보가 있을 거다. 근데 통상 맨뒤에 선 바보들은 일반 시민들이다. 투기 전문가들은 일찍 빠져나가는데 이게 제일 문제다. 그만큼 가상자산에 대해 극단적인 시각차가 있다.
채굴하면 된다고 하던데 사실 그런 채굴행위 자체가 승산이 없는 게임이다.
김 전 소장은 “대량 블록을 만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데 중간에 들어가서 어떻게 그걸 바꿀 수 있겠는가. 승산이 없다. 이기적인 경쟁을 하는 사이에 껴서 중간에 위변조해서 그들보다 빨리 블록을 만들 수 있는 승산이 없다”며 “그렇게 보면 블록체인이 작동하는 원리는 개인들의 이기적 물질적 동기 돈 벌려는 동기들이 계속 블록들을 추가시켜주는 것이다. 블록체인의 기술적 완성도가 지속가능성을 보증해주는 게 아니고 비트코인이라는 인센티브를 받으려는 물질적 동기가 보증을 해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