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운전하고 도주한 강여정 서초구의원 “사과 다섯 번 했다”고 봐준다?

  • 등록 2022.09.20 23:4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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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대낮 음주운전을 범한 더불어민주당 강여정 서초구의원(서울시)이 아무 징계도 받지 않고 사과 다섯 번으로 퉁쳐지는 분위기다. 통상 양당체제의 적대감에 따라 국민의힘 소속 구의원들이 강 의원에 대한 징계를 추진할 것으로 보였으나 사과 다섯 번과 상임위원장 사퇴까지 했으니 그냥 넘어가줘도 된다는 말을 하고 있다.

 

 

앞서 강 의원은 지난 7월21일 15시쯤 서울 관악구 봉천역 인근에서 만취한채로 운전을 했다. 당시 뒷차량은 앞차량이 갈지자로 운전을 하는 것이 이상해서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했고, 이에 현장으로 출동한 관악경찰서 교통조사계 수사관이 음주 측정을 한 결과 혈중알콜농도 0.1% 이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0.08%만 넘겨도 면허취소인데 강 의원은 상당히 많이 취해 있었다.

 

당시 경찰은 예상 경로를 파악해서 미리 대기하고 있었으나 강 의원이 경찰의 요구를 무시하고 계속 주행했다. 이에 경찰차 4대는 강 의원 차량을 뒤쫓았고 꽤 긴시간 사이렌과 함께 경고 방송을 반복했다. 확성기로 차량 번호를 부르면서 따라갔으나 강 의원은 적발 이후의 상황이 두려웠는지 2km 가량 도주하다 붙잡혔다. 좌우가 휘청거릴 정도로 만취운전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도주극까지 벌였으니 자칫 끔찍한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었다.

 

강 의원은 8월8일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됐다. 음주 전과가 있지 않고 초범이라면 조만간 강 의원에 대한 약식기소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역 선출직 기초의원이 또 음주운전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빠르게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서초구의회 역시 강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 서두르겠다는 입장이었다.

 

오세철 서초구의장(국민의힘)은 8월11일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징계 절차를 시작했고 8월 말에나 절차가 완료될 것 같다”며 “윤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징계를 내릴 지는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특히 오 의장은 “(지자체마다 다르지만) 다른 지자체들은 이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초범이라면 해당 의원에게 경고를 하고 공식 사과를 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윤리위를 여는 걸 전제로 하는 발언을 했다.

 

9월초 노컷뉴스 인터뷰를 통해서는 “(검찰 송치가 됐다는 걸 알게 되면 바로) 윤리위원회를 열 예정이고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초구의회 여야는 강 의원이 △역임하고 있던 운영위원장직에서 사퇴했고 △다섯 차례에 걸쳐 공식 사과를 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서 윤리위를 열지 않기로 합의했다. 무엇보다 징계요구서를 제출한 몇몇 서초구의원들은 여야 합의사항에 따라 이를 다시 철회하는 서명까지 해줬다고 한다.

 

기초의회 징계 절차는 윤리위 회부, 윤리위 개최 후 징계 수위 결정, 본회의 최종 의결(재적 의원 과반 이상 동의) 순으로 진행된다. 과거 음주운전 3범 이관수 전 강남구의원의 경우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리위에서 제명을 결정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에서 부결시킨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강 의원은, 오 의장이 거론했던 고작 경고 처분에 불과한 솜방망이 징계조차 피할 수 있게 됐다. 평범한미디어는 국민의힘 소속 서초구의원들 중심으로 내부 분위기를 취재해봤으나 전반적으로 봐주는 눈치였다.

 

 

비슷한 전례들에 비춰보더라도 언론과 시민의 이목이 집중됐던 음주운전 사건을 일으켰는데 윤리위 회부조차 하지 않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걸리지 않은 음주운전이 자행됐기 때문에 봐줬던 것이 아닐까 의심되는 대목이 있다. 그러니까 강 의원이 음주운전 범죄를 저질렀던 7월21일 그날 점심 식사에서 낮술을 마셨던 건데 그때 동석했던 동료 의원들이 꽤 있었다. 해당 점심 식사는 △서초구청 직원 △서초구의회 직원 △행정복지위원회와 재정건설위원회 소속 의원들 등이 함께 모인 술을 겸한 오찬 자리였다.

 

강 의원은 거나하게 취한 뒤 본인의 의정연구실로 돌아와 1시간 정도 쉬었다. 그 이후 의회를 나섰고 이때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찬 비용은 업무추진비가 아닌 ‘의회운영공통경비’ 명목으로 처리됐다. 업무추진비는 명확하게 정리해서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하는데 의회운영공통경비는 마치 특수활동비가 비공개되는 것처럼 악용되곤 한다. 즉 그날의 오찬은 서초구의회와 서초구청 구성원들 모두가 대낮 근무시간에 참석해서 벌인 술판이었던 만큼 베일에 쌓이게 되도록 사전 조치를 취해놨던 것이다.

 

그때 술을 많이 마시고 자리를 떠난 사람들 중 운전대를 잡아서 걸렸던 게 강 의원이었을 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상대 정당 의원들마저 윤리위 회부조차 하지 않고 봐주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1985년생 공인노무사 출신 강 의원은 서초 다선거구(서초1·3동 방배2·3동)에서 무투표로 당선된 초선이다. 민주당 홍익표 국회의원이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지역구이니 만큼 공천에 상당한 입김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는데 베타뉴스 보도에 따르면 홍 의원은 소극적으로 “지역위원장은 구의원에 대해 징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식으로 입장을 냈다.

 

홍 의원은 “민주당 서울시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차후 중앙당 윤리위에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는데 강 의원에 대한 서울시당의 징계 수위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박효영 edunal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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