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갑자기 카니발 승합차가 휴게소 상가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었다. 느닷없는 카니발의 돌진으로 인해 1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끔찍한 사고는 지난 10월19일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소사리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 횡성휴게소에서 일어났다. 사고 발생 시각은 오전 11시 즈음이었다.
사고의 전말은 이러했다. 하얀색 카니발 승합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갑자기 휴게소로 돌진했는데 휴게소 울타리를 가볍게 부숴버리고 주차장을 가로질러 상가 건물 쪽으로 질주했다. 영문도 모르고 지나가던 행인 2명이 카니발과 충돌한 뒤에야 멈춰섰는데 불과 5초라는 짧은 시간의 일이었다. 휴게소 주차장에서 걸어가고 있던 62세 남성 B씨는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안타깝게도 의식을 되찾지 못 했다. 카니발 운전자 65세 여성 A씨와 동승자 6명, 근처를 지나가고 있던 66세 남성 등도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사상자 수만 9명이다. 카니발에 타고 있던 7명 빼고도 2명이 남는다. 왜 이렇게 피해가 컸던 걸까? 일단 휴게소에 사람이 많았다. 직업 운전자가 아닌 이상 통상 장거리 운전을 할 때는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기 때문에 오전 11~12시 즉 점심 먹을 때쯤 잠시 휴게소에 들르기 마련이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간식도 챙겨먹고 스트레칭도 하면서 운전으로 인한 피로를 푼다. 사고가 일어난 타이밍이 딱 휴게소 대목 시간대라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차량 급발진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횡성경찰서 교통조사팀 수사관들은 A씨의 진술을 토대로 카니발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제동장치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아직 결과가 확실히 나오지는 않았지만 A씨의 주장대로 급발진의 원인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CCTV 영상을 보면 카니발이 비정상적으로 고속 질주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휴게소로 진입할 때는 당연히 속도를 늦춰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A씨가 작정하고 가속 페달을 밟지 않는 이상 차량 결함을 1순위 원인으로 꼽을 수밖에 없다.
도로교통공단에서 25년간 교수로 재직한 황준승 명예교수는 평범한미디어의 이메일 질의에 차량 결함의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지만 속단할 수 없다고 답했다.
우선 급발진인지 운전자의 실수인지 여부는 우선 브레이크등에 불이 들어왔는지를 살펴보고 EDR 기록도 본다. 현실적으로 차량결함이 의심되지만 브레이크 작동의 ON-OFF 여부만 나오는 현실에서 ON 상태라도 브레이크는 밟았지만 약하게 밟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쉽지 않다.
사실 운전자가 급발진 사고라는 것을 입증해내는 것은 그 자체로 정말 힘든 일이다.
예전 급발진 의심 사고 대부분이 차량 결함으로 나온 경우가 없으니 운전자들이 밝히기 어렵다. 자동차 회사들도 나름 노력하겠지만 이를 인정하는 순간 회사가 망할 만큼의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있으니 이를 밝히는데 적극적이지 않다. 어쨌든 예전 수동변속기 시대(클러치만 떼면 동력이 끊어짐)에는 거의 없던 급발진 의심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분명 전자장치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의심은 되나 이를 밝히기가 쉽지 않다.
물론 A씨의 말만 믿을 수는 없다. 졸음운전, 운전 중 스마트폰 등 A씨의 중대한 과실이 있지는 않았는지 면밀히 조사를 해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발진 대처법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황 교수는 급발진이 발생했을 때 풋 브레이크와 주차 브레이크, 중립 기어 등을 써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급발진이 발생할 경우 일단 브레이크를 온힘을 다해서 밟아야 한다. 그 다음 기어를 중립으로 놓고 시동을 끄고 주차 브레이크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패닉 상태에서 이런 대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오히려 예각으로 장애물이나 벽 쪽으로 부딪치면서 속도를 줄이거나 주차된 차량들 중 트렁크가 있는 차량과 더 빨리 부딪쳐서 대형 사고를 막는 수밖에 없다.
사실 그 짧은 순간에, 신속히 기어를 중립으로 돌리고 시동도 끄고 주차 브레이크를 들어올리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평소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면 패닉이 오기 때문에 무대응으로 사고와 직면할 수밖에 없다. 멀쩡한 차량이 갑자기 내 말을 들어먹질 않으니 얼마나 공포심이 들겠는가? 그래서 부상을 감수하더라도 장애물이나 벽 쪽으로 부딪쳐서 속도를 줄이는 게 그나마 더 낫다는 황 교수의 팁이 차라리 현실적이다.
나아가 황 교수는 “아무 생각없이 급발진 사고를 당하지 말고 내 차에도 급발진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걸 전제하고 평소에도 한 번쯤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두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황 교수는 “고속도로 휴게소 내부는 항상 보행자 우선”이라고 환기하며 “보행자가 없는지 전후좌우를 잘 확인하고 규정된 속도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황 교수는 △운전자의 속도 감각 저하 △휴게소 진입시 주변 탐색 소홀 등이 급발진 말고도 또 다른 사고의 원인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고속도로에서 계속 일정하게 빠른 속도로 달리다 보면 속도 감각이 무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속도로 내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은 고속도로 본선에서 휴게소로 진입할 때 주행 속도를 충분히 줄이지 못 한 데 있다. 운전자는 속도 감각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휴게소에서는 주차 공간과 다른 차량, 보행자의 움직임을 동시에 살펴야 해서 위험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진입한 운전자는 주차 공간 탐색과 다른 차량 움직임 파악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므로 더욱더 의식적으로 조심해야 한다. 진입하면서 속도를 충분히 줄여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