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8세 여자아이를 왜 집으로 데려가려고 했을까?
지난 3일 오후 5시13분쯤 광주 북구의 한 어린이공원에서 술에 취한 40대 남성 A씨는 무슨 의도였는지 몰라도 놀고 있던 8세 여자 어린이 B양에게 접근했다. 그러면서 “삼촌 집에 있는 인형을 주겠다”는 말을 하고 B양에게 간식을 준 뒤 자신의 집쪽으로 데려가려고 했다. 손을 잡고 같이 걸어갔던 것으로 보이는데 당시 부모는 잠깐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다행히도 주변 시민들의 눈썰미를 피할 수 없었다. A씨는 누가 봐도 취해 보이는 사람이었고 어린이를 데리고 이상한 곳으로 가는 것처럼 보이자, 마침 아들과 놀고 있던 40대 남성 C씨가 뒤쫓아갔다. C씨는 A씨에게 왜 아이를 데려가냐고 물었고 A씨는 뻔뻔하게도 “아이의 삼촌”이라고 밝혔다. 아이도 A씨가 시켰는지 “삼촌”이라고 동조해줬다.
하지만 C씨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C씨는 방송사 인터뷰에서 “술 먹고 말하는 것도 그렇고 아무리 봐도 아이의 삼촌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A씨의 집은 공원에서 500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A씨가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가려 하자 C씨가 화를 내며 제지했다. 그제서야 A씨는 “사실 삼촌이 아니”라고 실토했다. C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결국 체포되었다. 범행을 위해 아이에게 거짓말을 시켰던 A씨는 경찰에 잡히자 곧바로 비굴하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걸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미성년자 유인 혐의(형법 287조 미성년자 약취유인)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천만다행으로 C씨의 기지 덕분에 더 큰 범행을 막을 수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C씨는 특유의 눈썰미로 A씨와 아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저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드는데 C씨도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이기 때문에 외면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실제로 A씨는 B양에게 “누가 물어보면 삼촌이라고 말하라”고 지시했다. 그렇다면 A씨는 왜 굳이 일면식도 없는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려고 했을까? B양이 미아 상태도 아니었고 길을 잃어 울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설사 미아라고 하더라도 보통 인근 경찰서에 맡기지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지 않는다.
의도가 다분히 불순하다고 볼 수 있다. 성범죄 아니면 유괴의 목적이었을 것 같은데 술 취한 상태에서 유괴를 저지를 것 같진 않기 때문에 성범죄의 의도가 다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유괴는 계획 범죄다. 돈을 뜯어낼 목적 또는 아이를 인질로 협박하여 자신이 원하는 걸 얻어내는 목적으로 범하는 것이 유괴인데 당연히 맨정신에 하지 술 취한 채로 하지 않는다.
32년 경력의 강력계 형사 출신 김복준 교수(중앙경찰학교 수사학과 외래교수)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추행이나 폭행 등 성범죄를 저지르려는 목적으로 아이를 데리고 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다만 A씨에 대한 처벌 문제는 전과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전과를 살펴봐야 한다. A씨가 미성년자 성추행이나 간음죄, 아니면 성인을 상대로 한 강간 전과가 있다면 아이를 데려가려는 목적은 거의 명백하다. 그런데 이런 일이 처음이면 경찰에서 할 일이 많아진다. A씨의 주변 사람들을 통해 이 사람의 성향에 대한 조사를 할 것이다. 또한 2014년도에 친고죄가 폐지되기 전에 성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만약 합의를 했다면 고소를 당하지 않아 관련 전과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탐문 수사를 통해 이러한 것들이 드러난다면 A씨의 목적은 뻔한 거다.
성폭행 목적이든 금품 갈취 목적이든, 유괴 및 납치는 보통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을 타겟으로 발생한다. 미취학 아동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픽업 차량으로 등하원을 하게 되는 등 통상 혼자 있을 틈이 거의 없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 되면 키도 크고 상황 대처 능력이 저학년에 비해 뛰어나기 때문에 유괴범이 타겟으로 삼기 어렵다. 그러나 저학년 어린이들은 혼자 등하교를 할 수 있으면서도 아직 키가 작아 유괴범들의 레이더에 들어오기 가장 쉽다. 그래서 저학년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들은 유괴 및 납치 예방의 차원에서 고민해볼 지점이 많다.
우선 이걸 알아야 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어린이 유괴범의 60%가 면식범이라고 한다. 어느정도 해당 아이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범행 동기를 갖게 되고 범행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다. 유괴범은 일반적으로 △호기심 유발형(과자와 사탕) △지인 사칭형(부모가 다쳐서 병원에 있으니 같이 가자) △동정심 유발형(물건 들어달라고 하거나 길 물을 때) △강제 유괴형(물리적인 힘) 등이 있다. 아이들에게는 ‘3단계 구호’를 알려줘야 하는데 “안 돼요! 싫어요! 도와주세요!”다. 사실 이렇게 구태의연한 유괴 예방법에 대해서는 다들 알고 있지만 실질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유괴범의 레이더 안에 들어오지 않기 위해서라도 혼자 두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저학년 어린이들의 하루 패턴을 보면 △학교 등하교 △학원 등하원 △친구와 놀기 등이 있을텐데 부모가 아이와 소통해서 ‘혼자 다니지 않기’를 목표로 단짝 친구 연락처와 부모까지 미리 숙지해두는 등 노력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더라도 외출할 때는 장소와 귀가시간을 체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