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다정 기자] 쉑쉑버거에 이어 미국 3대 버거 브랜드 중 하나로 명성이 높은 파이브가이즈가 한국에 상륙했다. 파이브가이즈는 땅콩 기름으로 튀긴 감자튀김과 육즙 가득한 버거, 그리고 무료로 제공되는 짭조름한 땅콩이 시그니처다. 미국 동부로 여행을 갈 때는 꼭 먹어야 하는 버거로 한국인들에게는 국룰이나 다름 없다. 가수 성시경씨도 미국에 체류할 때 맨날 파이브가이즈 버거를 먹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야말로 칼로리 폭탄을 느껴볼 수 있는 미국식 패스트푸드의 진수라고 할 수 있다. 이미 한국 강남점 개점 일주일만에 버거 1만5000개가 팔려나갔다.
지난 6월26일 오전 11시 파이브가이즈 강남점이 대망의 오픈을 했다. 이날 700명이 줄을 서서 오픈런의 문전성시를 장식했는데 전날 23시부터 밤샘 대기를 불사하는 손님도 있었다. 오픈런의 생생한 리뷰들은 유튜브, 블로그, 기사 등으로 확인하길 바란다.
명품이나 한정판도 아닌데 “저렇게까지 햄버거를 먹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과거에도 오픈런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에는 주로 10~20대 팬들이 자신의 최애 아이돌 콘서트 티켓을 사기 위해 밤샘 줄서기를 하는 모습이 이색 풍경으로 해외 외신에도 종종 보도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인터넷 예매가 없었기 때문에 무조건 은행 앞에 선착순으로 대기해서 지류 티켓을 구매해야만 했다. 요즘에는 공연 티켓은 물론이고 의류, 명품백, 게임기, 김밥, 도넛까지 그야말로 종류를 가리지 않고 오픈런이 일반화됐다.
트렌드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내 돈을 쓰면서 사서 고생하는 걸 자처하는 주된 이유는 남들보다 먼저 구매했다는 성취감이었다.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구하기 힘든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밤새 줄을 서는 것이다. 과거에는 그저 하염없이 기다려서 겟하는 부분에 초점이 주로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힘든 기다림 자체를 색다른 경험의 과정으로 여기며 원하는 걸 소비하는 즐거움에 집중하고 있는 문화로 넘어갔다. 이에 더해 SNS에 익숙한 MZ 세대들의 해시 태그 문화가 결합되면서 가성비 또는 가심비 넘치는 나의 즐거움을 다른 팔로워들에게 소개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그래서 요즘 커뮤니티에는 오픈런을 더 잘 할 수 있는 꿀팁들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고 한다.
오픈런이 고가의 상품이 아닌 누구나 살 수 있는 일회성 먹거리에까지 확대되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MZ 세대는 자신에게 만족감을 주는 생활 속 실질적 소비에 아낌없이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다. 다만 재미와 즐거움을 줬던 경험들이 어느 순간 대세에 편승하지 못 한다거나 나만 혼자 뒤쳐질 것 같은 불안감으로 변모하면 안 될 것 같다.
오픈런 현상에 대해 이은희 교수(인하대 소비자학과)는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어떤 유행이 생기면 굉장히 빨리 추종하는 특징이 있다는 점, 치열한 경쟁을 뚫고 특별하게 얻은 제품에 대해 큰 만족감을 느낀다는 점 등이 오픈런 현상을 심화했다. 오픈런은 돈으로 경쟁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MZ 세대에게 더 잘 어울린다. 시간과 정성만 있으면 누구보다 먼저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그들에겐 매력으로 느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