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부모는 어린 자녀와 놀려고 할 때도 지식을 알려주려고 하기 마련이다. 지식 전달에 집착하지 않는 편이라도 나도 모르게 그러고 있다.

아이가 놀잇감으로 시계를 가지고 오면 부모가 시계에 대해 가르쳐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봐봐. 바늘이 두 개야. 원, 투, 쓰리. 긴 건 분침이고 짧은 건 시침이야. 그러면 아이가 벌써 흥미가 떨어져 다른 데로 가게 된다.

오은영 박사(오은영의원 소아청소년클리닉)는 2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KT ‘지니 TV 키즈랜드’ 주최 토크콘서트에 참석했다. 오 박사는 전인적인 발달을 하기 위해서라도 어렸을 때 놀이 과정에서 충분히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이의 몰입을 방해는 것이 바로 부모의 지식 전달 본능이다.

오 박사는 “아이를 너무 잘 키우고 싶은 나머지 많은 부모가 아이와 놀 때 자꾸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가르치고 싶어 한다”면서 그러지 않고 참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놀이를 통해 발달에 필수적인 자극을 얻게 되며 부모 자식간의 친밀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아이와 노는 것은 온 마음을 다해 에너지를 많이 투자해야 하는 과정으로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안다. 하지만 부모와 경험한 행복했던 순간의 느낌을 아이는 기억하고 평생을 살아갈 힘으로 삼는다. 부모 가운데 크고 비싼 장난감을 사주고 많이 놀아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주는 행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돈만 쓰는 것은 의미가 없다. 시간을 써야 한다. 정작 아기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들어주지도 않고 장난감을 쥐어주고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것도 안 된다. 함께 놀이에 집중해서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로 아이와 함께 놀아준 것이다.

특히 오 박사는 놀이 과정은 “아이가 주도권을 가지고 자기의 의견과 생각, 마음을 표현하는 자리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장 시간은 하루 최소 30분이다.

열심히 교육하고 육아하는데 길을 잃은 배처럼 바다를 헤매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부모들이 있을 것이다. 교육과 지식 등을 얹을 수 있는 뿌리와 토양은 놀이를 통한 단단하고 고른 발달임을 명심해야 한다.

잘 놀아주는 것 못지 않게 따끔하게 잘 혼내주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 들어 오 박사가 아이의 인격을 존중해달라는 취지의 육아법을 방송에서 설파해왔던 것이 마치 ‘오냐 오냐 교육법’으로 오해되는 부분이 있다. 오 박사는 “아이가 금지를 배우지 못 하면 인생이 스트레스가 된다”면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와 규범을 아이가 36개월령을 지났다면 단호한 훈육을 통해 알려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