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2일 19시반 서울 중구 알라딘빌딩 1층에서 열린 책 <마음예보> 북토크 현장에 김철민 크루가 다녀왔습니다. 정신과 전문의 9명이 의기투합해서 집필한 책인데 <자존감 수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윤홍균 소장(윤홍균마음건강연구소)이 기획했고 ‘글쓰는 정신과 의사회’(글정회)의 이름으로 함께 써내려간 소중한 결과물입니다. <마음예보>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마음 보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철민 크루가 현장 취재를 해온 것을 토대로 박효영 기자가 여섯편에 걸쳐 기획 시리즈 기사를 작성합니다. 이번 기사는 4편입니다.
[평범한미디어 →현장 취재: 김철민 크루 / 기사 작성: 박효영 기자] 신이 아니다. 인간이다. 모든 걸 잘할 수는 없다. 그런데 모든 걸 잘하고 싶다. 그게 바로 요즘 엄마다. 커리어 우먼으로서 일도 잘하고 싶고, 엄마로서 육아도 잘하고 싶고, 아내로서 남편 내조도 잘하고 싶다. SNS와 유튜브를 보면 온갖 ‘슈퍼 우먼들’의 사례가 넘쳐나는 만큼 나도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든다. 지민아 전문의(정신건강의학과)는 “엄마들의 역할은 예전에도 많았는데 오히려 기술 발전이 안 됐을 때는 빨래도 직접 해야 되고 음식도 못 사먹으니까 다 해야 되고 역할이 더 많았다”면서도 “왜 이렇게 오늘날 더 이렇게 역할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소셜미디어에서 역할들에 대해서 너무 많은 정답과 기준, 조언 이런 게 제시되다 보니까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똑같이 뭔가 하나를 해도 그 정답으로 제시되는 것에 내가 미치지 못하면 나는 해도 뭔가 한 것 같지 않고 이런 부족한 느낌에 늘 시달리게 된다. 요즘에는 선택지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실제로 그런 것 같다. 과거에는 극소수의 특수 사례 외에 한국 여성들이 밟아야 할 루트와 선택지가 단일했다. 그러나 지금은 훨씬 더 자유로운 것 같지만 타인의 평가와 시선으로부터 스스로 종속되는 경향이 있다. 지 전문의는 아무래도 “선택지가 없었을 때는 그냥 몰라서 못했다고 하면 되는 건데 선택지가 너무 많으니까 알면서 안 한 게 되니까 뭔가를 안 했을 때 책임감이 너무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지 전문의는 책 <마음예보>에서 6장 ‘완벽한 엄마는 없다’ 파트를 맡았다. 부제를 “어른도 아이도 함께 크는 사회에 대하여”라고 정했다.
북토크 진행자로서 윤홍균 소장(윤홍균마음건강연구소)은 지 전문의에게 “항상 뭔가를 해도 부족한 것 같고 내가 하지 못한 부분만 생각나고 어떻게 보면은 육아에서도 아이가 귀해지다 보니 엄마들에게 잣대가 심해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에 공감이 된다고 밝혔다.
점점 심해지는 시대에서 결국은 스스로 중심을 잡아야 할텐데 어떻게 하면 이건 육아 뿐만이 아닌 것 같은데 일을 하든, 돈을 벌든, 집을 사든, 취미를 하든 워낙 지금 잣대가 심해지는 시대를 살다 보니까. 중심을 잡는 게 되게 중요한데 내 바운더리 즉 내가 해야 될 것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것의 중심을 잡는 게 중요할 것 같다.
타인들과의 비교의식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남들의 시선에 90% 이상 얽매이게 되면 탈이 난다. 지 전문의는 “뭔가 하지 않으면 마주치게 되는 그 책임이 너무 두려워서 계속 하게 된다”며 “당연히 동력을 잃고 소진돼서 진료실에 가장 많이 오는 경우는 육아 번아웃으로 오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말씀해주셨듯이 사실 육아에만 해당하는 내용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을 쓸 때도 이 책이 사실 육아서가 아니지 않은가? 육아서가 아닌데 육아 파트를 맡았기 때문에 더욱더 엄마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진료실에 오는 엄마들은 선택지가 너무 많고 내가 한 게 정답이 아닌 것 같고 그래서 뭔가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에 계속 시달려서 맨날 아무 것도 안 했다고 한다. 오늘 아무 것도 못했다. 자세히 들어보면 뭔가 한 게 많다. 자식 밥도 먹이고, 옷도 입히고, 등원도 시키고 나름 할 걸 다 했는데 아무 것도 못했다. 이런 식으로 자책한다.
그래서 뭘 했냐고 물어보면 엄마들은 무기력하게 “그냥 누워서 휴대폰으로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을 막 검색했다”는 답을 한다. 거듭해서 묘사하지만 “이렇게 뭔가를 계속하면서도 한 게 없는 것 같은 느낌”이 “요즘 육아”의 특징이다.
다들 너무 무기력한 상태로 진료실로 오는데 이미 충분히 뭔가를 하고 있지만 자기가 했다고 생각을 하지 못한다. 뭔가 항상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인데 요즘 다들 너무 외부적인 동기로만 살아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외부의 인정 아니면 외부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근데 뭔가 내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이런 동기로 선택하는 그런 것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엄마들한테 진짜로 뭘 원하냐고 하면 모르는 경우가 되게 많았다. 그냥 남들이 원하는 걸 내가 원하는 걸로 착각하고 그것을 내가 원하는 건지 다른 사람이 원하는 건지를 혼동한다. 그래서 내 파트를 쓰면서 막 공부를 하다 보니까 사실 내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이론들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자기 결정성 이론’이다. 이를테면 사람이 외적 동기가 아니라 나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동기가 잘 유지되려면 이제 3가지가 충족돼야 한다. 지 전문의는 “첫 번째는 스스로 선택한다는 감각 자율성, 두 번째는 해낼 수 있다는 유능감, 세 번째는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관계성”이라고 하는 3가지가 충족돼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래야 내면에서 그런 동기가 우러나오는 게 지속가능하다는 것이 자기 결정성 이론이다. 근데 자꾸 뭔가 SNS에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러니까 자율성이 하나도 없고 해도 해도 계속 못하는 것 같은 유능감도 떨어지고 다들 고립돼서 나랑 아무도 연결이 안 되는 그런 느낌이 너무 드는 것이다.
물론 엄마들마다 셋 중 어떤 요소가 취약한지는 다 다르다.
셋 중 1가지만 떨어져도 내적 동기가 지속되기 어렵다. 진료실에 오는 분들도 내가 봤을 때 3가지가 다 떨어져 있을 수도 있고, 자율성이 너무 없을 수도 있고, 유능감이 없을 수도 있고, 관계성이 떨어져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3가지의 기준을 갖고 어떤 게 나한테 제일 충족이 덜 되어 있는지 돌아보는 게 가장 먼저일 것 같다.
돌아보려면 잠시 멈춤이 필요하다. 내가 원해서 하고 있는 건지 알았던 걸 잠시 멈추고 “불안에 의한 압박으로 선택을 하게 됐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사실 외부적으로 “무조건 해야 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런 마음의 불편이 없다면 그냥 계속하면 된다. 하지만 지 전문의는 “나중에 후회하게 되는 일이 생기면 멈춤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요즘 너무 빠르게 돌아가고 너무 불확실하다 보니까 뭔가 계속 뒤처질 것 같은 조급함이 드는데 일단 좀 멈춰서 이게 진짜 당장 해야 되는 건지? 안 하면 내가 더 불안해지는 건지? 편안해지는 건지? 뭔가 이런 것들을 좀 살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 모르겠으면 좀 미뤄보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다. 나 자신이 뭔가 지금 당장 하려고 생각했는데 일주일 후에 생각해보니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즉 “불안에 의한 긴급 선택인지 진짜 내가 원하는 선택인지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지 전문의의 어드바이스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내 자식을 위해 무조건 해야 할 부모의 책임이나 압박감으로 가져가지 않아도 되고, 결국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나의 선택사항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육아를 하다 보면 아이를 챙겨야 하기 때문에 나는 뭔가 항상 해야만 하고 내것을 다 포기하고 막 이런 좌절감에 빠지게 되는데. 사실 다 아이를 빙자해서 내가 선택한 거긴 하지 않은가? 내가 희생한 건 줄 알았지만 나의 선택에 불과하다. 전부 다 내가 스스로 선택한다는 감각 이런 걸 알아차리고 좀 돌아보는 시간을 꼭 가져봤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자율성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5편에서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