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이야기를 꺼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7월29일 오늘 병원에 갔습니다. 손가락이 너무 아팠습니다. 왼손 세 번째, 네 번째 손가락 마디가 저리고 통증이 심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그랬는데 애써 무시했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동네 정형외과를 갔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손바닥을 펴고 아픈 곳 마디에 주사 두 방을 맞았는데 집으로 돌아오면서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제가 언제까지 평범한미디어를 할 수 있을까요? 지금 하루에 기사 6개씩 월~금 주 30개를 쓰고 있는데 대충 쓰지 않으려고 머리를 굴리고 또 굴립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손가락에서 먼저 고통의 신호가 왔습니다. 의사는, 딱 주말만 키보드를 안 치고 쉴 생각이라고 말하니 최소 2~3주를 쉬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월 100개 이상의 기사를 생산해내야 네이버에 지원할 수 있는데 어떡하죠? 월요일부터 다시 기사를 써야 합니다. 다만 건강을 생각해서 무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정기 후원자들이 해지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월 1만원 정기 후원자 4명이 해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잘 알고 있는 지인과 언론 인터뷰로 흔쾌히 후원을 해주신 인맥이었습니다.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 평범한미디어는 돈도 없고, 인력도 부족합니다. 저희가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지 후원자들께 매달 문자라도 보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 하고 있습니다. 너무 송구스럽습니다. 후원자들이 존재 자체를 깜빡 잊고 있거나, 직접 홈피로 접속해서 그래도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후원을 끊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해지하는 후원자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내놓는 기사들이 그렇게 훌륭한 퀄리티의 컨텐츠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대단한 기사를 쓰는 것도 아닙니다. 셜록과 뉴스타파 등 월등한 독립 언론들이 많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비주류 매체를 전전해왔던 7년차 마이너 언론인에 불과하고, 윤동욱 기자는 저와 가까운 후배라는 이유만으로 동물원 사육사 일을 병행하면서 기사를 쓰고 있는 불완전한 언론인입니다.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걸 왜 하고 있는 걸까요? 답을 내려봤습니다. 그냥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쭉 해왔던 일이 언론업이었고, 사회와 정치 문제에 관심을 끊고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편의점 알바, 구몬 학습지 교사, 동물원 사육사 등등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하반기까지 약 1년간 평범한미디어 일과 병행했던 부업들이었는데 전부 관뒀습니다. 뭐 하나 혼신의 힘을 다하지 않으면 유지되기 어려운 일들이었고 언론업과 병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렇다면 평범한미디어를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가져야 하는데 차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업을 멈추고 평범한미디어에만 전념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2021년 3월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하기 위해 서울에서 광주로 내려왔을 때, 더 이상 기성 매체에서 월급 받으며 버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지방대 스펙으로 입사할 수 있는 매체들은 현실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고 꼭 광고를 얻기 위해 비윤리적인 일을 자행했습니다. 산업재해를 일으키는 기업들의 잘못을 눈감아주고 돈을 버는 엿같은 기사를 쓰는 등 이런 짓을 하느니 기자를 관두는 게 더 낫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광주로 내려와서 독립언론 평범한미디어를 만들었습니다.
평범한미디어에서 발생하는 월 수입이 75만원 정도이고, 고정 비용이 22만원인데요.
-75만원 중 30만원이 서울에서 저를 알게 되어 제 저널리즘적 가치를 인정해줬던 귀인 두 분의 후원성 광고입니다.
-15만원은 가족들이 월 5만원씩 고액 후원을 해주는 것입니다.
-15만원은 얼룩소에 평범한미디어 기사들을 올리고 받는 원고료입니다.
-나머지 15만원이 천원에서 만원까지 정기 후원을 해주는 50여명의 소액 후원자들입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분들이 해지를 하고 있습니다. 만원 후원자들 입장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입니다. 지금까지 정기 후원을 해준 것만으로도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일반 정기 후원자들이 이렇게 계속해서 빠져나간다면 저희는 평범한미디어를 접게 되는 날을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평범한미디어의 조회수는 창간 2년만에 최고치입니다. 하루 평균 1000명이 접속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3~400명이 늘었습니다. 총 방문자수는 60만명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돈이 없어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너무나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평범한미디어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많은 분들께서 월 천원만 정기 후원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월 만원을 했다가 중간에 끊는 것보단 월 천원으로 쭉 해주시는 것이 더 좋습니다. 월 천원 정기 후원자들을 100명, 200명, 1000명, 2000명, 4000명, 5000명 계속 늘려서 저와 윤 기자가 직업 언론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평범한미디어를 멈추고 싶지 않습니다. 큰 돈을 줄 수 있는 소수가 아니라 작은 돈을 줄 수 있는 다수의 힘을 믿습니다. 이렇게 돈 달라고 구걸하는 글을 구구절절 쓰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평범한미디어 후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오프라인 토크쇼, 수다회, 강연 등등 다양한 노력들을 해보겠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유튜브도 다시 한 번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생존을 위해서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로필에 있는 링크를 클릭해서 월 천원 정기 후원 꼭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