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22일 19시반 서울 중구 알라딘 빌딩 1층에서 열린 책 <마음예보> 북토크 현장에 김철민 크루가 다녀왔습니다. 정신과 전문의 9명이 의기투합해서 집필한 책인데 <자존감 수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윤홍균 소장(윤홍균마음건강연구소)이 기획했고 ‘글쓰는 정신과 의사회’(글정회)의 이름으로 함께 써내려간 소중한 결과물입니다. <마음예보>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마음 보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철민 크루가 현장 취재를 해온 것을 토대로 박효영 기자가 여섯편에 걸쳐 기획 시리즈 기사를 작성합니다. 이번 기사는 5편입니다.
[평범한미디어 →현장 취재: 김철민 크루 / 기사 작성: 박효영 기자] 끊임 없이 타인과의 비교에 시달리고, 남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운 한국 사회에서 자존감을 지켜가는 일은 쉽지 않다. 차승민 원장(아몬드정신건강의학)은 “<자존감 수업>을 출간하고 10년이 흘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존감 문제를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며 “현대인들이 정서적 허기를 가장 많이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 것 같은지”라고 질문했다. 윤홍균 소장(윤홍균마음건강연구소)은 본인 이야기부터 꺼냈다.
정서적 허기를 가장 많이 느끼는 순간은 사실 전공의 때였다. 그때 환자들을 많이 만났는데 정말 책에서만 보던 그런 전설적인 증상을 갖고 오셨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어떤 분이셨냐면 30년 넘게 한 직장에서 일하셨는데 자식들도 다 출가를 시키고 이제 마지막 근무를 하면서 퇴직금으로 3억을 받았다. 근데 사위가 아버님 돈 좀 빌려주세요. 좋은 투자처가 있는데 여기에 퇴직금을 넣으면 분명 잘될 겁니다.
그래서 3억을 줬다. 결과는? 정말 10배로 불려서 30억이 됐다. 사위가 손쉽게 10배를 더 벌어다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장인은 “급격한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왜 그런 걸까?
얘기를 들어보니까 나는 30년 뼈 빠지게 일했는데, 정말로 뼈 빠지게 가족들 못 돌보고 일해서 겨우 3억을 벌었는데 쟤는 그냥 투자 잘 해갖고 30억을 벌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그러면 나는 30년 동안 뭐 했냐? 이거다. 그러면서 급격한 허무함과 무력감에 빠졌다. 이런 게 바로 Post-Success Depression이다. 성공 우울증이라고 일이 잘됐는데 오히려 더 허무해지고 무기력에 빠진다. 정서적 허기를 가장 많이 느낀 때가 언제냐면 성공한 다음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어느정도 목표를 이룬 다음 그 다음 목표를 찾지 못하거나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의 행복감이 느껴지지가 않는 것이다.
지상 목표만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그 목표가 성취된 이후 방향을 잃고 헤맬 수 있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성공한 사람이 이러한 하소연을 친구한테 말하기도 어렵다. 날 부러워하고 있는 친구가 되려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힐난할지도 모른다. 윤 소장은 “그런 고민을 들은 절친은 뭐라 그럴까? 욕을 하고 막 절교하자고 나온다”며 “사실 나도 힘들긴 힘든데 나한테 공감해줄 친구 하나 없다는 현실이 느껴지면서 더 고립되고 힘들어진다”고 묘사했다.
내 생각에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어떻게 보면 거대한 Post-Success Depression을 겪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분명히 경제 규모도 올라왔고 즉 굶어 죽는 사람은 없다. 물론 굶어 죽는 사람이 있긴 있다. 1년에 한 10여명 정도가 진짜 식사를 못해서 돌아가시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분명히 경제적으로 옛날보다는 먹고 살기도 좋아지고 경제적, 문화적, 교육적으로 잘됐음에도 불구하고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과 고립감이 있다.
애정결핍도 강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가슴에 구멍이 크게 뚫린 사람들은 “그냥 거기서 멈춰 있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 채우기 위해 움직이는데 부정적인 것들에 탐닉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윤 소장은 정신과 전문의로서 “저희가 치료를 열심히 해야 되는 이유”라고 역설했다.
정서적으로 힘들고 공허하면 멈춰 있는 게 아니라 중독으로 가거나 피싱 범죄에 당하거나 로맨스 스캠에 피해를 보기도 한다. 이런 분들은 본인들도 안다. 이게 말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아는데 극도로 외롭고 지치고 혼자 있다는 고립감을 느끼다 보면 이게 진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치우친다. 이 사이버상의 미인이 나한테 디엠을 보낼 리가 없는데 이게 진짜 현실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살짝 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출세욕이나 성공에 대한 욕망이 커서 그런 것이 아니다. 윤 소장은 “우리가 열심히 살아왔지만 연결의 사회로 가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제언했다.
우리 모두가 Post-Success Depression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사실 뇌구조 자체가 도파민이 한 번 나온 다음에는 우울이 올 수 있다. 그런 과정을 겪게 되면 적극적으로 전문의를 만나서 상담을 받고 그래야 치료가 되지 않나 싶다.
→마지막 6편에서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