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SNS’를 하지 않는 사람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그야말로 현대인은 십중팔구 스마트폰 중독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뇌가 지배되고, 넷플릭스를 비롯 각종 OTT의 화려함에 눈길이 떠나지 않으며, 인스타그램과 스레드의 피드를 계속 확인한다. 제미나이와 챗 GPT 같은 AI가 고민하고 사유하는 인간의 고유 기능마저 앗아갈 것만 같다. 이렇게 모두가 초연결되어 있는 시대인데 SNS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한창수 교수(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아래와 같이 묘사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눈 뜨면은 혹시 뭐 새로운 거 떴나? 새로운 알람 온 거 없나? 이런 시대인데 다들 있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SNS 계정은 만들어놨지만 남의 계정도 잘 안 보고 그리고 본인 계정은 업데이트 같은 건 별로 안 한다. 이런 사람들은 세상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으면서도 세상에서 간섭받는 건 싫어! 이런 사람들이 아닐까 한다. 이런 사람들이 묘하게 세상에 좀 무심한 듯하면서 여유로워 보인다. 시크해 보이고 무심한 듯 멋있다.

 

 

한 교수는 지난 5월7일 본인 유튜브 채널(한창수의 마음정비소)에 업로드된 영상을 통해 ‘SNS와 현대인의 인간관계’에 대한 고찰을 풀어냈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정신과 전문의로서 한 교수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특징을 3가지로 분류했는데 △타인이 아닌 나의 속도로 사는 삶 △관계의 다이어트를 추구하는 삶 △자기 객관화에 능함 등이다.

 

첫 번째가 내 시계로만 사는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들이 하자는 것, 좋다는 것, 이런 거에 별로 신경 안 쓰고 내가 하기로 한 거 내가 좋아하는 거에 맞춰서 사는 사람들을 심리학에서는 ‘내적 통제’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이라고 얘기를 한다. 주변 사람들의 눈과 그들의 평가에 따라서 내 행동을 결정하게 되면 일희일비하게 된다. 내가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이걸 하니까 남들이 좋아하네? 근데 그런 거에 신경 안 쓰고 자기만의 페이스로 사는 사람들인 것이다.

 

이를테면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는 자기 중심이 잡혀 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한 교수는 ”주인공 미정씨하고 구씨 한 번 보면 두 사람 다 별로 화려하게 사는 사람들은 아니“라면서도 ”자기의 인생 속도가 그냥 주변 신경 안 쓰고 자기 마음대로 내 속도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어서 그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소공녀>라는 한국 영화에도 주인공 미소라는 여인의 통장이 비어 있지만 항상 위스키 한 잔과 담배 한 대 이게 본인의 여유다. 그것만 있으면 나머지는 크게 애달파 하지 않는 인생을 살아간다. 그게 좋고 나쁘고는 나중 얘기다. 결국 남들이 정한 행복의 공식이 아니라 내 기준이 명확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SNS에 올려서 나 잘났어요. 나 멋있어요. 나 맛있는 거 먹었어요. 뭐 이런 걸 입증할만한 한방 하이라이트는 없다. 그렇지만 나 스스로 이 정도면 괜찮아라고 생각할 시간은 충분히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SNS를 안 하는 걸 수도 있다.

 

두 번째 수시로 진행하는 관계 다이어트다. 한 교수는 “에너지를 불특정한 대다수의 사람들한테 그냥 뿌리지 않는다”며 “SNS 한 번 봐달라. 내가 모르는 사람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좋아요 눌러주고 또 이건 마음에 안 들어요. 이런 것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단한 사람들은 나와 가까운 사람 한 5명 미만 한 10명 채 안 되는 숫자에만 투자를 한다. 인류학자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덤바라는 사람이 있다. ‘덤바의 수’라는 얘기를 했는데 우리 인생이 그렇다. 사실은 150명 안에서도 친밀한 관계를 맺는 깊은 친구는 5명 수준이다. SNS에 가면 5000명, 5만명 있지만 진정한 친구냐 아니냐? 온라인상의 친구지만 이 친구들을 다 생각한다면 뇌에서 수시로 그 친구들의 상황을 체크해야 된다. 근데 5000명 친구를 관리하려면 만난 적도 없어. 언제 만날지도 모르는데 그 사람 어디서 뭐 하는지 그 사람한테 신경 쓰고 그러는 것이다. 우리 머릿 속 에너지가 엄청나게 많이 사용된다는 얘기다.

 

덤바의 수는 안정적으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적정한 수를 말하는데 5명이 가장 가까운 핵심이고, 15명이 친한 친구이고, 50명이 좋은 지인이고, 150명이 친밀하게 교류 가능한 최대치이고, 그 이상은 이름과 얼굴 정도 아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SNS를 안 하는 사람들은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적절한 때에 끊어낸다. 세 번째는 자기 객관화다. 한 교수는 “자기 객관화를 잘한다는 얘기는 소위 자뻑한다고 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너 멋있어! 너 뛰어나! 이런 말들에 휘말리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환기했다.

 

예전에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은 유명인들 또는 주변 사람들 중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게 아니라 이런 유튜브 댓글이나 SNS에서 나오는 것들 때문에 그 악플 때문에 상처를 크게 입고 막 안 좋은 생각도 하고 그랬던 경우들을 아마 기억을 할 것이다. 자기 객관화를 잘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는다. 노벨상을 탄 한강 작가는 SNS을 안 한다. 그리고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는다. 요새 같은 세상에 아주 쉬운 일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달려들 건데 외부 인정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의 무게중심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 교수는 “남 눈치를 조금 볼수록 내 마음은 편안해진다”고 역설했다.

 

단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될 거는 눈치 없는 거랑은 다르다. 남들한테 그냥 아예 신경 안 쓰고 내 마음대로 해버리고 그리고 눈치 없이 구는 거는 아니고 진짜 마음이 자유로운 사람들은 타인의 감정을 읽을 줄은 안다. 그리고 남들한테 해를 끼치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는 않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하루종일 SNS를 놓지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뭘까? 한 교수는 “약간 우려스럽게 보는 신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일 수가 있다는 점을 전제하며 △비교 중독 △공허함을 허세로 채우기 △가짜 생산성 등의 3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먼저 비교 중독은 “SNS를 안 하면 못 견디는 수준”의 사람들에게 나타난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SNS 하고, 쉬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SNS를 본다. 본인이 올렸던 인스타, 페이스북, 유튜브, 틱톡 그런 것들을 끊임없이 보면서 얘는 이렇게 했네. 얘는 또 이런 걸 했네. 얘는 또 이런 옷을 샀네. 얘는 또 이런 집으로 이사를 갔네. 이렇게 되면 내 마음 속에 무슨 일이 벌어지냐면 평균 올려치기 현상이 일어난다. SNS를 보다 보면 뭐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라면 끓여 먹다가 남겼던 그 식은 라면 반 그릇 남은 거에다가 찬밥 한 그릇 말아서 먹고 이런 거는 잘 안 어울린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태원 밑에 있는 새로 생긴 카페 가서 이쁘게 생긴 브런치 먹고 그거 사진 올리고 주변에 햇빛 좋은 날 그거 올리고 조금 돈 좀 있으면 싱가폴이나 파리나 이런 데에서 브런치 먹는 거 올리고 그러지 않은가.

 

SNS 속 화려한 것들만 보게 되면 “내가 살고 있는 삶은 평균에서 한참 떨어지는 건가?”라는 인식을 갖기 마련이다.

 

평균 레벨은 조금 높은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사실 평균 올려치기라는 말은 굉장히 무서운 말이다. 그걸 보는 사람들 중에는 세후 월 수입이 300~400만원이 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실 나는 200만원 밖에 안 되는 사람들도 있다. 굉장히 많다. 사실은 그게 평균일 수도 있는데 SNS를 보면 평균 레벨이 한참 높다 보니까 나는 사실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건데 그런 것들을 보다 보면 내 인생은 실패작이 된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를 보면 SNS를 오래 할수록 주관적으로 느끼는 주관적 행복감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우리의 뇌는 타인과 비교를 해서 우위에 섰을 때 내가 남보다 잘났다는 걸 느낄 때 행복 호르몬이나 도파민도 나온다. 근데 약간이라도 이기지 못하는 느낌을 가지면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졸이 나오고 불쾌해진다. 또는 감정 조절이 안 돼서 분노가 폭발할 때도 있다. 결국은 하루에 100번 비교하면 100번 스트레스를 받는 거랑 똑같다.

 

두 번째는 공허함을 허세로 메운다는 것인데 한 교수는 “사실은 남들은 내가 누군지 잘 모르고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SNS에서는 남들이 다 잘한다고 하고 멋있다고 하고 이쁘다고 하니까 거기서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 나왔던 넷플릭스 드라마 <셀러브리티> 속 주인공은 원래 그런 존재가 아니었고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우연하게 인플루언서가 됐다. 화려한 일상을 남들한테 보여주는 게 본인한테 싹 녹아들면서 본인도 그냥 그 늪에 계속 빠져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걸 보면서 SNS에 중독돼서 그걸로 잠깐 성공했을 때 사람이 망가지는 것이 저럴 수 있겠구나라는 걸 느꼈다. 예전에도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데 TV나 이런 데 어쩌다가 한두 번 나와서 사람들이 좀 반응이 좋으니까 본인이 굉장히 유명인이 된 줄 알고 막 자기 주변에 자랑하고 큰일 벌이고 조울증기까지 갖는 사례들이 있었다. 근데 SNS가 그거를 만들기 딱 좋은 장치다.

 

그런데 내가 보는 나의 모습과 남들이 보는 모습은 다르다. 누구나 페르소나가 있다. 한 교수는 “밖으로 보이는 거랑 내가 느끼는 나랑 분명히 차이가 있다”면서 “SNS를 통해서 나를 너무 블러핑 하면 나를 너무 과대하면 나를 너무 뻥치면 마음은 더 헛헛해질 거고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가짜 생산성의 함정인데 SNS를 하면 뭔가 컨텐츠를 얻는 것 같고 알게 된 것 같지만 사실 남는 게 없다는 뜻이다.

 

SNS를 하다 보면 그걸 보거나 아니면 거기다 컨텐츠를 제공하거나 그러면 그거 볼 때는 어떤가? 그걸 스크롤하고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좋아요 누르고 마음에 안 들면 나빠요. 누르고 정말 할 말 있으면 댓글 달고 그거 하면 뭔가 한 것 같지 않은가. 열심히 한 것 같다. 에너지를 썼다. 근데 도파민은 잠깐 한 번 팡 터지고 지나갔는데 기분은 좋은데 남는 건 없다.더군다나 아까 말한 그 평균 올려치기를 한 남들의 허세 부리는 그런 게시물들을 보다 보면 나는 가만히 있는데도 뒤처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게 그 유명한 포모 신드롬(대세에서 소외되거나 남들보다 뒤처질까 하는 불안감)이다. 그러다 보면 그 불안 때문에 더 많이 본다. 근데 그걸 보면 볼수록 더 불안해진다. 완전 악순환이다.

 

한 마디로 SNS는 “남의 인생들을 보여주는 영상의 하이라이트 버전”이다. 인생 최대의 좋은 것만 보여주는 하이라이트라는 것이다.

 

내가 느끼는 나의 하루는 거기에 NG컷까지 다 들어가 있는 풀버전인데 애초에 비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게임이라는 거 절대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남 눈치 덜 보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쉽지 않겠지만. 한 교수는 “그럴 수 있는 출발점은 의외로 단순하다”고 운을 뗐다.

 

남들하고 사는 게 인생인데 어떻게 남들 눈치를 아예 안 보겠는가? 남들 눈치를 안 보고 살아도 문제다. 그러나 그걸 너무 과도하게 써서 내 인생을 불행하게 만들지 않게 만드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사실 그건 평생의 숙제다.

 

한 교수가 제시한 3가지는 △통제 가능한 영역에만 에너지 쓰기 △혼자 있는 시간 즐기기 △내 인생의 관객 줄이기 등이다.

 

첫 번째는 통제 가능한 영역에만 에너지를 쓰는 것이다. 스토아 철학자로 유명한 에픽테토스라는 사람이 2천년 전에 했던 말이 있는데 세상에는 2가지 일이 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거는 사실은 내가 통제 못하는 일이다. (타인이 날 보는 시선은) 내 노력과는 상관없이 바뀌는 것이다. 그거보다는 내가 오늘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다시 얘기하면 나의 현실에 기반한 나의 오늘 하루 활동은 내가 통제를 할 수가 있다. 그거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혼자 있는 시간하고 좀 친해졌으면 한다. 요새 사회생활이 많고 문만 열고 나가면 만나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까 그거 지겨워하면서도 혼자 있으면 불안해하는 게 현대인인 것 같다.

 

두 번째 조언과 관련하여 한 교수는 다산 정약용 선생을 거론했다.

 

전라남도 강진에 가서 18년 유배 생활을 하셨는데 작은 초가집에서 거기서 그냥 책 읽고 동네 다니면서 고기 잡는 어부들하고 얘기하고 대표적인 게 <목민심서> 뭐 이런 거를 포함해서 책을 500권을 썼다. 500권 일기 쓰듯이, 에세이 쓰듯이 쭉 쓴 게 500권이라는 건데 혼자 있는 시간을 아 슬프다 괴롭다. 나는 빨리 한양 가야 될텐데. 임금님은 왜 나를 안 불러주나 하고 술이나 가져와라. 술 먹자. 그러지 않고 남들이 똑같이 봤던 것들을 보고 그거를 관찰하고 실학의 선구자이지 않은가.

 

혼자 있는 시간을 고통으로 가져가지 않고 받아들이고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 교수는 “혼자 있을 때 견디기 힘든 사람들의 특징은 끊임없이 누군가한테 확인을 받아야 된다”며 “반면에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한 사람은 남의 시선이 사라져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하루 30분 휴대폰 없이 산책하거나 멍하니 차 한 잔 마시는 시간을 가져보길. 이게 뇌의 청소 시간이다. 잡념을 몰아내주고 노폐물들을 없애주고 뇌를 좀 쉬게 해주고 스마트폰 조금 쿨링시키듯이 뇌를 좀 쉬게 해주는 시간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지 않는 것이다.

 

내 인생의 관객을 줄여야 한다. 직장도 5명짜리 직장이 있고 5천명짜리 직장이 있고 몇만명짜리 직장이 있겠지만 공자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군자는 자기를 위해 공부한다. 소인은 남에게 보여주려고 공부한다. 군자가 되고 싶지 않은가? 사실은 인생도 마찬가지다.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사는 인생은 결국은 끊임없이 지칠 수밖에 없다. 왜 항상 나보다 잘난 사람은 있으니까. 내 인생의 진짜 관객은 선배도, 동생도, 배우자도 아닌 미래의 나, 내일의 나, 내년에 나 그 1명이면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한 교수가 SNS를 악마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한 교수는 “SNS는 결국 내 인생의 거울”이라며 “내가 괜찮게 살면 꽤 좋은 도구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거 보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만 얻고 참고해가지고 내가 내 일을 할 때 쓰면 되니까. 근데 내가 흔들리고 그거에 자꾸 상처받게 되면 그러면 아무리 무딘 SNS 칼이라고 해도 나를 깎아먹는 흉기가 될 수 있다. 오늘부터 거울을 잠시 내려놓고 내 마음을 스스로 좀 들여다보는 시간을 5분이라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프로필 사진
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