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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인문학’이 더욱더 필요한 이유

※ 지난 9월2일 15시 광주특별시 북구에 있는 북구문화센터 2층 공연장에서 개최된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의 강연 현장에 정회민 크루가 다녀왔습니다. 강연 주제는 <호의에 대하여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인데 정회민 크루가 현장 취재를 해온 것을 토대로 박효영 기자가 3부에 걸쳐 기획 시리즈 기사를 작성합니다. 이번 기사는 1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현장 취재: 정회민 크루 / 기사 작성: 박효영 기자]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석학교수)은 본인의 카이스트행에 대한 해명부터 시작했다. 그는 서울 주요 대학 로스쿨 등을 포함 총 12곳에서 교수직 제안을 받았으나 고민 끝에 카이스트를 선택했는데 지역 균형의 관점에서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3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지방(대전) 소재’라는 점, 둘째는 의대나 로스쿨 없이 공대 중심의 융합 학문을 추구하며 반도체와 같은 국가 핵심 산업을 이끌고 있다는 점, 셋째는 국내 대학 중 AI 시대를 가장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점이다.

 

카이스트는 대전에 있다. 우리나라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모두 서울에 있지 않는가? 그래가지고는 나라가 계속 발전할 수 없다. 또 카이스트는 의대가 없고 로스쿨이 없다. 뭐가 있느냐 공대 중심의 융합을 추구한다.

 

 

문 전 재판관은 AI와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설파하다가 자연스럽게 광주 반도체 단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왜 굳이 광주에 반도체 단지를 조성하느냐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는 해방 직후 영남과 호남의 인구가 비슷했으나 2026년 현재 영남 인구(약 1237만명 부산+대구+울산+경남+경북)가 호남(488만명 전남광주+전북)보다 2.5배나 많다는 점을 환기했다.

 

지금 광주에 반도체 단지가 들어오고 이에 대해서 어떤 사람들은 왜 구미로 안 오고 광주로 오냐? 이런 시비를 걸던데 해방 후에 영남과 호남의 인구가 비슷했음에도 2026년 기준으로 영남과 호남의 인구 차가 2.5배 차이 난다. 그 이유는 박정희 대통령이 영남 중심으로 산업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정부는 광주의 반도체 단지를 만듦으로써 그 불균형을 해소할 역사적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전남대 등 지역 거점 대학들이 충분히 AI 인재를 공급할 수 있으므로 반도체 공장 유치와 가동에 방해를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문 전 재판관은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가속화될수록 ‘질문하는 힘’을 비롯 인간을 연구하는 인문학적 관점이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소위 ‘인문학 무용론’에 대해서 단호히 경종을 울린 셈이다. 문 전 재판관은 질문의 디테일에 따라 AI의 답변이 완전히 달라지는 사례를 들며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하는 능력과 창조성이고 이는 인간과 사물에 대한 깊은 이해 즉 인문학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AI 제미나이에게 문형배 이렇게 치면 뭐라고 나오냐면 현재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으로 나온다. 근데 문형배 교수라고 치면 현재 카이스트 초빙 석학 교수라고 나온다. 질문이 다르면 답이 다르다. 질문을 뜨거운 아이스커피를 어떻게 마셔? 이렇게 하면 답을 어떻게 하는가? 질문이 중요하다. 그 다음 AI는 창조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창조는 여러 분야를 넘나들면서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한다. 여러 분야를 넘나들려면 질문을 잘해야 한다. 2가지가 필요하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중 인간에 대한 이해가 바로 인문학이다.

 

현재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가장 이용률이 높은 AI는 제미나이와 챗GPT가 아니다. 바로 ‘클로드’가 1위다. 클로드의 공동 창업자 다니엘라 아모데이는 영문학 전공자다. 문 전 재판관은 “AI를 직접 개발하지 못하더라도 인문학적 역량을 갖춘 제너럴리스트가 AI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클로드가 다른 모델과 차이 나는 점이 하나가 있다. 이 모델을 만든 사람 중에 한 명이 다니엘라 아모데이인데 이 사람의 전공은 공학이 아니다. 뭐겠는가? 인문학 중에서 영문학자다. 이분이 인터뷰를 통해 나는 AI 모델을 만들 수 없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들이 못하는 걸 한다. 나는 인문학 역량을 갖춘 제너럴리스트라고 했다. 그게 1등이다. AI 시대에 인문학은 필요 없는 게 아니라 더 필요하다. 이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책을 읽어야 된다.

 

문 전 재판관은 스스로의 삶을 돌아봤을 때 ‘3無’를 극복하기 위해 치열하게 독서를 했다고 전했다. 판사 재직 시절을 회고해보면 그저 암기식 공부만 많이 했지 ‘무지, 무경험, 무소신’으로 점철된 취약한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좋은 판사가 되기 위해서라도 3無를 상쇄해야 하는데 그 원동력이 바로 독서다. 이를테면 판사는 살인이나 절도 같은 범죄를 직접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김훈 작가의 문학 작품을 통해서라도 경험의 한계를 보충해야 한다.

 

사건의 진실을 100% 아는 사람이 1명 있다. 누구겠는가? 범안 본인이다. 근사치로 아는 사람이 누굴까? 직책으로 보면 변호사다. 수시로 피고인을 만나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아는 사람이 검사와 형사다. 가장 모르는 사람이 누굴까? 판사가 가장 모른다. 근데 판사가 결론을 내야 된다. 그러므로 판사는 지혜로워야 되는데 지혜는 대체로 경험에서 나온다. 근데 판사가 살인을 할 수 있는가? 절도를 할 수 있는가? 뭘 할 수 있는가? 경험을 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책으로 그걸 보충해야 한다. 예를 들면 <흑산>을 쓴 김훈 작가는 그 소설에 보면 아침에 먹은 밥이 저녁의 허기를 채울 수 없다. 이런 구절이 있다. 절도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어떤 법조인이 너는 밥이 없으면 빵을 먹든지 아니면 돈이 없으면 친구한테 그냥 빌리면 되지 왜 훔쳤냐라고 질문을 한다면 그 피고인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법률가들이 문학 작품을 좀 많이 읽어야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지난 2024년 1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넉달간 진행되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을 돌이켜보자. 그때 헌법재판소장 권한 대행을 맡고 있던 문 전 재판관은 하루 2천건의 문자 폭탄과 집 앞 시위 등으로 엄청난 정치적 압박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사명과 소신’ 덕분이었다. 이것 역시 독서를 통해 형성된 헌법 수호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내가 87년도에 광주에서 검사 신고를 했다. 나는 영남에서만 산 사람 아닌가? 그리고 5.18이 일어났을 때 그걸 폭동으로 배운 사람이다. 근데 뒤늦게 그게 진실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황석영 작가가 쓴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도 읽고 그 다음에 86년도에 망월동 묘지에 참배도 하고 그러면서 이 지역에서 한 번 살아봐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87년도에 4개월 동안 살았다. 조선대 앞에서 판사 생활을 했는데 그때의 기억과 경험이 소신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줬다. (황석영 작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글을 쓰는 이유는 성찰하고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서다.

 

과거 문 전 재판관은 강도살인죄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상급심에서 최종 무죄가 나온 사건을 거론하며 “오판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날 저녁에 생각을 해보니 의사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데 판사는 멀쩡한 사람을 죽일 수 있겠구나. 판사 하는 일이 너무 힘들다는 생각을 그 무렵에 썼었고 그때 낸 책에도 보면 판사의 일이라는 제목으로 책에 실려 있을 것이다. 나는 반성을 할 줄 알았다. 이런 것들을 기록하기 위해서 블로그를 했는데 그게 20년 전이다.

 

 

블로그에 있는 글들을 모아 2025년 책 <호의에 대하여>를 출간하게 됐는데 문 전 재판관은 그렇게 제목을 지은 이유를 설명했다.

 

사람들이 책을 고를 때 첫 번째로 고려하는 게 제목이다. 만약에 ‘평범함의 특별함에 대하여’로 지었다면 내가 볼 때 한 1만권쯤 팔렸을 거라고 본다. <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로 했으면 2천권이다. 이거는 사람들이 보지를 않는다. <호의에 대하여>라고 지으니까 16만권이 팔렸다. 다른 강연에서 어떤 분이 자기가 책을 사가지고 정독을 했는데 호의라는 제목의 글이 없다. 그러므로 이건 사기다. 그래서 제가 서문에 보면 호의로 이 책을 낸다라고 호의라고 지은 이유를 써놨다. 사기가 아니다.

 

문 전 재판관은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의 일화를 소개하며 “호의가 선순환이 되면 공동체는 아름다워진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장하 선생님이 나한테 장학금을 주고 나는 그 호의를 갚기 위해서 이 사회에 진 빚을 갚으려고 노력했는데 이런 것들을 말하는 것이다. 다른 예를 한 번 들어보겠다. 지금 세계적으로 AI 열풍이 불어서 가장 잘 나가는 미국 기업이 엔비디아인데 그 젠슨 황이 GPU를 팔기 위해서 용산 전자상가에 영업하러 다녔다는 걸 아는가? 근데 95년에 젠슨 황이 일본의 ‘세가’라는 게임업체로부터 납품 수주를 했는데 정해진 기일에 개발을 못 했다. 그래서 젠슨 황이 세가 회장(이리마지리 쇼이치로)을 직접 찾아간다. 계약을 취소해달라. 그러나 선수금은 반환 받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왜냐하면 그러면 우리 회사 망한다. 그런데 세가 회장이 그걸 받아준다. 그래서 그 500만불을 나중에 엄청난 제품을 만들어내고 그게 지금의 GPU 열풍을 일으킨 제품이다.

 

그로부터 22년이 흐르고 2017년 쇼이치로 세가 회장이 연말 송년회에서 상영할 축하 영상을 젠슨 황으로부터 받기 위해 이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젠슨 황이 거절했다. 그 대신 젠슨 황은 “내가 직접 가겠다”고 의사를 전달했다. 2017년만 해도 젠슨 황은 전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었는데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송년회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으로 갔다. 쇼이치로 회장은 눈물을 흘렸고 일본 재계는 발칵 뒤집혔다. 문 전 재판관은 이게 바로 “호의의 힘”이라고 말했다.

 

<어른 김장하>로 알려진 김장하 선생으로부터 장학금 혜택을 받았던 것처럼 문 전 재판관은 “개인의 성공 중 노력의 대가는 5분의 1에 불과하며 5분의 4는 사회 전체가 축적한 세습 자산과 행운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과 호의를 사회에 다시 베풀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음을 역설했다.

 

(넷플릭스가 초고속 인터넷망과 코로나라는 예기치 않은 행운의 덕을 입은 것처럼, 한류 열풍이 김대중 대통령과 김구 선생의 선견지명 덕을 입은 것처럼) 우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다. 김구 선생은 산에는 한 가지 나무만 나지 아니하고 그에는 꽃만 피지 아니한다. 여러 가지 나무가 어울려서 위대한 삼림의 아름다움을 이루고 꽃이 섞여 피어 봄들의 풍성한 경치를 이루는 것이다. 이런 말을 했는데 나무 여러 가지가 어울려서 아름다움을 이루고 백가지 꽃이 섞여 피어서 위대한 몸들의 경치를 이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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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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