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카페 사장’으로 위장한 ‘범죄자’였을까?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교외로 나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힙한 대형 카페들이 많다. 전국 어디에든 있다.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에 있는 ‘카페 8794’ 역시 마찬가지였다. 샷시 공장 창고를 개조한 팩토리 컨셉으로 문래동(서울 영등포구)에 있을 법한 그야말로 유명한 카페였다. 그런데 이곳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사람을 냉동창고에 가둬 죽게 만들었다. ‘감금치사’인지 ‘살인’인지 아직까진 확정할 순 없지만 둘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살인사건을 자행하기 얼마 전 카페 외부 공간에 냉동창고를 들여놓은 범인의 행태가 무척 수상하다. 고의적인 살인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AI로 “냉동창고에 사람이 갇히면 어떻게 되냐”고 검색을 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그리고 냉동창고에서는 시신과 함께, 액면가 500억원에 달하는 위조된 백화점 상품권 뭉치가 발견되었다. 단순 실종 사건으로 시작된 수사였는데 어느새 살인이 포함된 위조 상품권 조직 범죄를 파헤치기 위한 중대 작전으로 커졌다.

 

사건 개요

 

사건의 시점은 2026년 9월3일 오전 11시경이다. 피해자 A씨(60대 여성)는 “정가보다 20% 저렴한 백화점 상품권의 진위를 감정해달라”는 상품권 브로커 B씨(50대 남성)의 요청을 받고 차량을 타고 파주시 문산읍으로 향했다. 사건 당일 A씨와 초면이었던 카페 업주 신모씨(1987년생 또는 1986년생 남성)는 “상품권이 현재 냉동창고에 보관돼 있다”며 A씨를 카페 야외 공간에 설치된 흰색 냉동 컨테이너 창고로 유인했다. A씨가 창고에 들어가자 신씨는 문을 잠그고 가뒀다. 신씨가 직접 자물쇠를 잠궜다고 한다. 신씨는 피해자의 폰을 차에 두고 내리도록 유도한 뒤 이를 받아 전원을 끄고 보관했으며, 경찰 추적을 방해하기 위해 폰을 껐다 켰다 했고, 실제로 경기 고양시 일산 서구와 동구 일대로 가서 폰을 켜기도 했다. 특히 신씨는 범행 직후 카페 직원들에게 “출근하지 말라”고 지시한 뒤 서울로 도주했다.

 

 

피해자가 돌아오지 않자 브로커 B씨는 이 사실을 피해자 가족에게 알렸고, 유족은 9월4일 자정 즈음 영등포 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스마트폰 위치 추적 등을 통해 동선을 파악했고 같은 날 카페 8794에 있는 냉동창고 안으로 진입했다. 그곳에서 얼어붙은 상태의 A씨의 시신을 발견했는데 감금된지 약 27시간 만이었다.

 

경찰은 서울에서 신씨를 긴급체포했다. 체포 직후 신씨는 수사에 혼선을 줄 목적으로 “피해자와 헤어진 장소는 카페에서 차로 10분 떨어진 마장리”라고 거짓 진술을 하여 경찰이 14시간 가량 다른 지역을 수색하는 헛수고를 하게 만들었다.

 

△2026년 7월말

신씨가 조판업체와 인쇄업체에 “영화 촬영용 소품”이라며 500억원대 가짜 백화점 상품권 제작 의뢰

△2026년 8월25일~27일

신씨가 냉동창고 업체에 임대를 의뢰해서 급송해달라고 독촉 후 27일 설치 완료

△2026년 9월3일 오전 11시

브로커 B씨 차량을 타고 피해자 A씨가 카페 도착+신씨가 냉동창고에 유인 및 감금

△2026년 9월 4일 오전 0시

유가족 실종 신고 접수

△2026년 9월4일 낮

냉동창고에서 피해자 시신 및 500억 위조 상품권 발견+신씨 긴급체포

△2026년 9월7일

신씨에 대해 유인 등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 발부

△2026년 9월9일~10일

신씨가 AI에 “냉동창고에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되나”라고 검색한 정황 포착 및 유가증권 위조 혐의 추가 입건

 

‘단순 살인’인가? ‘조직적인 사기 범죄’인가?

 

관할에서 벌어진 강력 사건인 만큼 사건을 이첩 받은 파주경찰서는 강력수사팀 3개팀(총 17명)을 투입해서 신씨의 범행 동기와 위조 상품권 유통 경로, 공범 여부 등을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다. 신씨는 우발적인 범행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치밀한 사전 계획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으며 거대한 조직 범죄의 시나리오까지 완성되고 있다.

 

무엇보다 신씨는 8월25일 냉동창고 임대업체에 “내일 당장 보내달라”고 독촉한 끝에 27일 새벽 냉동창고를 카페 앞마당에 설치시켰다. 단골 고객들이나 카페 비품 제공업자들이 그동안 본 적이 없는 어색한 신규 구조물이었는데, 인테리어나 디자인이 매우 중요한 카페 8794에서 너무 뜬금 없는 것이었다. 더구나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밝혀진 부분인데 신씨는 피해자를 감금한 직후 AI에 “냉동창고에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되나”라는 취지로 검색해봤으며, 26시간 넘게 CCTV로 창고 내부를 모니터링하며 수차례 직접 들락거렸다.

 

시신 옆에서 발견된 500억원대 백화점 상품권은 뒷면에 ‘촬영용’ 문구가 적혀 있는 등 눈에 띌 정도로 조잡하게 위조된 상태였다. 프로파일러 배상훈 교수(우석대 경찰범죄심리학과)는 “상품권 위조는 단순 할인 거래와는 차원이 다른 중대 범죄”라며 “추운 냉동창고 안에서는 어두운 조명과 추위 때문에 상품권의 위조 여부를 꼼꼼히 살피기 어렵다는 점을 노리고 사전에 장소를 물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재 경찰은 피해자를 유인한 브로커 B씨를 상품권 위조 혐의로 입건했으며, 최소 3명 이상의 공범이 위조 상품권 제작·보관·유통 및 사기 기획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다.

 

범행 동기는 뭘까?

 

범죄 전문가들은 신씨가 30대 카페 업주라는 위장 신분 뒤에서 살인까지 감행할 만큼 중대한 조직 범죄와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의 가설을 세우고 추론을 해보자면 이런 거다. 일단 피해자 A씨는 경찰 수사 결과, 상품권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여러 단계의 브로커를 거쳐 상품권 감정을 맡게 된 인물로 밝혀졌다. 그래서 A씨는 상품권을 할인가(약 20%)에 매입하기로 한 거래를 위해 냉동창고로 갔고 거기서 가짜임을 확신하자 항의를 했고, 이에 신씨가 당황해서 증거 인멸을 위해 살인까지 하게 된 것이 아니냐는 가정이다. 살인 자체가 치밀하게 짜여진 계획 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허술한 부분들이 많고 얼마든지 발각될 수 있는 리스크가 컸던 만큼, 거액의 가짜 상품권 거래를 용이하게 하려고 냉동창고를 급히 마련했고 거기서 일을 그르치자 살인을 저지른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실제로 경찰은 신씨에게 10억원 규모의 채무가 있던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신씨가 가짜 상품권을 현금화하려고 했는데 A씨가 가짜라는 걸 알아채자 살인을 저지른 것 같다는 다른 공범의 진술을 확보했다.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머튼이 정립한 아노미 이론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장려되는 문화적 목표(부와 성공)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제도적 수단(정당한 경제 활동) 간의 불일치가 생길 때 개인은 범죄적 ‘혁신 행동’을 선택하게 된다. 신씨는 카페 운영만으로는 막대한 부를 축적하거나 사기 조직 내에서 원하는 경제적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하자 ‘영화 소품’이라는 기만을 통해 500억원의 위조 상품권을 제작하고 이른바 ‘상품권깡’으로 한몫 챙기려고 했던 게 아닐까?

 

1970년대 영국 범죄학계에서 태동한 (범죄학에서의) 합리적 선택 이론에 따르면, 범죄자는 범죄를 저지를 때 기대되는 이익과 발각 위험 및 처벌 비용을 계산하여 행동을 결정하기 마련이다. 신씨는 범행 전 500억대의 위조 상품권을 현금화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에 혈안이 돼 발각 위험을 과소평가했다. 전문 감정인으로 보이는 피해자 A씨가 냉동창고 현장에서 상품권이 위조품임을 한눈에 알아채고 항의하자, 자신의 거대한 사기판이 무너지고 형사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극심한 공포와 인지적 패닉에 빠졌을 것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 이에 신씨는 피해자를 영하 18도의 냉동창고에 감금한 뒤 CCTV로 상태를 관찰하고, AI에 치사 여부를 검색하며, 경찰 체포 후 거짓 진술로 14시간을 허비하게 만드는 등 ‘상황을 통제하고 범죄를 은폐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합리적 판단을 내리고 실행한 것으로 여겨진다. 무엇보다 신씨는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범행 하루만에 임시 휴업 후 다음날 정상 영업 공지를 올리는 식의 침착한 은폐 시도를 해서 발각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냉혹한 합리적 선택 기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범죄의 전모가 하루 빨리 밝혀지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구두 소견 결과 시신에서 특이 외상이 확인되지 않음에 따라, 피해자 A씨는 극심한 추위 속에 얼어 붙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한 추가 감식과 함께, 500억대 위조 상품권의 실제 유통 여부 및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나아가 신씨가 위조 상품권을 제작하려고 한 정확한 목적과, 거래를 하기 위한 유통 구조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신씨는 범행 동기를 캐묻는 경찰에 묵비권을 행사하는 대신 지속적으로 진술을 바꾸고 있다고 알려졌다.

 

배상훈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인 간의 금전 갈등이나 살인 사건을 넘어 허술한 유가증권 인쇄 검증 절차, 음성적인 상품권 할인(상품권깡) 시장의 허점 그리고 이를 악용한 집단적 사기 조직의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고한 생명이 영하 18도의 냉동창고에서 사그라드는 비극으로 귀결되었다. 파주경찰서가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것인데,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한 A씨의 명복을 빈다.

프로필 사진
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관련기사

19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