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비의 다른 은비] 31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시원하고, 맑은, 푸르른 바닷물 같은 그 눈동자를 바라보면. 눈동자를 더 돋보이게 만드는 하얀 털을 부드럽게 만지고 있자면. 모든 근심이 이 순간만큼은 사라지는 것 같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집에서는 거의 누워 있는 내 곁에 다가와, 자신의 동그란 머리나 털복숭이 엉덩이 중 하나를 내 몸에 밀착하는 ‘우유’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 달 동안 임시 보호하고 있는 가장 친한 친구의 고양이 두 마리 중 누나인 우유. 그녀는 12살이고 사람 나이로 치면 완전 할머니다. 하지만 이렇게 귀여운 할머니가 존재할 수 있다니! 여전히 아기처럼 새로운 택배가 도착하면 콩콩콩 털복숭이 발로 달려와서는 어떤 존재인지 냄새를 맡고, 공기 중 날아다니는 자신의 털에 놀라 휙휙 도망가는 바보미를 뽐내고 있으니까! 지금은 고양이 할머니로서 커다란 백호 같은 자태를 자랑하지만 원래 우유는 사람의 수면양말에 쏘옥 들어갈 정도로 작았다. 어느 겨울 입양한 고양이를 만나러 오라는 친구의 말에 서울에서 부천까지 달려간 날. 작은 빵집에서 나를 기다리던 친구가 롱패딩 지퍼를 죽 열고 보여준 품 안의 하얀 털뭉치
※ 우연히 스레드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에 대한 긴 글을 접하고 정독했고 평범한미디어로 가져와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게시자의 허락을 맡고 전문 그대로 외부 기고를 공개합니다. <참교육>이 가져다주는 카타르시스와 문제 환기 효과가 제도 변화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평범한미디어 외부 기고 윤의성] 2026년 6월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공개됐다. 무너진 교육 현장을 정상적인 제도가 지키지 못하자 정부가 마지막 카드로 꺼낸 가상의 기관 ‘교권보호국’이, 교권을 침해하는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를 직접 응징한다는 이야기다. 작품의 전제는 분명하다. 교권을 침해하는 자들의 문제는 지금의 법체계와 행정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이 전제는, 안타깝게도 우리가 매일 뉴스에서 확인하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답답한 현실에 갇힌 사람들에게 시원한 ‘사이다’가 되기를 자처한다. 문제는 그 사이다의 작동 방식에 있다. <참교육>이 내세우는 쾌감은 세 박자로 짜인다. 첫째 기존 제도(법원/학폭위/민원 절차)는 느리고 무력하고 부패했다는 전제. 둘째 그러니 강력한
※ [조은비의 다른 은비] 30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작은 주얼리 공방을 운영하며 정말 많이 들었던 질문이 있다. 어쩌다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혹시 전공하셨어요? 나는 연세대학교 사학과에서 한국사를 전공했다. 내가 어쩌다 이 일을 시작했는지 그 긴 이야기를 최대한 짧게 줄여 말할 때 이렇게 구체적으로 학교까지 밝히는 일은 드물다. 보통 전공만 말하고 전혀 상관없는 일을 시작한 6년간의 이야기를 짧게 줄여 말한다. 우연히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고 관심이 계속 생겨 취미로 시작하게 되었죠. 이렇게만 잘 대답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이해해주었다. 혹시 학교를 밝히면 대화는 조금 슬픈 방향으로 흘러가니 주의해야 한다.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후회하진 않으세요? 너무 아깝다... 내 작은 공방. 하지만 그날. 나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내 학교를 밝혔다. 어머, 너무 아깝다. 그녀의 반응도 다른 사람들과 비슷했다. 그녀의 눈빛과 탄식은 진심이었다. 이제 내게는 목표 달성 전까지 밀어붙이는 자기착취적 성격,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는 졸업장, 걸레로 쓰는 졸업식 기념 수건이 전부인 모교의 흔적. 그 모교가 준 ‘타이틀’을 그녀는
※ [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36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크루] 한 달 만에 다시 ‘산전수전’을 재개하는 것 같다. 그동안 정말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관광학 박사과정(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 수료를 앞두고 학술 논문 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는데 논문 일곱 편을 써서 학술지에 투고하였다. 이중 3편은 게재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고 나머지 네 편은 아직 심사 중이다. 여기에 더해 오는 7월에 개최될 한국관광학회 국제학술대회 참가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2022년 2월에 참가해본 적이 있는데 4년 만에 다시 기회가 와서 감개가 무량하다. 그래서 관련 컨퍼런스용 논문도 1편 작성해놨다. 그동안 나는 관광 계열 논문만 작성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이중학적자(성균관대 법학 석박사 과정)로서 법학 논문을 쓰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배재대 법학과 출신으로 관광학보다 법학을 먼저 접했다. 법학 논문은 구성, 논증 방식, 참고문헌 인용 표기까지 관광학 논문 작성법과 모든 게 다르다. 특히 법학 학술지는 각주와 인용 방식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데 그런 만큼 많이 헤맸던 것 같다. 이내 법학 논문 한 편을 완성했고 투고까지 마
※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싶은 동기부여가 될 만큼만 읽다가,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면 그만 읽고 바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동진 평론가처럼 스포를 확인해도 영화를 보는 재미가 반감되지 않는 타입이라면 그냥 읽어도 상관없다.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와 박효영 기자 공동 작성] 공포물을 꽤 좋아하고 즐기는 편이다. <심야괴담회> 애청자이며 공포 유튜브도 챙겨 본다. 당연히 이번에 개봉한 영화 <살목지>도 오픈하자마자 바로 감상했다. 4월초에 개봉해서 약 한달 동안 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을 만큼 큰 성공을 거뒀는데, 공포 영화의 약진은 분명 눈여겨볼만한 대목이 있다. 사실 <살목지>가 제작된다고 했을 때 걱정 반과 우려 반이었다. 기대감이 들기 보단 애타는 마음이 컸다. 살목지라는 곳은 충남 예산에 위치한 저수지다. 그런데 <심야괴담회>에서 살목지를 조명한 뒤로 너무 많이 유명해졌다. 살목지 에피소드는 <심야괴담회> 역대급 회차로 남았는데 단숨에 ‘심령 스팟’으로 떠올랐고 너무 많이 어뷰징된 만큼 과연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러웠다. 평범한미디어
※ [조은비의 다른 은비] 29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8개월간 고기를 먹지 않고 있다. 왜 고기 안 먹어? 너는 그럼 왜 고기 먹어?...... 왜? 오스트리아에서 만난 비건, 베지테리언 친구들과 개인의 선택을 상대적으로 더 존중하는 그들의 문화에서 자연스럽게 나는 채식에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바드가스타인(Bad Gastein)에서 맨눈으로 수천개의 별들을 봤던 순간도 큰 영향을 주었다. 눈으로 각기 다른 색을 가진 은하, 행성, 별들을 바라보며 이 우주에서 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그렇지만 나도 저들과 같은 ‘별’이구나. 그리고 우리는 모두 ‘하나 구나’라는 강력한 연결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연결감 때문에 나는 한국에 돌아와서 고기를 먹을 수 없게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반려동물로서의 개와 그 개를 팔았던 펫숍이 운영하는 강아지 공장의 번식견이 똑같은 개이고. 그 개들이 먹는 사료가 되는 닭, 소, 돼지도 내가 사랑하는 골든리트리버와 똑같이 고통을 느끼고. 특히 돼지는 개보다 지능이 높은 동물이란 걸 이제는 진실을 알아버렸다. 그리고 예전의 모르던(모른 척 하던) 나로 돌아가기 싫어졌다. 그날 내가 주문한 두
※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싶은 동기부여가 될 만큼만 읽다가,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면 그만 읽고 바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동진 평론가처럼 스포를 확인해도 영화를 보는 재미가 반감되지 않는 타입이라면 그냥 읽어도 상관없다.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사실 필자는 신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뭐 싫어한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예능도 고민 상담류? 이런 거 안 좋아한다. 사연을 토로하다 보면 분명 울게 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슬픈 것을 아예 안 보는 건 아닌데 뭔가 슬픈 장면이나 신파물을 계속 보면 상당히 피로감을 느낀다. 특히 개연성과 상관 없이 오직 울리기 위한 억지 신파는 정말 별로다. 그러나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다르다. 단순히 “울어 왜 안 울어? 정말 슬프지 않아?”라고 하는 어거지 신파가 아니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안타까운 감정이 자연스럽게 끓어오르는 그런 슬픔이다. ‘비통하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2월 초에 개봉해서 두달 넘게 장안의 화제인 <왕과 사는 남자>를 좀 늦게 봤다. 리뷰 기사를 쓰고 싶은데 뒷북 치는 꼴이 되더라도 그냥 넘어가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다. 굳이
※ [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35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크루] 벚꽃이 만개한 봄의 계절인데 한낮 기온은 초여름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벌써 중간고사 기간이다. 2026년도 1학기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세월도, 계절도, 학사 일정도 모두 앞으로 속절 없이 흐르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내 마음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몸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마음은 한 곳에 고여 있다. 이번 학기 나는 다시 성균관대(법학)와 세종대(호텔관광경영학) 석박사 학위 과정을 동시에 병행하게 됐다. 시작할 때만 해도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종로와 광진을 왔다갔다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이번만큼은 끝까지 버텨보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근데 처음의 각오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가혹한 현실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세종대는 이번 학기가 끝나면 박사과정을 수료할 수 있다. 하나의 고비를 넘긴 것 같지만 사실 수료는 끝이 시작에 가깝다. 박사학위 논문을 본격적으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길고 긴 심사의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석사 논문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이미 겪어 봤다. 박사 논문은 2배 이상의 험난한 길이 예고돼 있다. 벌써부터 무거운 짐을 짊
※ [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34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크루] 평범한미디어 지면에 ‘김철민의 산전수전’이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글이 올라온 날이 2023년 12월5일이었으니 어느덧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이어갈 수 있을지, 또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들이 정말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어떻게 하다보니 2년 넘게 연재를 할 수 있어서 관심을 보여준 독자들에게 감사한 마음 뿐이다. 나는 때마다 내 삶에서 마주한 고민과 감정, 크고 작은 사건들에 대한 소회를 솔직하게 풀어냈다. 최근에 지난 글들을 다시 천천히 읽어봤다. 참 많은 일을 겪었고, 참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때로는 무너질 듯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디게나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말 그대로 산전수전을 헤쳐온 나 자신에게 정말 고생 많았고 수고 많았다는 격려의 말을 해주고 싶다. 봄꽃이 피고 날이 따뜻해졌다. 어김 없이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나는 기아 타이거즈 팬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타이거즈의 10번째 우승을 지켜보며 야구를 좋아하게 됐다. 타이거즈의 2군 홈구장이 전남 함
※ [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33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크루] 새학기가 시작된지 벌써 2주가 지났다. 과제는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번 학기 내게 더 절박한 문제는 학업 자체보다 ‘돈’이다. 요즘 나는 생활비 마련, 장학금 반환, 대출 상환, 건강 문제까지 여러 악재를 한 꺼번에 겪고 있다. 하나씩 정리해보고 싶은데 우선 가장 급한 것은 생활비다. 2025년 1학기부터 세종대 프로젝트 과제(융합 전공 강의)에 참여하며 인건비를 받았고 그 돈으로 생활비를 가까스로 충당해왔는데 이번 학기부터는 끊겼다. 융합 전공 참여 학과들 가운데 인공지능 관련 학과(AI데이터사이언스학과) 학생들만 프로젝트 과제에 참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속해 있는 관광학과(호텔관광조리외식경영학)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다. 다만 방식이 바뀌었다. 관광학도들은 프로젝트 과제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첫 달에만 60만원을 받고, 이후에는 매주 강의를 듣고 논문을 학술지에 투고해서 게재가 확정되어야 나머지 인건비를 소급받는 구조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 나에겐 너무 비현실적이다. 첫 달 60만원으로는 학기 전체를 버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