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신지예 무소속(팀서울) 후보가 위성정당 사태에 대해 "결과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180석을 만들어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180석(민주당 163석+더불어시민당 17석)이 민주당의 오만함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 신 후보의 판단이다.
신 후보는 정의당 위주로 결성된 '반기득권 정치동맹(기본소득당/미래당/진보당/녹색당)'에 불참했다. 21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에 들어간 기본소득당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신 후보는 위성정당 문제가 이번 보궐선거와도 연결된다고 주장했다.
신 후보는 4일 오후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박원순 성범죄 사건에 이렇게 안일하게 대처하고 자신들의 문화자본이나 언론자본 같은 것들을 사용해서 피해자를 곤궁한 처지로 내몰고 있고 제대로 대처를 안 하는 것은 결국 의석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그 권력을 누가 어떻게 만들어냈느냐?"고 설파했다.
이어 "(시민당에) 가자평화인권당과 가자환경당이 들어갔을 때만 해도 이상한 그림이라고 여겨졌었다"면서 "시대전환과 기본소득당이 들어가면서 재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뜻있는 청년 정당들도 같이 끼워주는 그림이 만들어졌다. 그게 암묵적으로 동의되고 합의됐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노골적인 위성정당으로 강하게 비판받을 수 있었는데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이 합류하게 되면서 희석됐고 정당화를 시켜줬다는 것이다.
2020년 1월부터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개정된 선거법(준연동형 캡 비례대표제)에 편법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체 위성정당(미래한국당)을 만들기 시작했고 2월 즈음 하승수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연합정당론을 수면 위로 띄웠다.
그 이후 여러 모델이 제기됐는데 A모델은 민주당의 위성정당(다른 세력에 할당되는 의석은 2석 이하)이고, B모델은 민주당 위주로 플랫폼 정당을 만들되 최소 4개 세력 이상에게 의석을 배분하는 것이고, C모델은 민주당 없이 작은 정당들끼리 플랫폼 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A모델은 시민당과 미래한국당 사례이고, B모델은 미래당의 구상이었고, C모델은 김찬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의 아이디어다.
신 후보는 "C모델은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그때 당시 김찬휘 대표가 말씀하신 C모델은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는 민주당을 기본으로 하는 A모델로 기울었다. 사실 가설 정당(B모델)도 10월 즈음에 폐기됐었다"고 밝혔다.
나아가 신 후보는 "A모델과 B모델 모두 틀렸다고 생각하는데 왜냐면 작은 정당들끼리 모여서 뭔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결과적으로 민주당에 얹혀가게 되는 것"이라며 "근데 그 의석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그 의석이 정의당에서 뺏은 의석이다. 사실 정의당에서 뺏은 의석을 상당 부분 민주당한테 주고 그중에 하나를 가져간 것"이라고 일갈했다.
신 후보는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이 "힘이 센" 민주당의 권력에 기대어 이득을 취했다고 단언했고 동시에 정의당을 압박하는 기제로도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신 후보는 "(정의당의 총선 실패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때 당시 그 아래에서 정의당보다 힘이 약한 원외정당들(미래당/녹색당/구 민중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과, 정의당보다 힘이 센 민주당이 정의당을 압박하는 형태였다"며 "위에서는 깔아뭉개고 아래에서는 밀어내는 형태였기 때문에 단순히 정의당 심판론으로는 그때의 문제를 제대로 짚고 넘어갈 수 없다"고 역설했다.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 체제에 균열을 내기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관철시켰는데 결과적으로는 양당 체제를 심화시켰다.
신 후보는 "정의당만 손해를 본 게 아니라 궁극적인 피해자는 유권자였다. 민의가 반영된 형태의 선거제도를 만든다고 해놓고 그걸 지키지 않았다"며 "그때 정치적인 에너지가 얼마나 많이 소비됐는가. 국민들은 정치 혐오를 느낄 수밖에 없다. 미래한국당이 더 많은 의석을 갖게 되면 큰일이다 이러면서 결국 양당 체제를 공고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결국 신 후보가 정의당에 요구하는 것도 위성정당 사태에 대한 성찰과 정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정의당은 총선 직전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드는 움직임을 보인 것에 대해 격렬하게 저항했었다. 다만 신 후보는 향후 진보적 연대를 위해서라도 정의당이 위성정당에 참여했거나 동조했던 정당들의 반성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관련해서 신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여영국 정의당 대표와 회동했다.
여 대표는 "기존의 좁은 형태의 진보대연합 방식보다는 다양한 사회세력들이 새롭게 연결하는 방식의 정치 연합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故 노회찬 의원의 개헌 모델을 언급하며) 개별적인 의제가 아니라 좀 더 명확하고 포괄적인 비전을 바탕으로 보궐선거 이후 대선까지의 정치연합을 검토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 후보는 "반기득권 정치연합은 단순히 구호로 될 수 없고 구체적인 내용과 원칙이 중요하다"며 "위성정당 사태와 같은 위법적인 사태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를 하는 것이 전제조건이 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평범한미디어 취재 결과 비공개로 나눈 대화에서 신 후보는 정의당이 "지붕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발언했고 여 대표는 "정의당만으로 대선을 치르지 않고 최대한 넓게 가려고 한다"는 지점을 부각했다고 한다. 특히 둘 다 각자의 요구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신 후보에게 직접 "지붕"의 의미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봤는데 크게 아래와 같은 3가지 맥락이 있다.
①의석수라는 현실론에 굴복한 행위를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다음에 또 반복
②반기득권 동맹이 민주당의 야합과 다르다는 차별화
③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는 비저닝(visioning)
신 후보는 ①을 해야 ③이 가능하고 그래야만 ②을 어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신 후보는 "진보가 지금 2021년 대한민국과 서울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명확한 해답과 비전을 내놔야 한다. 비저닝을 해야 한다"며 "아무래도 지금까지 진보적 제3지대로서 역할을 해줬던 정의당이 계속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 후보는 민주당이 절대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에서 추가적인 선거제도 개혁이 어렵다고 전망했고 "지금 있는 선거제도에서 돌파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국면까지 왔으면 기존의 좌우를 벗어나서 몇가지 원칙을 세우고 그 안에서 협력하는 방식으로 가야 하고 그렇게 돌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