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김우리 기자]
“지금 미얀마에서는 불법체포된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 피해 사례가 드러나고 있지만, 국제 사회의 관심은 미비합니다. 여러분께서 들고 계신 사진 속 여성은 ‘미얀마 여성들의 성폭행을 제발 못 본 척 해달라’고 말하고 있어요. 사실은 못 본 척 하지 말아달라는 간절한 호소입니다.”
미얀마 민주화투쟁을 지지하는 광주시민들의 8차 딴봉띠(냄비 등을 두드리며 악귀를 쫓는 미얀마 전통 풍습) 집회가 24일 토요일 오후3시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열렸다. 50여 명이 참가한 이날 집회에선 지난 한 주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사진 한 장이 화두였다.
이 사진은 민족통합정부(NUG)의 차관 에이 띤자 마웅(Ei Thinzar Maung)의 1인 시위 모습으로 ‘미얀마 여성들이 군경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고 있지만, 유엔(UN)의 여성들은 이를 계속 무시하시기 바랍니다. UN의 여성들이여, 제발 못 본 척하세요’라는 역설적인 메시지가 적혀있다.
이날 집회 참가자 중에는 딴뽕띠 집회를 위한 냄비, 꽹과리 등 외에도 딴자 마웅 시위의 사진을 프린트해 들고 온 이들이 많았다.
매주 열리고 있는 딴뽕띠 집회는 광주 시민사회, 미얀마 유학생 등이 참여해 한 주간 벌어진 미얀마 투쟁 소식을 공유하고, 미얀마를 향한 연대의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특히 5월을 앞두고 있어 광주 시민들의 미얀마 투쟁을 향한 연대와 지지의 목소리에 더 큰 힘이 실렸다. 김난희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5·18을 떠올리며 미얀마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어제 티브이에서 미얀마 군부 쿠테타 세력이 드론을 띄워서 시민들을 살상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첨단 과학이 이렇게 쓰일 수도 있구나 싶어서 굉장히 놀랐습니다. 광주의 오월도 무자비한 탄압에 맞서 싸워 현재의 자유를 쟁취한 역사입니다. 우리가 미얀마의 아픔에 함께 하고 전 세계가 응원을 보낼 때 미얀마도 민주주의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날 집회에선 광주 광산구청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미얀마 민주화투쟁을 상징하는 ‘세손가락’ 디자인 마스크를 전달하기도 했다.
김병수 광주 광산구청 인권팀장은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이 광산구에 가장 많이 살고 있어 민주화투쟁을 지지하는 광산구민의 마음을 담아 마스크를 제작했고, 5월 광주를 찾는 외지분들에게 나눠드릴 예정”이라며 “오월을 앞둔 시점에 5·18 당시 피와 밥을 나눈 이곳 광주가 이웃나라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얀마 전통의상을 입고 집회에 참여한 미얀마 유학생 샤샤는 “미얀마에서 싸우고, 죽고 있는 분들을 생각하면 우리가 편하게 시위하고 있는 것 같아서 슬프고 미안하다”면서 “그래도 이렇게 광주 시민들이 함께 해주어서 힘이 넌더”고 연대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이번 8차 딴봉띠 집회는 고재종 시인의 미얀마 연대시 낭송, 미얀마 민주화투쟁 구호와 노래 따라하기, 딴봉띠 시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으로 진행됐다.
한편 광주 딴봉띠 집회는 오는 5월1일 토요일 9차 집회 이후 휴지기에 들어간다. 주최 측은 “두 달 간 진행되어온 딴뽕띠 집회는 많은 이들에게 미얀마 현지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시작됐다”며 “휴지기를 갖지만, 미얀마 투쟁을 위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연대와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딴뽕띠 집회는 지난 3월 6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오월민주여성회, 광주전남6월항쟁,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 문화예술인 등이 꾸려왔으며, 많은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