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사실 새삼스럽다. 대한민국에서 프로야구는 최고의 인기 스포츠 종목이라 직관을 안 해본 사람이 드물다. 그래서 굳이 후기까지 써야 할까 싶었다. 그럼에도 깨알 같은 이야기들이 좀 있다.
나는 광주광역시 출신이고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야구부 소속 선수로 활동했다. 그래서 1990년대 후반 해태 타이거즈의 왕조 시대가 끝물일 때 그 위상을 직접 체감했던 기억이 있다. 1997년 V9 이후 2009년 V10과 2017년 V11까지. 단언컨대 타이거즈는 최고의 야구팀이다. 물론 2000년대 이후 기아 타이거즈는 과거와 달리 그 위상이 많이 격하됐다.
4월27일 화요일 18시반 광주 챔피언스필드.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 결과는 기아의 4대 3 역전승이었다. 7회말 터커 선수의 중전 안타로 2점을 냈던 것이 결승점이 됐다.
프로 스포츠는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 요즘 나는 고향으로 내려와 언론사를 세우고 이것 저것 일이 많지만 꾸준히 기아의 경기를 챙겨보고 있다. 이창진(중견수)·최원준(우익수)·김선빈(2루수) 선수 등이 맹타를 휘두르고 있고 나지완(좌익수) 선수는 부진을 겪고 있다. 최근 기아의 전력을 대략 알고 있기 때문에 이날 증흑적으로 직관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윤동욱 기자의 자취방에 누워있다가 홈경기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는 17시였다. 예매는 손쉬웠다. 코로나 여파인지 예매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고 가장 비싸고 뷰가 좋은 챔피언석(4만원×2)을 선택했다.
챔피언스필드는 2014년 2월 야구전용구장으로 재개장했다. 994억원(현대기아차그룹 300억원+국비 298억원+시비 396억원)이 들었는데 그전까지는 50년 된 무등경기장이 홈구장이었다. 무등경기장은 삼성 라이온즈의 구 대구시민운동장과 함께 최악의 낡은 구장 취급을 받고 있었다. 광주시민들은 무등경기장이 얼마나 허름하고 문제가 많은지 뼈저리게 알고 있다. 삼성도 2016년 3월 1660억원을 들여 라이온즈파크를 신축했다.
경기 중에도 그렇고 끝난 뒤에도 나는 K리그 생각이 많이 났다. 팬들의 관심, 시장의 크기, 자본의 규모 등 K리그와 KBO리그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월등하게 차이가 많이 난다. 4월초 난생 처음 가봤던 광주FC 직관(관련 기사)의 경우 그라운드와 관중석이 가까워서 좋았다는 것 말고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경기력도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챔피언스필드에 가면 모든 것이 팬들 위주로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응원단부터 달랐다. 챔피언스필드에서는 관중의 육성 응원만 금지시켰지 치어리더를 포함 응원단이 관중들의 흥미를 돋우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서한국 응원단장만 직접 구호를 외쳤고 관중들은 육성없이도 막대 풍선을 활용해서 신나게 응원을 할 수 있었다. 응원 수단들이 참 많았다. 선수별 상황별 타이틀 음악과 화면이 있고, 분위기에 맞는 응원 구호와 박자가 다채로웠고, 공수 교대 막간마다 이벤트로 채워졌고, 치어리더의 공연도 좋은 볼거리가 됐다.
K리그는 그에 비해 매우 허술했다. 광주에서만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마이크를 쥔 장내 아나운서가 “박수가 필요합니다”를 반복하는 것이 전부였다.
요즘 기아는 딱 반타작 정도 하는 것 같다. 두 번 이기면 두 번 진다. 28일 18시 기준 10승 10패 5할의 승률로 공동 5위다. 이날 경기에서는 선취점을 냈지만 역전(2대 3)을 당했고 그 상태로 7회까지 갔다. 7회말 터커 선수의 적시타로 재역전(4대 3)을 하기 전까지는 솔직히 좀 루즈했다. 홈팀 응원석이 위치한 3루석 구역이 아니라 그런지 좀 지루했던 것 같다.
나와 윤 기자가 있던 포수 뒤편 구역에는 홈팬과 원정팬이 섞여 있었고 조용히 경기를 관람하는 분위기였다. 코로나 방역 조치로 인해 일행이더라도 좌석을 두 칸식 띄워 앉도록 했는데 그래서 더더욱 떠들면서 경기를 관람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 윤 기자는 피곤했는지 경기 도중 수 차례 졸았고 나는 밀린 뉴스 기사들을 체크했다. 옆에 붙어 토크하면서 관람했다면 상황이 좀 달라졌을 것이다. 일행들끼리는 이미 마스크를 벗고 대면했을텐데 다른 일행간의 거리두기를 하면 되지 왜 일행끼리 거리두기를 강제하는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경기 종료 뒤에 MVP로 선정된 터커 선수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터커 선수는 “요즘 성적(2할4푼7리)이 좋지 않아 걱정이 많았는데 오늘 잘 풀려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나아가 터커 선수는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고 큰 박수를 받았다.
우리는 3루석 쪽으로 갔는데 아직 귀가하지 않은 홈팬들이 승리의 여운을 만끽하고 있었다. 응원단장과 치어리더들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역시 스포츠는 이겨야 재밌다.
야구장 밖으로 나와 챔피언스필드를 바라보니 정말 운치가 좋았다.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 기자가 꾸벅꾸벅 졸았던 것도 그렇고 나도 100% 집중하지 못 했는데 코로나가 수그러들기 전까지는 직관을 자제할 것 같다.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