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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직관 후기 “유럽 축구에 너무 익숙해졌지만” 가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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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나는 해버지(해외축구 아버지)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가기 전부터 유럽 축구를 즐겨봤다. 비디오 게임으로 위닝일레븐을 즐겼고 ‘보는 축구’ 못지 않게 ‘하는 축구’도 좋아했다. 하지만 K리그는 보지 않았다. 광주광역시에서 자랐기 때문에 기아 타이거즈 홈경기를 보러 간 적은 꽤 있지만 광주FC는 아니었다. 이러다 프로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축구장에 가보는 일을 평생 못 할 것 같았다.

 

그래서 한 번 가봤다. 마침 얼마 전 김현 기자께서 광주 월드컵경기장 내에 있는 ‘광주축구전용구장’이 부실하다는 비판적인 기사를 썼던 터라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4월4일 일요일 16시반 광주FC의 홈경기. 상대는 인천 유나이티드였다. 결과는 운이 좋게도 광주FC의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다음에 또 갈 수 있는 ‘기분 좋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와 아버지 그리고 윤동욱 기자 총 3명이 함께 갔는데 축구장에 들어선 순간 한 마디로 “현장감이 괜찮다”는 인상을 받았다. 월드컵경기장과 달리 육상 트랙이 없는 축구전용구장이라 관중석과 운동장이 매우 가까웠다. 이게 압권이다. 매번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볼 때마다 바로 그 점이 매력적이라고 느꼈는데 나름 유사한 기분이 들었다.

 

관중석과 가까운 축구전용구장만 찾아서 간다는 조건 하에 K리그 경기 직관을 추천하고 싶다. 현장감은 확실했다.

 

 

다만 경기력은 어쩔 수가 없었다. 시장의 소비자이자 축구팬으로서 K리그의 뼈아픈 수준을 체감했달까? 좀 더 아프게 솔직히 표현하면 “동네 축구” 같았다. 실제 조기 축구를 하는 아마추어 보다는 잘 하겠지만 패스 플레이나 조직력 등 팀플레이 면에서 감탄사가 나올 정도는 전혀 아니었다. 유럽 축구처럼 미친듯이 빠른 경기 전개 속도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축 쳐지는 분위기와 볼을 뒤로 돌리거나 뻥 축구를 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간헐적으로 내리는 이슬비에 젖어 있는 운동장에서 볼을 차는 선수들이 자주 넘어지기도 했다. 

 

광주FC는 지난 시즌 2부 리그를 “씹어먹고” 1부 리그로 진출했지만 이번 경기 전까지는 꼴등(1승 1무 4패 12등)이었다. 축구에 해박한 박세연 기자 말로는 “그 정도의 재정으로 1부 리그에 승격한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했다. 마침 전반 14분 인천의 김준범 선수가 선제골을 넣어 더 실망스러웠고 “또 지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광주의 엄지성 선수(전반 추가시간)와 이희균 선수(후반 추가시간)가 짜릿하게 골을 넣어 역전했다. 역시 스포츠는 우리편이 이겨야 재밌다. 이번 승리로 광주는 2승 1무 4패로 9등이 됐다.

 

 

경기장 시설물에 대한 문제점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문제점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비가 와서 꼼꼼히 이곳 저곳을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 이동식 간이 화장실은 시급하게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비를 제공해준다는 정보를 사전에 알려줬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않았고 미리 구입해온 우리는 돈을 낭비했다. 무엇보다 안경쟁이들은 비까지 온 마당에 습기로 인한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코로나 시국에 따른 관람 수칙이 있었는데 △육성 응원 금지 △떨어져서 앉기 등이다. 관중석 구역마다 보안 직원이 지켜보고 있는데 거리를 둬서(두 칸 이상) 앉아 있는지 감시를 했다. 의문점이 생겼는데 일행들은 이미 마스크를 벗고 대면을 했을텐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일행 사이의 거리를 떨어트릴 게 아니라 다른 일행과의 거리를 유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육성 응원이 금지됨에 따라 장내 아나운서는 주기적으로 마이크를 잡고 “광주FC의 승리를 위해 박수가 필요합니다!”라는 멘트를 반복했다. 어차피 관중들은 진행 상황에 따른 육성 감탄사를 크게 외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윤 기자는 “생각보다 재밌고 가볼만하다”는 후기를 남겼다. 아버지도 비슷한 평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미리 날씨를 살펴서 웬만하면 비가 내리지 않을 때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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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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