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주변에 인생의 풍파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나 격려성 멘트를 해주기 마련이다. 힘내, 용기를 내봐, 잘 할 수 있어. 하지만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멘트를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오은영의원 소아청소년클리닉)는 6일 방송된 tvn <알쓸범잡>에 출연해서 “늘 주변분들에게 이걸 절대 하지 말라고 저희가 말하는 게 있다”면서 “예를 들어 용기를 내봐. 마음을 굳게 먹어봐라든가. 아니면 취미를 가져봐. 이렇게 한다든가. 그렇게 하는 것이 별로 도움이 안 된다. 힘내 이런 것들. 그분이라고 힘 안 내고 싶지 않은 게 아니다. 정말 안 되니까 그런다”고 밝혔다.
고정 패널로 출연한 가수 윤종신씨는 “다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제일 많이 하는 말들”이라며 호응했다.
대신 오 박사는 “이때는 주변에서 아픈거야. 조금 휴식이 필요해. 쉬어야 돼. 치료가 필요해. 회복이 필요해. 이렇게 해서 이분들이 잘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해결에 초점을 맞춘 멘트는 금물이다. 상대가 느끼고 있는 감정 그 자체에 공감을 해주는 것과 위로를 해주는 것이 먼저다.
2019년 한 해 하루 평균 자살 사망자는 38명에 달했다. 연평균 자살 사망자는 1만명을 훌쩍 넘는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안전정책본부장은 “매년 울릉도의 인구(9077명) 자체가 하나씩 없어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오 박사는 “(자살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굉장히 중요한 것을 상실했을 때. 상실이 굉장히 우울감을 유발하면서 자살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상실 안에는 재산, 가까운 사람, 건강, 명예를 잃게 되는 것들이 다 들어간다. 또 인간은 어쨌든 가까운 사람에게 정서적 지지를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근데 그런 지지 기반이 너무 없을 때 너무 외롭고 소외돼 있거나 고독할 때도 위험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접근 방법인데 너무 사회구조적으로만 보지 않을 필요가 있다. 언론이나 학계에서는 자살 문제에 대해 사회구조적인 원인으로 가져가는 관성이 있다.
오 박사는 “자살이라는 것을 한 가지 이유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굉장히 다각적으로 봐야 하는데 어떠한 사회적 현상이라든가 그 사람이 개인적으로 처한 상황을 가지고 자살의 이유를 자꾸 찾아들어가면 잘 못 도와준다”며 “예를 들어 청년들의 자살률이 높아졌다? 결국 그 보도의 마지막 끝은 핵가족화, 사람에 대한 관심의 부족, 우리 모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 그래서 뭘 어떻게?”라고 말했다.
이어 “핵가족을 다시 대가족으로 만들 수도 없는 거고. 물론 그런 이유들도 있지만 내가 얘기하는 것은 그 이유가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제1번의 이유가 우울증”이라고 덧붙였다.
보통 자살 유가족은 떠나간 사람이 그렇게 힘들어 했었는지 몰랐다고 말한다. 명백한 자살 징후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감행하기 전까지는 알아채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오 박사는 자살을 막을 수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오 박사는 “우울증이 굉장히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그래서 나와 같은 정신과 의사들은 자살은 막을 수 있다고 이렇게 얘기한다”며 “예전에 폐결핵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되게 많았다. 폐결핵의 증상을 많이 알게 되고 약들을 복용하게 되면서 이젠 우리가 잘 관리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생 살면서 무병장수 할 수 없듯이 나의 어떤 의지나, 내가 얼마나 강인한 사람이고, 내가 얼마나 성격이 좋은 사람이고 이런 것들과 전혀 무관하게 병이 생기듯이”라며 “뇌에도 질환들이 일어날 수가 있는데 우울증이 있는 분들을 뭔가 마음이 약하고 너도 배불러서 그래 제발 이런 시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윤씨: 다들 개인적으로 한 두 번쯤은 (자살을) 생각해보지 않았나? 정말 힘들 때 떠올리거나.
장항준씨: 떠올리거나 한 두번 정도 있지 않을까?
오 박사: 나 오늘 울적해. 우울한 기분이 들어 이런 것과 우울증 즉 우울한 상태와는 다른 것이다. 최소한 2주 이상 우울한 상태. 특히 계속 죽고 싶다. 그냥 계속 죽는 게 낫겠다. 죽는 게 낫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오 박사는 청소년 자살률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어른들이 아직 보호자의 울타리 안에 있는 청소년들에 대해 “무슨 고민이 있겠어”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오 박사는 “(청소년들이 자살의) 동기를 갖고 있는데 일상에서 건드려지면 실제 할 수도 있다”며 “(부모가 자식에게 흔히) 나가 죽어라고 하면 진짜 충동적으로 그럴 수 있다. 이따위로 살 거면 나가 죽어. 이런 말들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특히 근래 불거진 ‘청소년 자해’ 문제에 대해 오 박사는 “심각한 사회 현상”이라면서 △자해에 몰두하며 지금 힘든 것을 잠깐 잊기 위해 △외롭고 힘든데 자해 사진을 SNS에 올리면 관심을 받는 등 대인관계의 어려움 해결을 위해 △제발 도와달라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등 3가지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