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사실 문재인 정부에 등돌린 진보진영 인사들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취약점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자제해왔다. 문재인 정부의 탄압이 매서웠고 버티느라 애를 쓰는 것이 안쓰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문재인 정부의 위선에 맞서는 것만으로 뭔가 점수를 얻는 시기는 지나갔다. 대권주자로서 적절한 인물인지 진보적 검증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6월29일 오후 방송된 jtbc <썰전 라이브>에 출연해서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우클릭이 돼 있다. 차라리 좌클릭을 했어야 하는 건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윤 전 총장이 정치참여 선언을 한 당일 진 전 교수는 실망감을 표출했다.
진 전 교수는 윤 전 총장이 “진보가 실패한 그 부분에서 진보가 하려고 했던 그 일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그들은 그 일을 못 했다. 그들은 그걸 못 하면서 위선적이었다”고 지적했어야 했다면서 “지금 전체적으로 메시지가 내가 볼 때 과도하게 보수적으로 나온 것 같다”고 강조했다.
무엇이 보수 편향적으로 느껴졌던 걸까. 그건 바로 윤 전 총장이 반복했던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이다. 자유민주주의의 의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진 전 교수는 “예컨대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이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는 그것이다. 지난번 조국 사태 이후 이 정권이 보여왔던 모든 것에 대한 지적인데 자칫 잘못 들으면 옛날에 우익들이 늘 얘기하던 게 그거(반공주의)였지 않은가”라며 “그것처럼 들리는 부분이 있다. 그렇게 들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건 아닌데”라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자기 세력과 생각이 다르면 적으로 몰고 탄압하는 것을 넘어 법제도까지 무력화시켰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과거 한국의 군사독재 정권과 우파세력들도 “자기만”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있다면서 비판자들을 친북으로 몰아 잔인하게 탄압했다. 진 전 교수는 맥락 설명없는 자유민주주의 강변에 대해 우려하는 것이다.
특히 진 전 교수는 윤 전 총장이 출사표를 낼만한 “필요조건”은 충분하다고 봤다.
진 전 교수는 “필요조건은 갖췄는데 내가 반문 전선과 정권교체의 대표 주자라는 것은 오케이인데 그 다음에 국민들이 원하는 건 그것 뿐이 아니다. 정권교체이긴 한데 그 다음에 어떻게 할 건데? 해법은 뭔데?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은데? 그런 것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며 “필요조건은 좀 과도하게 됐고 그건 국민들이 상당 부분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얘기를 강조할 필요는 없고 국민들도 알았어. 그래서 널 지지하는 거 아니야? 그 다음에 넌 대선 주자로서 뭘 할 건데? 그런 기대를 좀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 했다”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처음 출사표를 던지는 자리였던 만큼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나중에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진 전 교수는 “구체적인 정책은 아니라도 현 정권이 공정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떻게 실패했는가. 어떤 오류를 범했는가. 국민들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아무리 옳더라도 저쪽은 적폐야 적이야 수구야. 이렇게 적으로 만들 게 아니라 다 설득해내는 통합의 리더십을 얘기하는 걸 기대했는데 그게 좀 미흡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 정권은 이러이러했고 그들은 법의 위에 서려고 했다. 이런 것은 안 된다. 모두 법 아래 있어야 한다. 나는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법 아래에 있겠다. 아무리 옳더라도 법이 금지하는 것은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듀(Due) 프로세스란 게 있다. 적법 절차를 따라야 한다. 이게 기본적인 게임의 규칙이고 이 모든 것을 위에서부터 깨면 어떡하냐. 이렇게 메시지를 던졌어야 하는데 약간 이념적으로 간 부분이 좀 있다.”
물론 윤 전 총장이 큰틀에서의 정책 방향을 아예 안 내놓은 것은 아니다.
김수민 평론가는 6월30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에게 주어진 소명은 보수 혁신이 아닐까 한다”며 “어제 윤석열 발언 중 유의미한 것이 있었다면 이것들”이라고 환기했다.
이를테면 윤 전 총장은 “성장을 해야 복지도 할 것 아니냐는 생각에 대해선 조금 거리를 두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하려면 성장만 가지고는 되지 않는다. 낙오되거나 다른 이유로 인해 취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챙겨야만 지속가능한 성장에 동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인간은 본래 모두 평등한 존재다. 그래서 누가 누구를 지배할 수 없고 모든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존엄한 삶에 필요한 경제적 기초와 교육의 기회가 없다면 자유는 공허한 것”이라며 “승자 독식은 절대로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역설했다.
김 평론가는 “이 판국에 저런 복지론을 말할 수 있는 것은 윤석열이니까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기성 보수정당 세력과 대비시켰다.
이어 “윤석열의 시장주의 성향은 언뜻 이준석에 가까워보이지만 공동체적 해결을 믿고 국가의 역할을 여기서 찾으려 한다는 면에서는 김종인에 훨씬 가깝다”며 “연설문에 나온 자유와 기초는 김종인이 예전에 말한 빵과 자유론과 흡사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6월30일 방송된 SBS <8시 뉴스>에 출연해서 보편적 복지와 기본소득론에 대한 입장을 피력했다.
윤 전 총장은 “보편 복지는 서비스 복지로, 현금 복지는 특정 정책 어떤 목표를 정해서 특정 대상을 상대로 아주 임팩트 있게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라며 “세금을 걷어가지고 기본소득은 실험을 하는 데는 있지만 아직도 그거를 제대로 하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재명 경기지사 등이) 기본소득이 옳다고 만약에 판단을 한다면 선거 때까지 계속 이거를 주장하고 여기에 대한 국민의 판단을 받아보는 게 좋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한다”고 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