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작년 4.7 보궐선거, 올해 3.9 대선과 6.1 지방선거까지 더불어민주당은 4연승(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2020년 총선) 뒤 3연패를 했다. 그러나 여전히 민주당은, 성찰과 자성의 목소리 보단 조직논리에 경도된 내부자들의 큰소리에 휩쓸리는 분위기다. 근거없는 자신감. 아니 근거없는 당당함이 엿보인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지방선거 참패가 가시화된 시점에서도 상식적인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 하고 “굉장히 편향된 비판”이라고 반발했는데 우선 그의 워딩을 그대로 인용해보면 아래와 같다.
글쎄 냉정하게 비판했다기 보다는 굉장히 편향된 비판을 하셨단 생각이 든다. 본인의 판단대로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무조건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보고 있는 경향성이 좀 있는 것 같다.
SBS <지방선거 특집 방송>이 생중계되고 있던 지난 1일 20시20분 즈음이다. 꼭 원본 영상(29분55초~34분43초)으로 직접 확인해보길 권한다.
고 의원은 함께 출연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쓴소리를 듣고 위와 같이 발언했다. 진 전 교수의 민주당 비판은 매섭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날 진 전 교수는 그리 강하게 민주당을 직격하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 벌어졌던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하지 않았는가. 그 이후에 내가 한 달 정도 지나서 보여지는 것과 달리 민주당은 몰락이 예상되어 있다. 시간의 문제다. 내가 그때 그런 얘기를 했다. 한 정당이라는 게 정치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해야 유지가 되는데 그때 너무 (권력에) 취해버렸던 것 같다. 이번에도 다 지적이 됐던 것들이다.
진 전 교수는 “민주당은 굉장히 뼈아플 것”이라며 그때 시점에서 접전지로 여겨졌던 대전·세종·경기에서 패배하는 것으로 나온 출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길 수 있는 선거가 아니라면 원칙있는 패배로 가야 했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故 노무현 대통령의 메시지를 인용하며 그렇게 지적을 했는데 오히려 민주당이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두 분(송영길 전 대표와 윤호중 전 비대위원장)을 투탑으로 내세웠다”고 비판했다.
이슈를 뭘로 가져갔냐면 검수완박으로 가져갔다. 사실 대통령 지지율과 비지지율이 붙어있다가 그 국면부터 벌어지기 시작한다. 잘못된 처방을 내렸다. 이게 계속 바깥에서 지적이 됐다. 이상하게 민주당에 계신 분들은 못 알아 듣는 건지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있다는 느낌이 들고. 이번에 선거에서 패배한다고 해도 이게 고쳐질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재보궐 선거와 대선에서 패배했으면 뭔가 달라져야 하는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배한다고 달라질까? 이번에도 또 졌잘싸 그럴 거다. 거의 접전이었다. 자기들만의 정신승리의 스토리텔링으로 가면서 옛날과 같은 그런 스탠스로 가지 않을까. 이걸 우려하고 있다.
진 전 교수가 평소 민주당에 쏟아내는 워딩들에 비춰봤을 때 이 정도는 굉장히 톤다운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고 의원은 진 전 교수의 충언이 불편했는지 “본인의 지적에 대해 저희가 잘 듣고 또 전문가시니까 (수용) 하긴 하겠지만. 모든 것들이 결과론일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 접전이 세군데 정도 보이는데 여기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너무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조금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고 불수용의 의사를 표했다.
때로는 진보진영 내에서도 진 전 교수의 과한 화술이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도 민주당이 참패했고 그때 시점으로도 완패가 확실했던 상황에서 진 전 교수가 저 정도의 수준으로 조언한 것에도 발끈하는 게 단순히 고 의원만의 패턴은 아니다. 민주당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진 전 교수는 고 의원의 반론이 끝나자마자 “이게 민주당의 전형적인 태세”라며 “2년 전부터 계속 지적을 했고 이제와서는 내가 지적했던 것들을 본인들도 인정을 하고 있는데 지금 이 순간까지도 저런 태도를 보이지 않는가”라고 성토했다.
나는 이번 투표에서 한 표 한 표, (정의당 당원으로서) 저희 정의당 후보가 안 나온 데서는 골고루. 국정 안정을 위해서 한 표, 권력 견제를 위해서 한 표를 주는 이런 사람이 보는 얘기라고 한다면 조금 그런 식으로 편향됐다고 딱지를 붙이기 보다도 본인들이 사실 편향됐다라는 걸 결과적으로 확인되고 있고 결과적으로 내 말이 옳았다면 내가 선거 끝나고 그 결과를 견강부회해서 붙인 게 아니고 그 전부터 다 얘기를 했던 거고. 또 나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지금 민주당을 한때 지지했지만 더 이상 지지하지 않는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분들의 생각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게 문제라고 본다.
고 의원의 발끈 포인트는 이런 거다. 이미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책임론”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왜 자기반성을 못 하는 집단으로 규정하느냐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대선 패배의 원인에 대해 정확하게 분석해야 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씀드렸다. 당내에서 여러 말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가 선출된 이후에는 당연히 뭉쳐서 갈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결과는 다시 책임을 지면 된다.
4.7 보궐선거가 끝나고 대선까지 대략 1년, 대선 끝나고 3개월. 이 기간 동안 민주당이 보여온 종합적인 행태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 진 전 교수인데 고 의원은 선거 타이밍에 후보가 결정된 뒤로는 단합해서 갈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퉁치고 있다. 특히 누가 무엇을 잘못했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 의원의 내용은 전무하다. 그저 일반론으로 책임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뉴스톱 김준일 대표는 3일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을 두 파트로 분류했다.
처음엔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지만 민주당에서 이탈한 사람들(이탈 민주)은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해도 명분과 합리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반면 문재인 정부 내내 민주당을 지지하는 분들(잔류 민주)은 개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조국 옹호, 윤미향 옹호, 검수완박 옹호로 나타나고 있다.
고 의원은 명백한 후자 유형이다.
진 전 교수의 재반론을 들으면서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던 고 의원은 “계속해서 똑같은 말들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 역시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각자 자기 의견을 갖고 있는 건데. 분명 나도 대선 패배의 원인에 대해서 책임질 사람들이 져야 한다는 부분을 분명 지적을 했다. 거기에 대해서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으시고 본인의 생각이 편향됐다는 지적을 했다는 부분에서만 지적하는 이 스탠스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민주당이 이후에 어떠한 행보를 보이느냐가 중요할텐데 대선 패배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 지도부의 책임론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걸 어떻게 수습하느냐의 문제인데 너무 단적으로만 한 쪽의 면에서만 판단하는 것은 조금 과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고 의원의 상대 패널로 출연한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압승이 가시화된 상황에서도 “좀 더 겸손해져야 한다”면서 자세를 낮춰 고 의원의 태도와는 대조적이었다. 고 의원의 항변이 이어질 때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민주당은 앞으로 더 망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읽혀지기도 했다.
2일 새벽 4시가 넘어간 시점에서 김동연 당선인(경기도지사)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를 역전했고 끝내 당선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경기도를 수성한 것 외에는 주요 지역에서 다 졌다. 자정을 넘긴 시점에서는 그 결과표가 확실해졌다. 그날 새벽 내내 진 전 교수는 <지방선거 특집 방송>에서 평론을 했는데 4시반 즈음 민주당에게 다시 한 번 진심어린 조언을 했다.
비판을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말아라. 비판하면 내부 총질이라든지 그런 얘기를 하니까.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애정을 갖고 민주당이 이래선 안 된다고 비판을 하면 그걸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너 왜 공격하냐? 이렇게 얘길하지 않는가. 그렇게 다 내치니까 당이 점점 더 일색화 되면서 내부에 이견이 존재하지 않고 내부 경쟁도 없고 당은 점점 더 강경한 광신도들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조금박해로 묶여 호명됐던 김해영 전 의원은 진 전 교수의 메시지를 듣고 “저희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진보를 표방하고 있는데 진보라는 것은 개념적으로 다양한 가운데 진보가 나오는 것”이라며 “부끄럽게도 최근 몇 년간 국민의힘에 비해서 당내 다양성이 떨어지고 있다. 이 부분이 상당히 아픈 대목이라고 생각한다”고 공감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서 준엄한 민심의 심판을 무겁게 새기겠다. 저희 민주당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다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 우리 구성원 모두가 한 마음으로 노력하겠다.
열린민주당 출신으로 각종 방송에서 민주당의 이해관계를 설파하던 김성회 소장(정치연구소 씽크와이)은 2일 새벽 2시 즈음 생중계된 jtbc <썰전 라이브>에 출연해서 “대선 패배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이뤄지지 않으면 반발짝도 나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도 반성과 성찰만이 민주당의 살 길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고 의원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진 전 교수는 근래 민주당의 집단적 사고방식에 대해 “상대를 항상 적으로 본다”고 규정했다. 조국 사태(조국 전 법무부장관) 이후 문재인 정부 후반기 2년반 내내 진 전 교수는 민주당 조직이 “운동권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절대악을 상정해놓고 절대악과 맞서기 위한 모든 행위를 절대선처럼 여기며 정당화시키는 그런 사고방식이 운동권적이란 맥락이었다. 내부의 흠결은 항상 포장되고 덮여졌다. 내로남불의 일상화는 상수다. 적폐청산 작업은 그렇게 운동권적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원래 진 전 교수는 2016년 12월부터 2019년 7월 조국 사태 직전까지 방송된 채널A <외부자들>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항상 보수 패널에 맞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디펜스해주는 포지션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민주당이 그럭저럭 잘 하고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상대의 고마움을 좀 알았으면 좋겠다. 상대가 훌륭해야 나도 훌륭해지는 거고 그래야 나도 긴장하게 되는 것이다. 상대를 존중해야 하는데 상대를 항상 적으로 만들어버리는 이런 문화가 사실 그 당을 망쳐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마찬가지로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그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아무리 압승을 했다고 해도 상대를 존중할줄 아는 정당이 됐으면 좋겠다.
그 후로 고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이재명 의원의 인천 계양을 출마 등에 대해 내부적으로 비판을 했지만 “(바깥으로는) 자제해왔었는데 그게 후회스럽기도 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아래와 같이 비평했다.
국회의원의 양심은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매번 양심을 속이면서 권력만 바라보고 줄서는 게 고민정 의원의 정치인가? 정치에 있어 옳고 그름에 대한 일고의 판단없이 그저 힘있는 자에만 줄을 서며 권력을 탐하니 586 앵무새라고 비판하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비판을 자제했던 것이 이제 와 후회되는가? 그걸 알면서도 선거 전에는 어떻게든 이겨보겠다는 수작으로 자기 자신을 속였으면서 이제 와 바른 소리하는 척을 하면 그 누가 진정성을 믿겠는가? 민주당의 선거 패배 원인은 물론 이재명 후보에게도 있지만 고민정 의원도 크게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바른 소리는 커녕 감싸기로 일관하고 국민의 분노를 외면하고 김용민, 김남국 의원 등 같은 586 앵무새들과 조국 사수대를 자처했던 고민정 의원의 모습에 국민들은 민주당을 외면한 것이다. 패배에 대한 실질적인 반성은 커녕 엉뚱한 소리나 늘어놓고 있으니 여전히 민주당의 쇄신은 요원해 보입니다. 부디 부끄러운줄 알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