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기사(“육교는 차량 중심의 교통 정책”)를 썼더니 연락이 왔다. 다른 기자들은 기초의원의 보도자료를 무시하거나 쓰더라도 복사 붙여넣기로 쓰는데 “기자 나름의 철학이 엿보였다”고 했다. 사실 별다른 이유는 없고 좋은 정책 의제라면 최대한 잘 써주고 싶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승민 동구의원(광주광역시)은 지난 6월29일 오후 남구에 위치한 모 카페에서 평범한미디어와 만나 “기사가 나오면 그냥 3초만 딱 훑어봐도 이건 컨트롤 C 컨트롤 V 했구나 바로 안다”며 “근데 앞에 초입부부터 달랐다. 내가 이 기자와는 직접 통화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의사과 언론 담당자에게 전화번호 좀 알려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육교 철거에 대한 기사를 보면서 어떤 걸 느꼈냐면 박 기자는 나름대로 아는 것도 있고 뭔가 관심을 더 갖고 다른 정보를 넣었구나. 내 보도자료에 있지 않은 내용까지 첨부해서 기사로 다루셨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자기 자랑 그만하고. 조 의원의 육교 철거론에 대해 더 들어보자.
조 의원은 “어떤 민원도 100% 만족할 수 있는 민원 해결은 없다. 예를 들어 가로수를 설치해달라고 해서 설치했는데 다른 시민들은 왜 여기에 가로등을 설치했냐고 뭐라고 한다. 육교 철거도 마찬가지”라며 “대다수 많은 분들이 고령 노약자들은 거기에 육교가 있어서 이용도 잘 못 하고 저기 횡단보도 신호등까지 가려면 너무 멀어서 여기에 신호등을 설치한다고 하면 고맙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떤 분들은 왜 예산을 들여서 육교 철거에 낭비하냐고 항의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조 의원은 “어르신 노약자도 있지만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도 있다. 그분들은 소수지만 육교를 이용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 대신 횡단보도를 설치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의 노력으로 동구 관내에 있는 중앙초등학교 주변 노후 육교가 곧 철거된다.
조 의원은 “중앙초도 얘기했지만 조선대 주변 도내기시장 앞에 육교가 있다. 이곳도 언급을 많이 했다”며 “아이러니한 게 육교 바로 앞에 장애인복지관(동구장애인복지관)이 있다. 말이 안 된다. 휠체어 타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곳이 복지관인데 그 앞에 육교가 있다. 장애인들이 그 육교를 이용하라는 것인가? 아니면 저 멀리까지 가서 횡단보도로 가라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당장 그 육교를 이용하는 일반시민들이 있기 때문에 철거를 못 하더라도 장애인들도 쉽게 건너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조 의원은 “육교를 철거 안 하면서 해보려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방법, 약간 비탈길로 계단없애는 방법도 있고 여러 방법들이 있는데 다 쉽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건너편에 학교(고등학교 2곳+중학교 3곳)가 많다. 그래서 엘리베이터를 해보려고 봤더니 알맞은 면적이 안 나오더라. 인도를 막아버린다”고 풀어냈다.
그래서 논의의 방향은 장애인복지관이 있는 만큼 육교를 철거한 뒤에 한쪽 도로를 ‘장애인전용도로’로 조성하고 횡단보도를 만들려고 했는데 어이없는 이유로 무산됐다.
상위법에 가로막혔는데 조 의원은 “안 되는 이유를 물어봤더니 참 웃긴 게 상위법 때문이다. 상위법도 바뀌어야 한다. 장애인전용도로가 가능하려면 보호시설로 인정을 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인들이 주거하는 시설이어야만 해당이 된다”며 “장애인복지관은 주거 시설이 아니다. 근데 주거 시설이라면 장애인들이 안팎으로 통행을 자주 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오히려 장애인 주거 시설이 아닌 편의시설이기 때문에 통행이 잦고 그런 만큼 장애인전용도로 지정이 훨씬 더 시급하다는 게 조 의원의 주장이다.
조 의원은 “처음에는 육교 철거만 연구했었는데 하다 보니 장애인 이동권 문제까지 관심이 확장됐다”고 말했다.
조 의원이 챙기고 있는 지역구(충장동/동명동/산수1·2동/계림1·2동) 현안이 하나 더 있다. 동명동은 금남로와 가깝고 빈티지한 상점들이 집적해 있어 최근 청년들이 모이고 있는 가장 힙한 동네다. 그러나 조 의원은 지역구에 포함돼 있는 동명동의 원주민들이 떠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 의원은 “동명동의 가장 큰 문제가 원주민들이 떠나고 있다. 주택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제일 힘든 게 식당과 술집이 들어서면 시끄럽고 음식 냄새 나고 담배피고 술 마시고 싸우고 못 살겠다고 한다”며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을 확실히 구분해줘서 여기까지는 상업지구로 해서 가게가 들어설 수 있게 해주고 저기서부터는 주택만 들어설 수 있게 해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래서 조 의원은 쉽지 않겠지만 국비와 시비를 확보해서 ‘집진기’를 음식점과 술집에 설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광주 지역 최초인데 기체 속 미립자를 제거해 냄새를 덜 나게 하는 집진기가 동명동에 공적 지원으로 도입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정치 입문 계기 △3선 이상 금지의 필요성 △학동 붕괴 참사 등으로 확장됐다.
조 의원은 정치인 출신 부친의 선거운동을 돕다가 민주당에 입당했고 2014년 처음 당선된 재선 의원이다. 조 의원은 1970년대 후반의 나이임에도 동구의회에서 젊은 편에 속한다.
조 의원은 “기초의회가 다 늙었다. 고령화가 더 심하다. 그래도 지금 동구가 2018년도에 달라진 것이 30대 초반의 박진원 동구의원이 짠 하고 혜성처럼 나타났다”며 “2014년 내가 처음 출마했을 때 그때 당시 나이가 38살이었는데 38살이란 나이도 그 당시엔 센세이션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디 가면 회사 팀장을 할 나이임에도 나는 완전 꼬맹이였다”며 “(의정활동 하면서) 많이 답답했다. 무엇이 가장 그랬냐면 아직 정치하기에는 많이 어리다. 정치는 어느정도 사회적 연륜과 경험이 쌓여야 할 수 있다는 그런 얘기들이 너무 많았다”고 덧붙였다.
“나는 물론 상대적으로 젊고 경험이 부족하지만 민원 해결 열심히 하고 구민들을 위해 좋은 정책 잘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기초의원으로서의 내 역할이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나마 재선 임기에서는 좀 나아졌고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선되면서 젊은 정치인들에 대한 정치권 전반의 시선이 개선되고 있다는 걸 조 의원도 느낀다고 했다.
조 의원은 “(정치인들 또는 정치지망생들이) 제발 권력욕에만 급급해서 정치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면 결국에는 진짜 아무 것도 못 한다”며 “그런 생각 좀 버리고 어떻게 하면 좋은 정책으로 어떤 대안을 내세우면서 시민들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그들의 불편함과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신경쓰다 보면 표는 저절로 따라온다”고 조언했다.
권력욕 또는 권력의지. 이런 말이 나온 김에 조 의원은 3선 이상 다선 정치의 부작용을 설파했다. 현재 조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동구의원 3선으로 갈지 광주시의원에 도전할지 고민 중이다.
조 의원은 “기초의원이든 시의원이든 국회의원이든 3선 이상을 하면 안 되겠더라. 3선까지만 하고 점프를 하는 것이 낫다”며 “다선의원들 보면 이분들 너무 요령을 잘 알고 있다. 오랫동안 하다 보니 공무원들과 너무 밀착돼 있다. (기초단체) 집행부와 너무 친해져버려서 자기 민원을 해당 과가 해결해주면 회초리를 들 때 덜 든다”고 증언했다.
관련해서 지난 6월9일 동구 관내에서 벌어졌던 학동 붕괴 참사 역시 민관의 유착고리가 의심되고 있고 동구의회의 동구청 감시가 소홀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동구의회는 ‘재개발 붕괴사고 조사특별위원회’(조사특위)를 구성했고 조 의원도 여기에 소속돼 있다.
조 의원은 “내가 지적하고 있는 것은 안전관리사나 감리사를 두는 것이 원칙인데 그때 당시 현장에 없었다”며 “왜 안전관리사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동구청에서 관리감독을 철저히 못 했는지 따져묻고 있다. 평상시에 엄격하게 관리했으면 안전관리사가 상근하면서 있었을텐데 그런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알렸다.
조사특위는 지난 2019년 서울 서초구 잠원동 붕괴사고 이후 서초구의회가 새로운 조례를 만들었던 사례를 들여다보고 있다. 만약 동구 상황과 맞지 않으면 서울시의회의 관련 조례 또는 조치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정리해서 광주시의회에 조사특위 이름으로 공식 건의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조 의원은 조사특위 구성과 관련하여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인물들(재개발 반대한 김경은 변호사와 재개발 조합 이사의 내부 고발자 등)이 신뢰를 할 수 있는 이력을 갖고 있는 만큼 향후 활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조 의원은 “그때 정말 그 길목을 깻잎 한 장 차이로 지나간 통근버스, 직전에 멈춘 경차 등 그분들도 사건 후에 정신적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라며 “부상자, 유족들, 목격자 등 관계자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게 동구청 보건소 담당이니까 지원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근데 이미 하고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 유족과 부상자들을 각 부서의 과장들이 1대 1 전담마크를 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정말 지금 영상을 봐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구청장은 (아래 담당과들을) 관리감독 못 한 책임이 있고 시장은 허가를 내준 책임이 있다”고 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