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살인미수범 무서워 도망간 경찰 "유리문 깨고 들어가려는 걸 막았다"

  • 등록 2021.11.29 04: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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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차현송 기자] 평범한미디어는 최근 '여경무용론'으로까지 번지게 된 '인천 흉기난동 사건'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현장에 있던 여경만 도망쳤다고 알려졌던 것이 사실과는 다르고 베테랑 남경 역시 그 자리를 이탈했고 가해자는 오래전부터 아랫집을 괴롭혀왔다는 내용이었다. 관련해서 26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 해당 사건을 자세하게 다룬 만큼 그 내용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앞서 지난 15일 17시 즈음 인천시 남동구에 위차한 모 빌라 4층에 살고 있는 40대 남성 이모씨는 고의로 층간소음 문제를 일으키며 아랫집 가정을 괴롭혀오다가 끝내 칼부림까지 일으켰다. 사건 당시에는 60대 부부(가명 남편 박정범씨+아내)와 20대 딸 박민지씨(가명)까지 총 3명이 있었다.

 

정범씨는 이번 사건의 범인인 윗집 남성 이씨가 지난 9월 빌라로 이사온 뒤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혔다고 증언했다.

 

본격적으로 이씨와의 비극이 시작된 것은 지난 9월14일이었다. 이날 정범씨는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잠깐 나왔다가 이씨와 처음 마주쳤다. 이씨는 검은 옷을 입고 있었고 수염을 잔뜩 기르고 있었다. 뭔가 낯설고 강한 인상으로 느껴졌는지 정범씨는 이씨를 경계하며 쓰레기를 버리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이씨가 쫓아와 “당황했네? 확 죽여 버릴까보다”고 위협했다. 그 이후로 이씨는 고의로 층간소음을 일으켰다.

 

 

정범씨의 가족들과 이웃들은 그날부터 소음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이웃주민 D씨는 “규칙적으로 박자를 맞춰 소음을 냈다. 일부러 잠을 못 자게 하려고 괴롭히는 듯 했다”고 말했다.

 

바로 아랫층에서 막대한 고통을 계속 받게 되자 정범씨는 이씨를 찾아가 몇 차례 항의했지만 이씨는 도리어 화를 내며 자신도 소음 때문에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의자에서 자위를 해서 그런 소리(쿵쿵)가 난 것”이라며 소름끼치는 변명을 하기도 했다.

 

정범씨는 이씨와 말다툼이 길어져 경찰(인천 논현경찰서)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단순 층간소음 갈등에 대해서는 자기 관할이 아니니 화해를 하거나 좋게 중재해주기를 바란다는 반응만 보였을 뿐 이씨의 끔찍한 범죄 예고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문제의 사건 당일 정범씨의 딸 민지씨는 집에 혼자 머무르고 있었다. 그 사이 이씨가 집으로 찾아와 현관문을 발로 차고 욕설을 내뱉으며 행패를 부렸다. 두려움을 느낀 민지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동시에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모두가 현장으로 왔는데 정범씨의 아내는 먼저 집에서 나와 여경 A씨와 대화를 했고 이내 민지씨도 나왔다. 그런데 순식간에 4층에서 이씨가 내려와 아내의 목 부위를 칼로 찔렀다. 이번 사건에서 논란의 중심이었던 A씨는 피를 쏟고 널브러져 있는 아내를 보호하거나 이씨를 제압하지 않았고 지원 요청을 이유로 현장을 이탈했다.

 

정범씨는 같이 출동했던 남경 B씨와 1층에서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비명소리를 듣고 위층으로 뛰어올라갔다. 그때 A씨가 소리를 지르며 내려오고 있었다. B씨는 정범씨와 함께 올라가다가 뛰쳐나오는 A씨를 보고 함께 밖으로 나왔다.

 

민지씨는 “여경이 119에 신고를 해야 한다며 내려갔다. (나는) 칼을 든 범인의 손을 붙잡은 상태에서 경찰과 119가 언제 올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빌라 주변에 있었던 환경미화원 C씨는 경찰의 어이없는 대응을 목격했다. 

 

빌라 공동현관문 밖으로 나가버린 A씨와 B씨는 이내 닫혀버린 현관문으로 인해 못 들어가고 있었다. 위급한 소음들이 계속 들려오자 C씨는 자신이 들고 있던 삽으로 유리문을 깨서라도 들어가려고 했는데 경찰들이 막아섰다고 고발했다.

 

C씨는 “내가 경찰들과 삽으로 문을 젖히는데 유리가 깨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유리를 깨야겠다고 했더니 경찰들이 깨지 말라고 했다. 계속 비명이 들리는데 내 마음대로 깰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내와 딸을 살리기 위해 이씨와 맞서 싸우느라 피범벅이 된 정범씨를 그냥 방치하기도 했다.

 

이웃주민 E씨는 “남편분이 온몸에 피가 묻은 채로 비틀비틀 나오는 것을 봤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는데도 경찰은 전화를 하거나 자기들끼리 대화를 할 뿐 무슨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칼부림이 있었음에도 현장 이탈, 닫혀 있는 현관문을 깨서라도 사람을 구하려는 주민 제지 등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철저히 무능했고 어찌보면 무고한 시민의 범죄 피해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정범씨가 필사적으로 이씨를 제압하지 못 했다면 민지씨와 아내는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

 

<궁금한 이야기Y>가 방송된 뒤로 경찰은 더 큰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이미 언론들은 유리창을 깨려는 시민마저 막아섰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사건 이후 정범씨는 담당 경찰관을 찾아가 따졌다고 한다.

 

하지만 A씨는 “피해자가 위험하니 목숨을 구하기 위해 구조요청을 해서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때 상황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결국 A씨와 B씨는 부실대응으로 직위해제 되었고 곧 징계 결과를 받아들 예정이다.

 

한편, 아내는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며 의사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정범씨는 “(아내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전했다.

차현송 chs46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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