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하락세와 함께 제3지대 주자들이 조금씩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미래당이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청년 정치의 아이덴티티가 강한 미래당 입장에서 김 후보의 “기득권 깨기” 비전에 호응한 것인데 무엇보다 정치개혁 공약이 주효했다.
미래당 오태양 대표는 3일 저녁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정치개혁 문제였다”며 “1987년 체제 이후 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난 대선이다. 도대체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윤 후보를) 안 찍고 싶은데 이걸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다. 결국 대통령 권력을 나누는 조치가 필요한데 여러 후보들 중에서 김동연 후보가 가장 진정성있게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1년 전 당내에서 만약에 대통령 공약으로 2년 임기 개헌 공약을 내건 후보가 있다면 미래당이 지지할만 하지 않느냐? 이미 그런 이야기가 나왔었다”며 “마침 김동연 후보가 그런 공약을 진정성있게 제시했고 저희도 여러 검토 끝에 결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오 대표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새물결 당사를 찾아 김 후보와 만났고 “미래당은 대한민국 청년 기회의 나라를 함께 완성할 김동연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 및 선거연합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미래당이 김 후보를 지지하는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스스로 기득권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 △각 분야 기득권 균열을 위한 ‘금기 깨기’ 정신 △아래로부터의 반란 추구(아반떼) 등 3가지다. 미래당은 2012년 ‘청년당’을 전신으로 하고 있고 나름의 미디어 대응 역량과 함께 1만5000여명의 구독자를 자랑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김 후보는 캠프(winDY) 내부 조직으로 ‘청년미래본부’와 ‘뉴미디어본부’를 신설해서 미래당 구성원들이 전담하도록 했다.
오 대표는 “두 본부를 구성해서 역할을 맡기로 했는데 김 후보 일정에 동행하는 문제는 조율 중에 있다”며 “아직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캠프에 좀 더 도움이 될지 조율을 하고 있다. 전략적인 부분에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찌됐든 얼마전 중앙당 창당 절차를 마친 ‘새물결’, 2020년 총선 직전 창당된 원내 1석의 ‘시대전환’, 그리고 ‘미래당’까지 3당이 김 후보 캠프에서 힘을 합치게 됐다.
이에 대해 오 대표는 “(3당은) 일단 대선까지의 연대다. 역할 분담 차원에서 보면 새로운물결은 대선 후보가 있고, 시대전환은 그래도 원내정당이고, 미래당은 청년세대의 정당이다. 이런 세력들의 연합”이라며 “좋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갈 것이다. (3당의 지속적인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단 이번 대선 연대의 결과를 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미래당 입장에서는 올 6월 예정된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당선자를 배출하기 위해서라도 당의 인지도를 최대치로 높여야 한다. 미래당은 2012년 청년당 해산 이래 2017년 우리미래 창당 이후 지금까지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 주요 선거에 세 차례 참여했고 모두 좌절했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반드시 당선자를 내야 한다.
오 대표는 “아무래도 대선 후보라는 스피커가 있기 때문에 그 스피커를 통해 미래당이 추구했던 정책 비전이 국민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청년 공약 등 정책 행보를 강화하기 위해) 협의를 계속 진행해나가면서 공동 공약을 만들어나가기로 했다”고 피력했다.
그동안 미래당은 새물결과 농도 깊은 소통을 이어왔다고 한다. 언제부터였을까?
오 대표는 “캠프 후보측에서 연락이 와서 미팅이 시작됐고 나도 후보를 두 세번 뵙고 또 저희 당직자 일부와 간담회도 하면서 서로 교감하는 시간을 비공식적으로 가졌다”며 “한 달 전부터 만났던 것 같다. 당 내부적으로 11월 전국운영위원회부터 시작해서 12월 내내 이 사안을 갖고 되게 다층적인 논의와 토론을 했다”고 전했다.
특히 오 대표는 “당원총투표 바로 밑에 있는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전국당직자회의인데 거기서 이제 의결을 했다. 굉장히 높은 동의를 받았다. 큰 반대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미래당이 다양한 진보정당들과 시도했던 연대 전선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이를테면 미래당은 근래 들어 다양한 연대를 구축해왔다.
①2020년 총선 직전 녹색당과 미래당의 ‘녹색미래 선거동맹’
②녹색당·미래당·정의당의 ‘공동의제 캠페인’
③2021년 4.7 보궐선거 직전 정의당·기본소득당·미래당·진보당·녹색당의 ‘반기득권 정치동맹’
④기본소득당·녹색당·미래당·여성의당의 ‘기본소득연석회의’
⑤기본소득당·녹색당·미래당·정의당·진보당의 ‘기후대선운동본부’
오 대표는 “미래당이 기존에 해왔던 정당 연대는 큰틀에서 입장 변경이 전혀 없다. 미래당은 차별금지법이나 기본소득이나 주4일제나 기후위기 대응이나 노선이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며 “(김 후보와의 결합은) 이번 대선에서의 선거 연대로만 보면 될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저희가 김동연 후보와 이번 대선을 통해 선거 연대를 했다고 해서 정의당이 추구하는 정책 가치나, 녹색당이 밀고 있는 정책 가치 등 이런 것들과 크게 배치되는 것은 없다. 어쨌든 청년들에게 기회의 나라를 제공하겠다는 것도 저희와 맞닿아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오 대표가 가장 주안점을 뒀던 대목이 김 후보의 정치개혁 공약인데 결국 승자독식 양당체제와 대통령제의 폐해를 끝내려면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 제3지대 영역이 열려야 한다. 기존 구도에 균열이 나지 않는 이상 기득권을 쥐고 있는 양당이 정치개혁에 나설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적극적으로 ‘중도 공조’를 추진한 바 있고, 시민들의 결합으로 탄생한 '대선전환추진위원회'는 멍석을 제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런 방향성에 대해 오 대표는 “저희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고 어쨌든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양당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고 그 목소리가 높다”며 “3지대 영역에서 (안철수·심상정·김동연) 3명의 후보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직 대선이 65일이나 남았고 대선 지형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가 또 많이 기울어가고 있다. 그러면 새로운 정치 지형이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호응했다.
이어 “그럴 때 중도진영과 3지대 영역에 있는 김동연, 안철수, 심상정 후보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보고 만날 수 있는 노력들을 계속 해야 된다”며 “저희가 한 번 만들어보겠다. 지금이 또 좋은 타이밍이 될 수도 있다. (3지대 활성화가) 가장 중요한 정치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큰 동력들 중에 하나라고 본다. 좀 지켜봐달라”고 공언했다.
한편, 오 대표는 김 후보가 차별금지법 등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미래당도 그렇고 나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원칙적으로 동의를 하고 있다. 조금 더 속도를 내야 한다. 모르겠다. 내가 볼 땐 김동연 후보도 개인적인 소신으로는 차별에 반대하는 입장을 갖고 있을텐데 아무래도 대선 후보이고 당내 여론도 있으니 앞으로 협의 과정이 진행이 될 것 같다. 시간을 갖고 좀 더 지켜보겠다. 저희도 적극적으로 노력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