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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전환추진위원회 최준원씨 “신지예 원톱체제였지만 다시 시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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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얼마 전까지 신지예 전 대표(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국민의힘에 합류하려는 인사들의 행보를 비판하며 경계하고 있었다. 신 전 대표는 지난 11월19일 국회 앞 기자회견을 마치고 평범한미디어와 만나 ‘선후포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면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선후포럼에는 (함께 뭔가 해보자고) 제안을 한 상태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금태섭 전 의원 같은 경우 국민의힘 선대위원장 합류 여부를 두고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SNS나 이런 것들을 봤을 때 선후포럼이나 다른 인플루언서들이 과연 국민의힘을 등질 수 있을 것인가? 그 부분에 대해서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러나 어쨌든 판을 뒤집기 위해서 거대 양당에 대한 비판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후포럼에 계신 선생님들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는 할 수 없다고 공식적으로 표명해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면전에서 국민의당 당직자(김윤 서울시당위원장)에게 이런 발언을 하기도 했다.

 

내부의 고민들이 많다는 느낌이 나도 든다. 밖에서 보기에도 딱 뚜렷하게 결정되지 않았구나. 근데 개인이든 정당이든 정치인이 어디까지 갈 것이고 내 비전이 무엇이냐가 정확하면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에 갈 것인지 아닌지는 너무 명확한 이야기인 것 같다. 제도(선거법 개편)가 만들어져야 뭘 할 수 있다고 얘기를 하는 것처럼 분위기(제3지대 후보들에 대한 지지율 상승)가 만들어져야 내부에서 결정이 나겠다라는 것으로 들린다. 근데 의지가 더 중요하다. (안철수) 후보자의 의지가 과연 무엇이냐. 그래서 내가 발제문에서도 물어봤다. 염치 불구하고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국민의당은 양당체제를 종식할 의지가 있는지?

 

 

고작 1개월 반 전에 신 전 대표는 사람들을 규합해서 ‘대선전환추진위원회(대전추)’란 조직을 만들었다. 4.7 보궐선거 당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을 때부터 안철수 후보 및 금태섭 전 의원과의 연대를 거론해왔던 만큼 거대 양당 구도에 균열을 내기 위한 방법론을 구체화시켰던 것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런 신 전 대표가 20일 오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손을 맞잡고 그의 외연확장 지원 조직(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에 합류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단순히 페미니스트가 안티페미 정당에 들어가는 수준이 아니었고, 기후위기 문제를 중시하던 정치인이 기후악당 정당에 들어가는 수준이 아니었다. 신 전 대표는 2주 전까지 ‘신지예와 같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도록’ 메시지를 내고 활동해왔다. 그런 활동은 멀리 보면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로 선거제도 개혁 운동에 매진했다가 최근 제3지대 활성화 운동을 벌이기까지 3년 반 동안 일관적이었다. 그러나 결국 신 전 대표는 양당체제로 흡수되고 말았다.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서의 자기 부정 문제에 대해서는 한겨레 기사를 읽으면 될 것 같고, 신념을 버렸다거나 권력욕이 아닌 “지금 당장 뭔가 해야 하는” 습성 때문이란 해석을 보고 싶다면 김수민 평론가의 을 읽으면 된다. 조직과 동지를 경시해왔던 대목은 문화사회연구소 강남규 연구위원이 작성한 페이스북 게시물의 일부를 인용한 아래 대목을 참고하면 된다.

 

이렇게 매번 선거마다 앞서의 조직을 벗어나 새로운 조직을 찾아다니는 사람에게 어떤 정치적 신뢰를 갖기는 어려운 일이다. 결국 이 사람에게 필요한 건 가치의 집합이 아니라 자신의 도약이고, 그를 위해서 팔아먹을 명분과 상징자원이 있다면 어디든 갈 사람이라는 심증이 이번 대선전환 어쩌고 때부터 생겼다. 그 결과가 오늘의 영입일테다. 

 

결과적으로 대전추 활동까지 토사구팽의 수단이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평범한미디어는 양당 구도에 균열을 내기 위해 중도와 진보의 연대를 추진하고자 했던 대전추에 관심이 많았고 ‘신지예 없는 대전추’가 가능한지를 알아보고 싶었다. 대전추는 11월2일 결성됐고 최초 제안자 8명(노현범·최준원·임명묵·신지예·김세울·김현상·김주영·심연우)과 추가 제안자 5명(김남식·김주희·박석우·이선희·소란) 도합 13명으로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일반 정당인, 작가, 취업준비생, 농민, 계약직 연구노동자, 간호사, 보수 원외정당의 당권자, 영화감독, 시민사회활동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21일 아침 기준 1만3000여명의 일반 시민들이 개인정보를 기입하고 대전추와 “함께하기”로 뜻을 모아줬다.

 

최초 제안자 8명 중 1명인 최준원씨는 “안 그래도 오늘 저희가 충청도의 지역 활동 하는 분들(신자민련)이 많은데 그동안 충청도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으니까 제3의 선택을 원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오늘 갑자기 이런 소식을 듣고 분노해서 버스타고 서울 올라오겠다고 말씀하시더라. 저희와 전혀 상의하지 않고 논의도 없이 통보를 오늘 받았다”고 전했다.

 

대학생 최씨는 20일 17시 서울 동작구에 있는 모 카페에서 평범한미디어와 급하게 만났다.

 

최씨는 “저희는 이제 전날(19일) 개인한테 연락 받아서 함께 하지 못 할 것 같다. 그 이유는 말씀드릴 수 없다. 이 정도만 이야기를 들었다”며 “(국민의힘 선거조직에 들어간 것은) 오늘 기사 보고 알았다. 저희도 당황스러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우려한대로 대전추는 누가 봐도 신 전 대표 원톱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명목상 신 전 대표가 대전추의 대변인을 맡고 있었지만 최고 결정권자와도 같았다.

 

최씨는 “지금 사실상 그래도 인지도가 있는 분이라 원톱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그걸 조금 민주적으로, 더 나은 대안을 외치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니까 좀 더 민주적으로 운영하자. 그런 이야기들이 나왔다”며 “조직을 좀 더 다듬는 시간을 가질 생각이다. 저희는 한 사람만 보고 모이지 않았고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계속 운동을 이어나가자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강조했다.

 

최씨에 따르면 대학 2학기 시즌이 마무리되는 타이밍이라 대전추 실무진으로 일할 수 있는 대학생들이 좀 있어서 “충분히 운영될 수 있다”고 한다. 신 전 대표 외에 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임명묵 작가는 이름만 빌려줬지 거의 활동을 하지 않았고 신 전 대표를 통해서만 소통이 됐는데 그게 바로 “원톱체제의 부작용”이라는 것이 최씨의 생각이다.

 

최씨는 거듭해서 “민주주의라는 게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구조가 되어야 하는데 시민들과 정치인들간의 유대가 적다보니 소수 스타플레이어에 휘둘리는 현실을 느낀 것 같다”고 피력했다.

 

최씨를 만나기 1시간 전 대전추 차원의 공식 입장문이 나왔다.

 

대전추는 “(신 전 대표의 행보는) 사전에 논의된 바 없었으며 대전추 조직의 결정과 무관한 일임을 분명히 한다”며 “신지예 제안자 및 대변인이 사퇴를 하고 양당의 일원이 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대선전환추진위원회에는 더 이상 기득권 양당에 투표할 수 없다. 적폐가 아닌 쇄신의 정치를 간절히 바라는 1만여명의 시민분들이 함께 뜻을 모아주셨고 그 뜻을 대의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양당 타파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더 나은 대선을 만들고 더 나은 정치가 되길 바라는 것은 흔들림 없는 대의이다. (중략) 남은 제안자들은 새로운 대안과 운동의 방향을 모색하고 실망하셨을 여러분에게 더 나은 모습을 보이고자 멈춤없이 노력할 것이다. 신지예 대변인의 행보에 대한 대선전환추진위원회의 조직적 후속 대응은 추후 긴급회의 등을 거쳐 결정하고 안내하도록 하겠다.

 

신 대표가 2020년 연초 녹색당을 탈당하고 결성했던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에서도 공식 입장문이 나왔다.

 

 

현재 신 전 대표가 빠져나간 대전추 단톡방은 불이 났다.

 

최씨는 “이번주 안에 모임을 가질 예정”이라며 “(당장 서울로 올라오겠다는) 신자민련도 그렇고 요새 담론이 국회 주변 수도권에서만 담론이 형성되고 있고 그런 데에 다들 문제의식이 있다. 그래서 경남 거제 등 다양한 지역 회원들이 지역 담론을 만들어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에는 (신 전 대표가 혼자 다 하는) 그런 감이 있었고 갑자기 저희도 걱정되긴 하는데 원래 목표로 했던 제3지대의 큰 대의로서 (진보와 중도의) 규합까진 이루지 못 할 수도 있겠지만”이라며 “만남을 주선하는 일까지는 이야기를 나눠보라는 일까지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목표를 수정하고 계속 활동을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신 전 대표의 입장을 선해해서 “지금 갑자기 뛰쳐나간 게 후속 모임이 좀 지지부진하고 그런 감이 있어서 아무래도 현실 정치인으로 고민을 하고 그런 선택을 내렸던 것 같다”면서 “안타깝지만 반등할 계기를 만들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1월까지만 하더라도 대전추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던 탓인지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만남이 성사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와의 만남으로 이어지진 못 했다. 김 후보는 11월말 “(세 사람이) 천안삼거리에서 다같이 만나자”고 공개 제안을 하기도 했지만 주로 안 후보에 초점을 맞춰 “안철수·심상정도 정치 기득권의 한 축”이라는 메시지를 계속 내놨다.

 

이에 대해 최씨는 “3지대에서 생존하려고 했던 선택들에 대해서 (김 후보는) 약간 해서는 안 될 기득권에 불과하다는 그런 식으로 매도를 하다 보니 사이가 소원해진 감이 있다”며 “저희도 (김 후보가) 문재인 정부에서 일했던 걸 스스로 평가를 하고 3지대에 서 있어야지 그걸 생략하고 완전히 새사람인냥 행동하는 것에 대해 좀 비판적인 입장이고 그런 지점이 해소되지 않아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긴 듯 하다”고 반론했다. 

 

최씨는 국민의당 소속으로 당직(사회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어찌됐든 12월 초 ‘심상정과 안철수의 만남’ 이후 제3지대 관련 가시적인 움직임들이 정체되고 있었다.

 

그래서 최씨는 “저희가 운동을 함에 있어서 주목을 받아야 탄력을 받을 것이고 그러려면 의외성이 필요할 것 같았다”며 “정의당이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 국민의당은 조금 소극적인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신 전 대표에게) 안철수 캠프에 도움을 주면서 이 운동을 이끌어나가보면 어떻겠냐. 그런 의외성이 동력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는데 그땐 대전추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그러기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오늘 한 발 더 나아가셔서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되돌릴 수 없다. 신 전 대표는 윤석열 후보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며 대전추 구성원들에게 다시 한 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

 

마음 속 깊이 제3지대의 꿈을 버리지 않았기에 입당은 하지 않았다. 

 

한편, 최씨는 제3지대 운동을 하고 있는 대전추와 선거법 개정 운동을 하고 있는 ‘선거제도개혁연대’가 얼마든지 함께 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선거제도라는 게 결국엔 국민이 동의를 해야 명분이 생기는데 아무래도 수혜자와 기득권이 나뉘어져 있다 보니까”라며 “이게 일단 (현 선거제도에서 제3지대 세력이 성과를 내는 등) 뚫려야 당연히 그 다음 단계로 갈텐데 여기서 좌절한다면 다음 단계도 좌절하기 때문에 저희한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저희도 언제든지 손을 잡을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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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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