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목에 무리가 가는 힘찬 연설이 막바지로 흐를 즈음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우리 학생 여러분들 오랫동안 길에 세워둘 수 없어서 나도 좀 표가 많이 필요하다”면서 마무리하려고 했다.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심 후보는 마음이 급하고 절실하다. 쉴새 없이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음에도 목청에 무리가 없어보였고 전혀 쉰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쩌렁쩌렁했다.
이제 곧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이 결정된다. 전체 선거운동 기간 말미에 심 후보와 정의당은 ‘소신투표론’을 꺼냈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선거운동의 타이틀도 ‘소신상정 당당하게 프라이드 유세’다.
평범한미디어는 8일 17시 심 후보의 <2030 프라이드 유세> 이화여대 앞 연설 현장으로 가봤다.
이대 캠퍼스 안 꽤 깊은 곳에서도 심 후보의 목소리는 울려퍼졌다. 유세 차량이 위치한 곳을 중심으로 반원 형태로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었는데 우측에는 이은주 의원, 배진교 원내대표, 박인숙 부대표 등이 서있었다.
정의당 소속 6명의 현역 의원이 현장에 다 있진 않았다. 류호정 의원은 심 후보를 등지고 횡단보도 앞에서 연신 손(기호 3번 표시)을 위로 흔들며 이대생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노력했다. 그 옆에는 심 후보의 남편 이승배씨가 마찬가지로 유세를 하고 있었다.
심 후보는 80% 이상의 투표율이 점쳐지는 현 상황에 대해 “내가 다녀보니까 특히 우리 2030 청년들을 많이 만나보니까 이 역대급 비호감 선거 이 양당 독점정치는 이번 선거로 끝내야 한다. 이제 정치교체, 제3지대 소신투표하겠다. 이런 국민들의 열망이 역대 최고의 투표율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 동의하는가”라고 말하면서 호응을 유도했다.
거리가 좀 있는 횡단보도 맞은편의 20대 여성들이 유별나게 환호를 했는데 실제로 정권교체냐 정권재창출이냐의 두 거대 흐름 밖에서 소신투표를 한 주인공들이었다.
캠프에서 미디어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는 류 의원은 평범한미디어와 만나 “(선거운동 기간 후반부에 청년과 대학가 중심으로 유세를 하며 만난 시민들에 대해) 평소에도 관심 갖고 지켜보시던 분들이 많이 오셔서 응원도 많이 해주시고 호응도 해주시고 사전투표 끝나지 않았는가. 그래서 (심 후보를) 찍었다고 말씀도 해주셨다”면서 “이제 1번과 2번 큰당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3번당을 찾아오신 분들은 다른 세상에 대한 열망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다른 데 눈치 보지 않고 처음 세웠던 그 원칙 그대로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세상에 대한 열망”은 곧 심 후보의 ‘생표론’과도 연결된다. 소신투표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표가 소위 사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당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뿐 정책적 변화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심 후보는 현실적으로 당선이 어렵더라도 획득한 득표율에 따라 ‘정치적 자산’이 축적될 수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그렇게 확인된 국민들의 진보적 표심은 진보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심상정이 비록 대통령이 안 된다 하더라도, 심상정 지지율이 두 배가 되면 집 없는 세입자들의 설움을 두 배 빨리 단축시킬 것이다. 심상정 지지율이 3배가 되면 성차별 없는, 성폭력 없는 성평등 국가 3배를 빨리 앞당길 수 있다. 20년 소신을 지켜온 심상정. 우리 학생 여러분들이 소신투표로 응답해서 이제 불평등의 계곡을 넘어 모든 시민이 존중받는 주4일제 복지국가로 나갔으면 좋겠다.
1년 전 강남규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경향신문 칼럼을 통해 “투표는 행위가 아니라 일종의 데이터”라며 “당선자의 득표수와 투표율 뿐만 아니라 낙선자 득표수와 무효표 수, 기권율도 기록에 남는다. 이러한 데이터에 해석이 더해지면 여론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투표가 계산되므로 사표도 아쉬울 게 없다. 낙선자가 기대보다 많은 표를 받았다면 하나의 정치적 신호가 된다”면서 △2014년 지방선거에서의 김부겸 현 국무총리가 얻은 득표율(40.33%) △2016년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의 돌풍 사례 등을 제시했다.
2014년 지방선거가 좋은 예시다. 당시 새누리당의 철옹성처럼 여겨지던 대구시장 선거에서 김부겸 후보가 낙선했지만 기대 이상의 표를 얻었다. 이는 대구 지역 유권자들에게 ‘민주당 계열도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가 됐고, 그 결과 2016년 총선에서 김부겸 후보가 수성구갑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에 이르렀다. 사표는 한 사회를 뒤흔들기도 한다. 2016년 미국 대선 민주당 예비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버니 샌더스가 그랬다. 자본주의의 대장국가인 미국에서 ‘민주적 사회주의’를 내걸고 나온 그가 그토록 돌풍을 일으킬 거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다. 하지만 샌더스는 돌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미국 사회에 사회주의가 유행처럼 번졌다. 그는 스스로 깃발이 되어 사람들을 모아냈고, 미국의 청년들은 비로소 같은 정치적 열망을 공유하는 동료들을 마주칠 수 있었다. 본선 진출도 못 한 정치인이 만들어낸 결과다.
투표는 나의 정치적 지향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비록 내 표가 당선에 쓰이지 못 해 지금 당장 권능을 갖게 된 정치세력으로 발현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데이터 만큼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수세력은 자신들이 얻은 데이터를 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원동력으로 삼기도 한다.
심 후보는 이날 아침 방송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전화로 출연해서 “누구를 반대하는 표. 누가 돼서는 안 되는 표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나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나를 지킬 수 있는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나의 소신에 한 표를 던질 때 그 소신표들이 모여서 세상을 바꾸고 나의 삶을 바꾸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한국 정치에서 소신투표라는 말 자체가 갖는 의미는 그만큼 거대 양당 바깥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심 후보는 연설에서 “비호감 선거를 이끌고 있는 양당은 서로 진영논리로 스크럼을 짜고 상대 후보가 당선되면 대한민국 망할 것처럼 협박하면서 유권자들을 줄세우기 하고 있다.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8일 출고된 경향신문 칼럼에서 “양당정치와 다른 정치적 욕구를 가진 국민들은 3월9일까지 협박 속에서 절망적인 밸런스 게임을 강요받는다. 정치가 불쾌한 이유”라고 묘사했다.
유권자들만이 아니다. 제3지대 정치세력에게도 엄청난 압박이 가해졌다.
심 후보는 “얼마 전에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로 사퇴하지 않았는가”라며 “결국 윤석열 후보한테 무릎을 꿇어 참 안타깝고 유감스럽지만 나는 안철수 후보를 비난하고 싶지 않다. 왜냐면 대한민국 정치에서 모든 자원을 다 틀어쥐고 협박과 회유를 하는 이런 양당정치 사이에서 그 틈바구니에서 소신정치, 책임정치가 얼마나 고단한 일인가를 그 누구보다도 심상정과 정의당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어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연일 당선되면 ‘통합정부’를 세우겠다면서 포용적인 이미지를 어필하고 있다. 그 결과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로 흡수됐고,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는 이재명 후보로 흡수됐다.
심 후보는 <뉴스쇼>에서 “두 당 후보께서 지금 다 통합정치를 말씀하시는데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는 모든 걸 먹어치우는 게 통합정치냐. 선거 때만 되면 표가 아쉽다고 소수당 꿇어 앉히는 게 통합정치냐. 반문하고 싶다”며 “진정한 통합정치가 이뤄지려면 다당제가 돼야 된다. 그리고 소신투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교체 구호를 반복하며 거대 양당 중 한 곳만 선택해왔던 ‘차악 투표’는 어떻게 귀결됐을까.
심 후보는 <뉴스쇼>에서 “지금까지 덜 나쁜 대통령 뽑아서 이 덜 나쁜 대통령은 결국은 더 나쁜 대통령하고의 경쟁 그러니까 내로남불 정치로 다 귀결됐지 않았나?”라며 “그것이 지금 역대 최대 비호감 선거를 만든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런 양당 기득권 정치간에 어떤 권력 교대만 가능한 이런 대한민국 정치 바꿔야 된다”고 제안했다.
정권교체 또 정권재창출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지금 세계 10위 선진국이면서 선진국 중에 가장 불평등한 대한민국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 어떤 가치보다도 다원적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시민들 상당 분들이 이런 소신투표를 할 거라고 믿는다.
특히 심 후보는 연설에서 “지금 세계 10위 경제 선진국의 파이는 굉장히 많이 커졌다. 그런데 그 파이를 소수 10%의 시민들이 다 전유하고 함께 땀 흘린 다수 국민들에게 돌아갈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있지 않는가. 말하자면 양당정치는 대한민국 10%를 위한 정치”라면서 아래와 같이 예언했다.
지금 이번에 양당 후보 중에 대통령 될 가능성이 높은데 누가 돼도 아마 대통령 선거 끝나자마자 고발고소전으로 들어가서 이제 민생은 뒷전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 때 했던 공약들 다 잊어버릴 것이다.
적대적 양당체제는 상대를 공격하고 자빠트려야 내가 살 수 있는 시스템이라 협력과 토론이 거의 불가능하고 매우 비생산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어땠을까? 진보적 관점에서 평가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삼성피해자 공동투쟁’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은규씨는 7일 페이스북을 통해 “5년 전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촛불정부라고 칭송하며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라고 외쳤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사드 철회,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재벌 적폐청산, 국가보안법 폐지,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 관광재개 등 후보 시절 하겠다고 한 것 참 많았다”고 되짚었다.
그런데 박씨가 보기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5년간 “하겠다고 한 건 안 하고 하지 말라는 것은 골라서 했다”고 볼 수 있다.
야당이 발목 잡아서 개혁 못 한다더니 국민의힘과 손잡고 위성정당 만들며 연동형 비례대표 말아먹고, 수작 부려도 하고 싶은 거 다하라고 180석 만들어줬는데도 하겠다고 한 건 안하고 하지 말라는 것은 골라서 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 안 밝히고, 1호 민원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블랙박스 수색 외면하고, 국가보안법 안 없애고, 차별금지법 안 만들고, 부동산 가격 폭등시키고, 사드 기지 공사한다고 소성리 짓밟고, 미국 눈치보느라 북한과 평화협정 체결 못 하고, 비정규직 늘리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왜곡하고, 탈원전 대신 핵발전소 더 늘려 기후위기 환경문제 악화시키고, 경제적 불평등 빈부격차 키우고, 백신 접종 피해자 방치하고, 이재용 가석방 박근혜 특별사면 시켜주고. 여기서 얼마나 더 망한다고 이재명 안 뽑으면 큰일난다고 무슨 낯으로 촛불정부 2기를 만들어야 하니 이재명을 뽑아 달라는 거냐?
무엇보다 심 후보는 소신투표가 “역사적인 퇴행을 막을 힘”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즉 “대통령과 양당을 견제할 수 있는 견제의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역대 비호감 양당 독점정치를 이번에 마지막으로 만들기 위해서 제3지대의 힘을 어떻게 키울 것이냐. 이것이 남은 선택의 결단이라고 보는데 여러분 동의하는가. 사표 이야기하는데 지금 두 당 후보 중에서 낙선하는 분의 표도 사표다. 그렇게 말하면 다 사표다. 나는 사표 없다고 생각한다.
사표는 없다. 그렇지만 심 후보를 비롯 소수 후보들이 너무 처참한 득표율을 기록하고 지나칠 정도로 양강 후보에게 표가 쏠리게 된다면 적대적 양당체제는 더욱더 견고해질 것이다. 그래서 소신투표가 절실하다.
정주식 전 직썰 편집장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신 앞에서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꼭 채식주의자인 것은 아니다. 오리고기나 양고기를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좋아할지 어떻게 아는가”라며 “누군가 두 당의 정치를 비웃는다고 해서 냉소주의자라고 손가락질 하는 건 성급하다. 그 사람은 당신보다 열정적으로 더 나은 정치를 응원하고 있을지 모른다. 나는 양비적 환경에서 기어이 한쪽 편을 들고야 마는 사람보다는 다른 정치의 가능성에 희망을 거는 사람이 보다 주체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자호 정의당 문화예술위원장은 8일 페이스북에서 1997년 대선부터 이번 대선까지 총 여섯 차례 동안 전부 진보 후보에 투표했다는 점을 환기하며 “내 표는 사표가 아니었다. 우리 정치사에 유일한 제3세력을 20년 넘게 유지시켜온 표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숨막힐 지경이다. 그래도 내 표는 우리 사회의 변화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며 “내가 이해하는 진보는 변화를 지향하는 것이지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쯤에서 심 후보의 메시지에 대해서도 지적이 필요할 것 같다. 심 후보는 안 후보의 단일화 선언 이후 지속적으로 “양당 사이에 오직 심상정 하나가 남았다”는 식으로 메시지를 내고 있다. 그러나 진보 후보들만 보더라도 심 후보 외에도 기본소득당 오준호 후보, 노동당 이백윤 후보, 진보당 김재연 후보 등 3인이 엄연히 완주에 성공했다.
이장규 전 노동당 정책위원장은 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심 후보의) 사고 속에는 4명(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빼고 다른 후보는 아예 없는 듯하다. 이제 나 혼자 남았다고? 후보가 4명 뿐이냐?”라며 “당장 본인도 허경영과 비교당하는 판에 왜 다른 소수정당은 생각 안 하냐? 민주노총 조합원이면서 민주노총 주최의 토론회에 어떤 이유도 없이 참석하지 않은 것도 그렇고 조직 노동은 그냥 조용히 찍어주면 고맙지만 굳이 같이 해본들 더 손해라는 표 계산만 하고 있는 거 아닌지?”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회경제적 약자나 소수자의 가치를 옹호하겠다면 본인의 행동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골목대장 노릇만 하지 말고. 그 골목이나 다른 골목 곳곳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들도 좀 생각하라”고 주문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도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안철수 후보는 사라졌지만 기본소득당 오준호 후보를 비롯해 여전히 여러 후보들이 대안정치를 하겠다며 대선 레이스를 뛰고 있다”면서 “원내 의석수가 적은 소수정당의 대표 정치인으로서 심상정 후보가 지금까지 겪었을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정의당보다 작은 정당의 존재를 지우고 이들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은 진보정당의 대표 정치인이 할만한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2018년 故 노회찬 의원의 타계 이후로 선거제도 개혁 정국(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맞물려 이른바 “유력정당론”을 내세웠다. 이제 정의당은 군소정당의 굴레를 벗어나 유력정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였다.
심 후보는 2018년 10월 진행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 총선이 정의당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어떤 군소정당으로서의 진보정당 시대를 끝내고 유력정당으로서 새출발을 하는 그런 총선이 돼야 한다”며 “그렇게 당을 유력정당의 시대로 새로운 시작을 이끌어야 되는 것이 나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심상정·노회찬 밖에 없냐. 그렇게 말씀 많이 하셨는데 노회찬·심상정을 이을 어떤 인물을 발탁해서 리더를 발굴하는 그런 방식이 아니라 당을 유력정당으로 변화시켜서 많은 후배들이 서로 경쟁하고 성장할 수 있는 그런 정치적 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정의당을 메이저리그로 끌어들여서 많은 유능한 정치인들이 메이저리거로 참여할 수 있도록 그렇게 만들어서 진보정치의 황금세대를 만들어내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소명이 아닌가 생각한다. (2020년 총선 목표 의석은?) 제1야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것은 정의당만의 목표라기 보다는 정치 변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기대라고 본다.
심 후보는 2020년 총선을 앞둔 2019년 하반기 즈음 미래당과 녹색당의 젊은 정치인에게 입당 후 출마를 제안했다가 거절을 당하기도 했는데 이는 심 후보의 표현대로 “선거 때만 되면 표가 아쉽다고 소수당 꿇어 앉히는 것”이란 비판을 부메랑으로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미래당 오태양 대표는 2020년 3월6일 선거연합을 위해 ‘정치개혁연합’과 간담회를 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 심 대표는 좋은 취지로 미래당이 정의당과 함께 하자고 말씀하셨지만 작은 정당 입장에서는 간판 내려놓고 들어오라는 말씀으로 들리니까 아무리 변두리 구멍가게 작은 정당이지만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그런 건 어렵다고 답했다.
이 지점에 대해서는 심 후보와 정의당이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특히 심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진정한 통합정부와 통합정치는 그동안 양당정치가 대변하지 않은 수많은 목소리들을 정치가 품어 안는 것”이라며 “소수라고 배제했던 시민들을 공동체 일원으로 존중하고 이분들에게 합당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진정한 통합정치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여러분 동의하는가. 목소리 작다고 무시하고 가진 거 없다고 배제하고 약하다고 따돌림하지 않는 정치가 진정 통합정치 아닌가”라고 말했다.
여기에 소수정당 세력은 포함되지 않는 걸까?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독립 언론 뉴스타파는 최근 ‘뉴스쿨’이란 프로그램을 론칭하며 교육·실무·창업 3단계를 거쳐 여러 독립 언론의 탄생을 돕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정의당은 소수세력에 대해 흡수 또는 무시 2가지 스탠스로만 일관하고 있다. 참고로 뉴스타파는 ‘더초이스 2022’라는 대선 주자 대담을 기획하며 심 후보를 비롯 김재연 후보, 김동연 후보, 오준호 후보, 이백윤 후보 등을 초청한 바 있다.
끝으로 정의당과 정치인 심상정의 미래를 짚어보고자 한다. 심 후보는 이번 대선이 마지막 소임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렇다면 정의당은 대선 이후에 뭘 해야 할까?
지난 1월 중순 심 후보는 지지율 정체 등을 이유로 칩거에 들어갔다가 복귀했는데 복귀 일성으로 “지워진 이름들을 심상정의 마이크로 더 크게 그 목소리를 내겠다”고 공언했다.
복귀 이후의 선거운동에 대해 강 연구위원은 경향신문 칼럼을 통해 아래와 같이 평가했다.
반지하방에 사는 청년, 새벽에 퇴근하는 물류 노동자,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산재 유가족, 특성화고 졸업생, 여성 개발자, 여성 경찰, 코로나 전담병원 간호사들을 쉴새 없이 만나고 다녔다. 토론회에서는 이동권을 얻기 위해 투쟁하는 장애인들과 공군 성폭력 피해자 故 이예람 중사 유가족의 요구를 그의 목소리로 전했다. 50일 가까이 심상정은 지워진 사람들의 곁에 선다는 기조를 최대한으로 유지했다.
강 연구위원은 심 후보와 정의당 입장에서 대선 이후의 5년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앞으로의 5년은 정의당이 궤적을 다시 쌓아가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심 후보의 복귀 이후) 50일은 효과가 없었다고 실망하기엔 짧은 시간이다. 심상정이 50일간 한 일을 정의당이 앞으로 5년간 꾸준히 한다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지난 50일의 행보도 무의미한 것이 될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