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대전에 살고 있는 40대 여성 A씨는 새내기 집사로서 최근 고양이를 기를 수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기 위해 모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찾았고 그곳에서 만난 B실장에게 “고양이가 되는 집으로 알아봐달라”고 신신당부했다. B실장은 마침 고양이를 기를 수 있는 매물이 있다면서 소개해줬고 A씨는 흔쾌히 계약서에 서명했다. A씨는 지난 1월 이사를 마쳤고 반려고양이 ‘나비’와 함께 두 달 넘게 문제없이 살았는데 어느날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건물주 C씨가 A씨에게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 “고양이 소음으로 민원이 들어왔다. 여기서 고양이 키우시면 안 된다. 왜 그걸 몰랐느냐”고 한 것이다. A씨는 “고양이가 되는 것을 제1의 조건으로 알고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고 받아쳤으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황당한 A씨는 B실장에게 연락을 취해 “고양이가 된다고 해서 이사를 했는데 건물주가 전혀 모른다고 했고 고양이는 아예 안 된다고 하더라”고 항의했다.
그러나 B실장은 되려 “(C씨가) 강아지는 안 되지만 고양이는 피해만 안 주면 된다고 했는데 정말인가”라며 “고양이가 밤마다 울고 주변에 피해줘서 항의 들어왔나보다. 다른 입주자들의 생활에 방해가 되면 그건 안 된다”고 반응했다.
A씨는 평범한미디어에 억울함을 토로하며 “고양이의 울음 소리가 요란했다면 교육을 하면 되지만 건물주는 아예 고양이 자체를 기르지 말라는 분위기였고 (개는 안 되고 고양이는 된다는 중개인의 말에 대해) 금시초문인 것 같았다”고 제보했다.
A씨는 다른 입주민이나 C씨에게는 화가 나지 않지만 B실장의 태도에 대해서는 “뻔뻔하다”고 직격했다. A씨는 일단 B실장이 잘못 중개한 책임에 대해서 일절 거론하지 않고 전혀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A씨가 보여준 카톡 메시지에 따르면 B실장은 “내가 알기로는 강아지는 안 되고 고양이는 소음이 없으니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 가능하다”는 입장만 피력했다.
그러나 고양이는 개에 비해 소음 데시벨이 작을 뿐 분명 소음을 발생시킨다. C씨는 애초부터 B실장에게 매물을 내놓을 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조건으로 고양이를 허용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C씨는 16일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계약서에 보면 애완견 사육 금지라는 것을 명시해놨는데 그걸 애완동물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았다. 아마 그래서 부동산쪽에서 견만 안 되고 고양이는 된다고 해석한 것 같은데 나는 전혀 그런 뜻이 아니었고 고양이도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C씨는 밤 늦게 A씨에게 전화를 걸어서 고양이가 안 된다고 상기된 반응을 보였는데 그 이유는 두 가구 이상의 다른 입주자가 고양이의 거센 울음 소리를 듣고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었다.
C씨는 “A씨에게 조금 흥분했는데 녹취된 것을 들어보면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심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A씨는 고양이가 되는 건물이었다면 다른 입주자들도 이 정도의 고양이 소음을 감내했겠지만 원래 고양이가 금지된 건물이라고 인지했던 입주자들이 “뒤늦게 그런 고양이 소리를 들었다면 민원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A씨는 나비에 대한 애정이 커진 상황에서 갑자기 다른 데로 입양을 보낼 수도 없고, 두 달만에 급히 이사를 가기도 곤란하다면서 난처한 상황을 하소연했다.
궁극적으로 중대한 계약 조건을 잘못 전달한 B실장의 책임이 크다.
A씨는 평범한미디어에 “B실장은 여전히 사과 한 마디 없다. 모든 건물주들은 원래 세입자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 따위만 반복했고 되려 (난처한 A씨의 처지를 듣고서도) 고양이 교육시키면서 달래면서 몰래 잘 키우고 서로서로 조심하면 되는 거다”라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A씨는 중대한 중개 피해를 당했다고 보고 민사소송 등 법적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
문아라 변호사(법무법인 대율)는 16일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동물을 계속 키우다가 임대인으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하거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손해배상청구 등을 당하면 그로 인하여 발생된 손해를 중개업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것이 기본 구조”라며 “(A씨의 사례를 보면 B실장이 분명히 그렇게 중개한 녹취 등 물증만 있다면) 중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사를 갈 수가 없어서 불가피하게 건물주의 요구로) 고양이를 다른 곳에 보내는 경우를 생각해봤을 때 그 비용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소송이란 게 유기체 같은 면이 있어서 비용이 조금 들더라도 도전을 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조언했다.
로엘 법무법인 부동산전담팀은 작년 2월1일 홈페이지에 비슷한 사례를 게시하며 “계약서에 특약(애완동물 관련)이라고 적혀 있었으며 중개사와의 대화 내용 중 책임지겠다라는 내용이 녹취록에 담겨 있으면 중개사의 고의 과실을 입증할 수 있다”며 “한 달간 비었던 방세와 관리비 역시 공인중개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협의가 되지 않는다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민법 750조에 따르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공인중개사법 30조 1항은 “개업 공인중개사가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거래 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문 변호사도 이런 지점을 거론하며 A씨에게 소송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권했다.
A씨는 평범한미디어에 “너무나 중대한 중개 오류임에도 일말의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고 오롯이 나만 큰 피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소송을 하는 쪽으로 준비해보겠다”고 알려왔다.
한편, 2020년 8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기 이전에는 임대차 계약을 할 때 반려동물에 대한 구체적인 ‘특약’을 걸어놓지 않는다면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알리지 않고 펫을 길렀다고 해서 일방적인 계약 해지 등을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사회통념상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이 “임대차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사유”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차인이 몰래 개를 길렀다가 그로인해 임차 원룸의 벽지가 손상되고 다른 입주자에게 소음 피해를 줘도 특약만 없다면 쫓겨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법이 바뀐 뒤로는 건물주가 “계약갱신청구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유들이 명시됨으로 인해 몰래 반려동물을 기르는 행위가 그 사유에 해당될 수 있게 됐다. 즉 임차인은 계약 해지에 손해배상까지 해야 할 수도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6조의3 1항 5호와 9호에 따르면 “임차인이 임차한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이거나 “그밖에 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인환 변호사(법무법인 제하)는 조선일보 <땅집고> 보도를 통해 “임대차보호법이 시행 초기여서 반려동물 분쟁 관련 판례는 없지만 앞으로 반려동물을 키울 세입자라면 반드시 집주인에게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