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전영임 기자] 아래 사진에 보이는 치즈 길고양이의 이름은 ‘콘쵸’다. 콘쵸는 태어난지 6개월만에 임신과 출산을 겪었다. 길에서 새끼 3마리를 낳았지만 1마리의 아깽이(아기 고양이)는 이미 고양이별로 떠났다.
보통 고양이들은 봄가을에 발정기를 거치는데 아직 중성화 수술을 하지 못 한 콘쵸는 올 가을이 매우 위험하다. 매년 찾아오는 발정기에 임신과 출산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콘쵸와 같은 암컷 길고양이는 1년에 약 1~2회 정도의 출산을 반복하고 있으며 한 번에 3~5마리의 새끼들을 출산한다. 중성화 수술은 암컷 고양이들에게 출산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
중성화 수술(TNR수술/trap-neuter-return)은 동물의 생식기 전체 또는 대부분을 없애는 걸 뜻한다. 수컷만 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진 경우도 있는데 그렇지 않고 암컷에게도 이뤄진다고 한다. 수컷은 거세를 하는 것이고, 암컷은 난소 적출을 해주는 것이다. 중성화 수술은 동물 불임수술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중성화 수술은 "길고양이의 개체수를 적절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인간적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긴 하지만 꼭 그런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길고양이 입장에서도 필요한 조치가 중성화 수술이다. 길고양이든 반려묘든 상황과 때에 따른 적절한 중성화 수술을 해주지 않으면 수의학·행동학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수의학 전문가들 대다수는 인간 세계에서 함께 살아갈 처지라면 고양이에 대한 중성화 수술이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성화 수술은 길고양이에게 호르몬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질병도 막을 수 있으며 개체수 증가로 인해 영역 다툼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시민들에게는 발정 시기에 고양이 울음소리와 개체수 증가로 인한 고양이 혐오도 줄일 수 있다. 만약 집 근처 길고양이가 없어서 본인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해도 이웃에 있던 고양이들이 영역을 넓혀 그곳에 살게 될 확률이 높다. 중성화 수술만이 개체수 조절을 위한 방법이다.
윤홍준 원장(월드펫동물병원)은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중성화 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발정이 안 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원장의 워딩을 그대로 인용해본다.
"발정에 대해서 많이들 헷갈려하고 의인화해서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발정은 자신의 DNA를 세상에 남기기 위한 본능과 같은 행동이다. 암수가 동일하고 신이 인간이나 동물에게 남긴 메시지의 일종이다. DNA에 자손을 번식시켜라는 이런 메시지를 각인시켰다. 이 과정에서 인간에게는 쾌락이란 미끼를 제공했는데 동물에게는 두려움과 공포심, 통증을 줬다. 동물이 자손을 번식하려는 행위는 로맨스나 사랑이나 쾌락 이런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두려움과 공포심 그리고 불안하고 아프고 힘들기 때문에 사람처럼 의인화해서 중성화 수술을 하면 사랑도 못 하고 로맨스도 못 느끼고 교배를 통한 쾌락도 못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의인화해서 생기는 잘못된 오류다. 한 마디로 발정은 불안하고 힘들고 괴로운 과정이다. 얼마나 괴롭냐면 발톱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벽을 긁는다. 괴로워서 바닥을 구르기도 한다. 밤새도록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교배 과정도 로맨틱하지 않다.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강한 DNA를 가진 종자와 교배할 뿐 어떤 선택권이 있지 않다. 모인 수컷들 중 서로 싸워서 힘센 녀석이 차지하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에만 살고 있는 길고양이는 대략 11만 6000마리라고 한다. 서울시는 내년 봄 길고양이 번식기 전 중성화율을 높여 인간과 고양이의 공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중성화의 날(TNR day)’을 지정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데 역할을 해온 캣맘, 캣대디와 같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고민하고 있는데 길고양이의 포획과 방사를 이들에게 맡기고, 임상수의사가 중성화 수술에 참여하는 ‘시민 참여형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중성화의 날은 매년 11월 일요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으로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은 임상수의사, 수의대 교수와 학생 등이 자원봉사로 참여하여 무료로 진행될 예정이다.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참가 신청서를 작성해서 서울시 동물보호과로 제출하면(10월11~25일) 된다. 또한 자격 요건이 있는데 안전한 포획·방사 방법 등에 대한 비대면 사전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서울시 길고양이 표준지침’에 따라 포획과 방사를 실시해야 한다.
서울시는 중성화 신청 지역들 중에서 중성화율이 낮고, 신청률이 높은 곳을 우선 선정해서 10마리 이상을 한 번에 중성화할 수 있도록 추진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서울시 시민건강국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14일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신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작년에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했던 지역들에서도 올해 또 하고 싶다고 하시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수의사들과 시민들이 같이 참여해서 진행하다 보니 중성화 사업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신뢰도 쌓고 하는 점이 좋은쪽으로 진행되고 있는것 같다”며 “수의사들과 시민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하다 보니 그런 부분들이 꼭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길고양이도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체다. 인간은 길고양이와 함께 공존하는 공동체를 조성할 책임이 있다. 개체수가 폭증하는 길고양이를 위해 중성화 수술로 대처하는 것이겠지만 만약 길고양이를 학대하거나 고의적으로 죽이게 되면 동물보호법 46조 1항 1호, 2항 1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