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퉁불퉁 장애로드⑤] 휠체어 장애인들의 설움 "저상버스 타려면 1시간 넘게 기다려야"

  • 등록 2022.04.16 12: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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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내 눈 앞에 버스가 도착했다고 상상해보자. 앞 문이 열리고 앞 사람들이 하나 둘씩 승차한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아차' 싶다. 지면과 버스 간 단차가 너무 높다. 탈 수가 없다. 우물쭈물 하는 사이 뒤에 탈 사람들은 웅성거리고 버스기사의 얼굴엔 짜증이 가득하다.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생각이 오가고 결국 나는 창피함을 안고 버스 타기를 포기한다. 

 

솔직히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가? 당신이 비장애인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휠체어 장애인들에겐 일상이다. 오를 꿈조차 꾸기 어려운 게 '버스'다. 

 

 

비교적 휠체어 탑승이 용이하도록 배려한 저상버스의 도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 하고 있다. 저상버스는 차체가 낮고 출입구에 경사판이 설치돼 있어 장애인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낫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장애인 이동권과 탈시설 등을 요구하는 시위 방법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3월25일 "장애인의 일상적인 생활을 위한 이동권 투쟁이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발언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전장연과의 전쟁이 서막에 올랐다.

 

당시 전장연은 지하철 출입문에 휠체어를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했다. 이 때문에 지하철 출입문이 닫히지 않아 정상적으로 운행이 되지 않았다. 전장연의 방법론에 대한 비판도 있었지만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큰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다.

 

지하철도 지하철인데 버스 문제를 다뤄보려고 한다.

 

 

국토교통부가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함께 9개 광역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교통 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교통 약자는 총 인구 5138만명 중 약 30%에 달하는 1540만명이다. 그럼에도 교통 약자를 위한 이동권 보장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버스의 경우 교통 약자들이 지역간 이동을 할 때에 이용하는 교통수단 중 가장 높은 이용률(55.1%)을 나타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도시별 시내버스 중 저상버스 비율은 서울시 57.8%, 부산시 27.3%, 대구 34.9%, 인천 22.7% 등 여전히 저조하다. 

 

충청 지역 저상버스 도입률은 지난 2020년 기준 대전 31.3%, 세종 27.9%, 충남 10%, 충북 20.1%에 불과하다.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대전·세종·충북 전장연 활동가들이 1년을 넘게 투쟁한 결과 마침내 올해 대전·세종·오송을 오가는 주요 노선인 B1 버스 노선에 휠체어 탑승 버스인 '바로타'가 도입될 예정이라는 거다. 그러나 아쉽게도 장애인 이동권을 비롯한 관련 정책 미비에 대한 보완책은 없는 상황이다. 

 

 

대전·세종·충북 전장연은 최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역이동체계 확립, 저상버스 확대 도입, 특별교통수단 도입 등 교통 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지자체의 책임있는 정책 시행을 촉구했다.

 

지난 2001년 서울 오이도역에서 휠체어를 타고 가던 장애인이 리프트 사고로 사망했다. 이후 지난 4월7일 또 한 명의 장애인이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다 휠체어가 전복돼 숨을 거뒀다. 휠체어 장애인이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게 위험하다는 것은 이미 판명된 사실이다. 그러나 휠체어, 쇼핑카트 등의 진입을 막는 차단봉이 의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설치되지 않고 있다. 혹자는 서울의 지하철역 중 93%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고 나머지도 만든다는 데 무엇이 문제냐고 한다. 그러나 나머지 7% 장소들에서 사건사고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뿐인가. 저상버스 도입율이 10% 내외에 불과한 시도가 허다하고 법정 대수도 채우지 못 하는 특별교통수단은 거주지 시군 밖으로는 나가지도 못 하는데 시외고속버스 저상버스 도입은 요원하기만 하다.

 

전장연 관계자는 현장에서 평범한미디어와 만나 "휠체인 장애인은 저상버스를 타기 위해 1시간을 넘게 기다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통상적으로 저상버스는 노선에 따라 이동이 제한되는 구간이 있다"며 "바로타 B1의 경우 저상버스가 없어 탑승조차 못 하는 현실이다. 도시 철도에도 휠체어 리프트가 있긴 하지만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토로했다.

 

차선책인 특별교통수단이 있으나 자유롭게 사용하긴 힘들다. 이들의 운행시간이 한정적이어서다.

 

 

마이크를 잡은 문경희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대전의 특별교통수단은 24시간, 세종 내 특별교통수단은 밤 11시30분까지 운행한다. 그러나 밤 9시면 가까운 지역으로의 이동이 제한된다. 급한 이동이 필요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자치단체 차원의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가 실시되고 있지만 도입 현황, 설치 유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별 소용이 없다. 

 

저상버스 배차시간과 운전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교통약자 인식 교육이 나아지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저상버스 리프트 사용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활용을 꺼리는 경우가 적잖다고 한다.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구간에는 배차시간을 좀 더 길게 잡고 저상버스 운전기사들을 대상으로 교통약자에 대한 인식 교육을 하는 등 보다 더 휠체어 장애인도 안심하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기울어야 할 때다.

김미진 rlaalwls02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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