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차현송 기자] 최근 독립언론 <셜록>이 대학 교수들의 자녀 스펙용 논문 문제를 집중 보도해서 대입 취소를 이끌어낸 가운데 교육부가 고등학생이 등재된 논문들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2007년에서 2018년 사이에 발표된 논문이나 연구물 중 총 96건이 상당한 연구 부정을 내포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에 미성년자가 수행할 수 없는 연구 주제였고 실제로 하지 않았음에도 부모가 명문대 교수라는 이유만으로 논문 저자가 되었다. 96건 중 무려 22건(23%)이 서울대에서 자행됐다. 뒤이어 연세대, 건국대, 전북대, 성균관대 순이었는데 현재 이러한 연구 부정행위를 저질러 대입에 이용한 미성년자들 중 고작 5명만 입학이 취소된 상황이다.
지난 4월25일 교육부는 ‘고등학생 이하 미성년 공저자 연구물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도 않은 연구로 논문 저자가 된 미성년자는 82명이나 됐다. 이들은 부정 논문을 학교생활기록부나 자기소개서 등에 기재하여 대입에 이용했는데 확인된 사례만 10명이었다. 해당 대학들은 명백한 업무방해 피해를 당했음에도 전부 입학 취소를 단행하지 않았다. 10명 중 5명에 대해서만 입학 취소가 이뤄졌고 나머지는 그대로 학적을 유지했다.
입학 취소를 당한 5명 중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조민씨를 포함 4명은 소송을 걸었다.
자식들 보다 더 나쁜 것은 부모들이다. 그러나 편법으로 자녀의 스펙을 챙겨준 교수 69명 중 해고나 정직 등 중징계를 받은 사례는 고작 3명이었다. 나머지는 대부분 3년의 징계 시효가 끝나 중징계가 불가능하다는 대학의 비호를 받았다. 경징계를 받은 교수도 6명에 불과했다. 58명은 단순 주의나 경고조차 받지 않았다.
인터넷 여론을 살펴봤다. 해당 소식이 공유된 뉴스 댓글란과 커뮤니티를 들여다봤는데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네티즌 A씨는 “(대표적인 연구 부정 주체가 의대생이었는데) 살면서 수많은 부정으로 의사가 된 사람들에게 진료를 받게 될 수도 있다는 게 두렵다”고 밝혔다.
네티즌 B씨는 “금수저 집안이 스펙이다. 교수 부모를 두지 못 한 내 처지를 탓하게 되네”라고 토로했다.
네티즌 C씨는 “더 볼 것도 없이 10명 모두 입학 취소해라. 솜방망이 처벌을 하니 이런 일이 계속 생기는 것”이라며 “단호한 징계와 처벌이 필요하다. 위법을 저지른 교수들도 시한을 떠나 모두 교직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성토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소극적이다. <셜록>의 공격적인 취재와 여론 형성에 떠밀려 마지 못 해 움직이고 있다.
교육부는 “개인정보 문제, 명예훼손 우려로 지금껏 교육부 감사 결과도 실명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의 스탠스에 대해 셜록은 아래와 같이 묘사했다.
<셜록>은 은밀한 정보를 요구하지 않았다. ‘미성년 부당 저자 표기‘로 판정 받은 논문 제목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을 뿐이다. 논문은 개인적 성취만이 아닌 사회적-공적 결과물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 논문을 쉽게 검색하고, 도서관 등에서 열람할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수많은 논문 중 어떤 게 ‘연구 부정’ 판정을 받았는지 알고 싶었다. 교육부가 직접 밝힌 대로, 연구 부정 가능성이 높은 논문은 한두 편이 아니다. 교육부는 2019년 5월 13일, 전국 50개 대학교수 87명이 논문 139건에 미성년 자녀를 등재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10월, 교육부가 특별감사로 추가 확인한 것까지 포함하면 미성년 공저자 논문은 794건이다. 이 중 어떤 논문이 연구 부정 판정을 받았는지, 시민은 알 길이 없다. 대학-교육부-학회가 ‘개인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부정한 논문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그 탓에 부정 논문은 여전히 도서관, 학술지 등에서 ‘정상 논문‘으로 살아 있다.
대한민국에서 대입은 전쟁이다. 탈학교 청소년을 비롯 전국의 고등학생들이 입시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또는 탈락하지 않기 위해 하루 하루 치열하게 살고 있다. 밤잠을 줄여가며 책상 앞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부모 찬스’를 사용할 수 있는 일부 자녀들이 이런 식으로 대학에 들어가게 되면 정직하게 노력한 다른 학생들의 자리를 뺏는 것이나 다름 없다.
무엇보다 교육부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늦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엄격한 기준을 세워서 처리해야 한다.
교육부가 머뭇거리면서 ‘성공한 입시비리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공식이 점점 굳어지고 있다. 공정해야 할 입시를 부정한 방법으로 망가뜨린 특권층은 거의 무사하다. 반면 교육적으로 옳은 방향이라는 평가를 받은 제도(입학사정관제, 학종)가 오히려 ‘부정의 원흉’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부정행위자는 유유자적 배를 타고 떠났다. 항구에 남은 사람들은 괜한 제도 탓을 하며 입시를 획일적으로 퇴행시키고 있다. 그것도 강남 대치동 사람들이 가장 반기는 방식으로 말이다. 도대체 교육부는 무슨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