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코로나 시국이 2년을 향하고 있다. 취업은 더 어려워졌고 알바 자리도 구하기 힘들다. 대학생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안 그래도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대학, 교육부, 대교협(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은 더 무거운 짐을 얹어주고 있는 것 같다.
대학생들이 분노하고 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지난 26일 오후 1시 서울 종로의 모 스터디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교육부, 대교협을 규탄했다.
이들이 내놓은 메시지는 크게 3가지가 있는데 △1년 반 동안 변하지 않은 대학의 통보식 행정 비판 △코로나 시국 등록금엔 자율성, 재정 지원에는 통보 일삼는 교육부 비판 △여전히 부담되는 등록금을 나몰라라 하는 대교협 비판 등이다.
이제 며칠 있으면 개학이다.
그러나 대학가는 비대면 수업으로 할지 대면으로 할지 결정을 못 하고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어떤 대학은 대면을 강행하기도 하고 어떤 대학은 비대면 체제로 간다. 그래도 코로나 상황이 심각한 만큼 거의 대부분의 대학은 비대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문제는 결정 과정에 있다. 학생들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는다. 학내 공식 회의체로 자리 잡고 있는 '코로나 대책위원회'에서 학생위원은 배석조차 못 하고 있다.
결국 대학들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한다. 이 사실은 수강신청 기간이 되어서야 공지된다. 그래서 지방에 살고 있어 통학할 수 없는 학생들은 "기숙사나 자취방을 얻어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얻는다면 언제 얻어야 되는지" 등 중대한 결정을 숙고없이 급하게 내릴 수밖에 없다.학교 앞 자취방을 잡았는데 추후 갑자기 비대면으로 변동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그나마 다행이다. 그 반대가 문제다.
사실 많은 대학들이 거리두기 3단계 조정에 따라 대면 강의를 확대하게 되면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대학생들이 많은 만큼 코로나 재확산이 우려스러운 대목도 있다.
한국외국어대 총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네트워크 5기 이주원 의장은 "지난 2월 교육부가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발표한 원격수업관리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훈령은 실패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장은 총학생회의 공식 의견이 수직적인 권력 구조 앞에서 그냥 참고용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한국외대 코로나19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당시 총학생회장인 내가 참관하려고 했는데 교수위원들이 내부 회의 내용이 밖으로 나가선 안 된다는 이유로 학생 대표를 퇴장시키는 등 회의 참여를 보이콧하는 상황도 발생했다"고 증언했다.
대학의 정책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학생들의 대표가 참관초자 못 한다는 것은 정말 황당한 일이다. 특히 대학은 학생들로부터 등록금을 받아 운영되는데 왜 주요 결정 사안에서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걸까.
대학기본역량진단도 논란이 많다. 특히 예술대의 경우 진단 기준에 맞지 않기 때문에 더욱 논란이 크다. 기본역량진단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고등교육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교육의 질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학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2014년 대학구조개혁 추진 계획이 수립된 이후 2018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말은 좋지만 사실상 대학 구조조정이다. 평가 기준에 미달한 대학은 재정 지원 축소를 감수해야 한다. 관련해서 지난 17일 교육부는 대학기본역량진단 가결과를 전국의 대학들에 통보했다.
그런데 평가 기준에 미치지 못 하는 대학교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라 소속 학생들까지 피해를 본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천편일률적인 평가 기준 때문에 예술대나 신학대 등 특수목적 대학들은 애초에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환경이다.
김지원 성신여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 "대학기본역량진단은 재정 지원을 위한 평가가 아닌 지원 배제를 위한 평가를 한다"며 "오늘의 선정 대학은 내일의 미선정 대학일 뿐이다. 사람 중심 미래 교육이라는 가치로 학생 성장을 주장하던 교육부는 일반재정지원 미선정 대학의 피해를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역량진단 탈락 자체로 낙인효과가 있어 부실대학이라 오인받는 이 상황에서 모든 피해는 학생들이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올해 대학 기본역량진단의 권역별 평가 방식은 기본역량진단의 진정한 목적과는 달리 탈락을 위한 탈락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오히려 수도권 역차별과 비수도권의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대학기본역량진단인지 교육부에게 질문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서는 대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현안일 수밖에 없는 등록금에 대한 문제도 거론됐다. 대학 진학률 90%에 육박하는 한국 사회에서 등록금은 너무 큰 부담이다. 너무 비싸다. 학자금 대출 제도가 있지만 등록금 자체를 낮출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 시국에 따른 비대면 체제라서 학교 시설을 전혀 사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등록금은 과거와 똑같거나 생색내기용 10만원 인하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교협은 "대학의 등록금 산정 자율권 행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네트워크에서 실시한 <대학생 문제 및 2021 대선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의 91.9%는 여전히 실질적인 반값 등록금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대학에 등록금 산정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니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처사다.
안희진 서울여대 부총학생회장(51대 총학생회 스탠다드)은 "등록금 책정 자율권 행사를 검토해야 한다는 대교협의 주장에서 그들의 고려 대상은 학생들이 아니라 대학 재정 운영 즉 돈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며 “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는 등록금 책정 자율권 행사 검토 주장은 등록금에 대한 학생들의 현실과 요구를 전혀 파악하지 못 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이 없는 학교는 존재할 수 없다"면서 교육부와 대학들에게 학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