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협상’에서 합의할 생각이 없다

  • 등록 2023.07.07 20: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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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오래 전부터 선거제도를 결정해달라고 촉구해왔다. 내년 총선 1년 전인 지난 4월부터 지속적으로 데드라인을 제시했지만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또 한 번 데드라인을 제시했는데 오는 7월15일까지 2+2 협의체가 선거제도를 뭘로 할지 합의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래야 8월 안으로 국회 정개특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의결하고 바로 선거구 획정안까지 세트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공염불이 될 것 같다.

 

 

여야는 7일 한국정치평론가협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선거제 개편 대토론회 테이블에 마주앉았지만 맨날 되풀이했던 레퍼토리만 주고받으며 아무 소득없이 마무리됐다. 정개특위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참석해서 각자 이해관계에 맞는 주장만 내놨다.

 

역시 핵심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어떻게 할 것이냐와 직결되는 의원정수 문제였다. 발제를 맡은 김성완 평론가 외에도 많은 참석자들이 의원정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김상훈 의원은 “국민의 시각에서 봤을 때 의원정수 확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지역구에서도 다양한 직역의 전문가가 많이 영입되므로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야 한다고 단선적으로 결론 내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 시각이란 표현은 내세우는 명분에 불과하고,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속내를 대놓고 내비친 것이나 다름 없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이뤄낸 180석의 성취를 국민의힘도 달성할 수 있다는 근거없는 기대감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은 4년 전부터 일반적으로 국민들이 갖고 있는 정치 혐오 정서에 따른 의원정수 확대 반대 여론을 들이밀고 있다. 300석 기준 득표율 30%를 얻었다면 90석만 가져가야 하는데, 1표만 더 받아도 모든 걸 쥐게 되는 지역구 선거 위주(현행 253석 지역구+47석 비례대표)로 선거제도를 유지해야 30% 득표율로 100석 이상을 가져갈 수 있다.

 

 

민주당은 2019년 선거제도 개혁 국면에서 겉으로는 비례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은근히 국민의힘의 퇴행적 스탠스에 보조를 맞춰가며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국을 끌고 갔다. 이날 김영배 의원이 구사한 화법을 보면 그런 속내를 알 수 있다. 김영배 의원은 “의원정수가 확대되는 게 시대적 추세라고 보지만 (정수를) 줄이자는 입장도 있어 현 정원 유지가 기본 입장”이라며 “(정수를) 줄인다면 지역구를 줄이는 게 옳다”고 밝혔다.

 

(현재는) 비례대표 비율이 너무 낮아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가 (국회에) 반영되지 않으므로 이를 늘리는 것이 제1의 방향이다.

 

검수완박이나 양곡관리법 등 민주당이 근래 의석수 파워로 독단적으로 밀어붙여서 국회의 문턱을 넘긴 법안들이 수두룩하지만 의원정수를 늘리는 문제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이 반대해서 어쩔 수 없다는 쪽으로 수렴되고 있다. 민주당은 매번 그 대안으로 의원정수를 그대로 두고 지역구를 줄이자고 하지만 결국 현역의원들이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결사 반대해서 좌초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말만 비례성을 외치고 국민의힘의 반대를 핑계삼아 최대한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틀이 유지되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이 그대로 지켜지길 바라고 있는 게 민주당이다.

 

 

반면 이 의원은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로 개혁해야 한다”면서 “의석수를 확대하지 않고 비례성이나 대표성을 향상시킬 수 없다는 점은 지난 역사가 보여준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선 양당의 의석수가 비등비등했고 비양당 3지대 세력이 약 50석을 보유하고 있던 만큼 양당이 싫어하는 선거법 개정(헌정 사상 최초로 준연동 캡 비례대표제)을 관철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21대 국회의 지형을 보면 6석 정의당이 원내 3당의 지위를 차지할 정도로 양당으로의 편향(민주당과 국민의힘 합계 의석수가 279석 93%)이 역대급이다. 그래서 씨알도 안 먹힐 정의당의 안간힘이 안쓰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한편, 김 의장은 “이제는 알렉산더 대왕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여러 선택과 관련한 숙고 과정을 미루지 말고 결단을 내려 답을 만들어주시기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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