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내년 4월 총선까지 9개월 남았다. 그런데 아직까지 어떤 선거제도로 총선을 치러야 할지 결정되지 않고 있다. 2020년 21대 총선 때처럼 위성정당을 초래하는 ‘준연동형 캡 비례대표제’로는 안 된다. 지난 4월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새로운 선거법을 만들기 위해 브레인스토밍을 해봤지만 아무말 대잔치로 막을 내렸고, 5월에는 공론화 절차를 통해 일반 국민들이 선호하는 선거제도의 형태가 정리되어 나오긴 했지만 어차피 거대 양당이 맘대로 선거법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3일 오전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편 협상을 위한 ‘2+2 협의체’를 발족시켰다. 양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정개특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로 구성됐는데 이들이 각각 당내 여론과 지도부의 의사를 조율해서 타협안을 마련하게 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의장실에서 발족식을 열고 기자들 앞에 섰다.
김 의장은 “내년 4월 총선을 헌법 정신이나 선거법 정신에 맞춰서 치러내려면 아무리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선거법 협상이 마무리되고 그걸 토대로 정개특위에서 선관위와 함께 선거구 획정 작업을 8월 말까지 끝내야 한다”고 발언했다. 통상 국회에서는 예산안도 그렇고 선거법이나 선거구 획정안도 모두 법정 기한이 가볍게 무시되곤 한다. 김 의장은 “대개 40일 내외 정도 기한 앞둬놓고서야 최종 선거구 획정이 됐는데 올해는 적어도 4~5개월 앞당겨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국 정치를 좀 아는 사람들은 선거제도 개혁이 개헌보다 어렵다는 명제를 알고 있다. 국민 여론도 있고, 정당별 지도부간의 역학관계도 있고, 대통령의 내심 등도 있겠지만 300명 의원 하나하나가 자기 당선에 유리한 방향으로 고민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막판에 가서 어떤 표결을 할지 알 수가 없다. 국민의힘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당은 초월했는데 자기 지역구를 초월 못 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선거법 협상, 선거제도 확립이라는 게 대단히 어렵다”면서도 “좋은 결론에 도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고, 민주당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의힘에서도 상당한 논의가 이뤄진 만큼 보다 집중적이고 자세한 협상을 통해서 결론을 도출해내고 양당의 지도부에서 과감한 결단까지 같이한다면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개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상훈 의원은 투표 결과를 명쾌하게 알 수 있는 선거제도가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는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의원 정수 축소론(300석 →270석)’에 힘을 싣고 있고 그런 방향에 입각해서 협상을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례대표제 중심이 아닌 승패 결과를 단 번에 알 수 있는 지역구 선거 위주로 가는 것을 선호하고 있는 게 국민의힘의 전반적인 기류다.
반면 민주당 정개특위 간사 김영배 의원은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현역 국회의원 기득권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정당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 선거제도 개혁 정국 당시 민주당이 기득권을 놓지 못 해 위성정당 사태가 펼쳐졌는데 이번에는 다를 수 있을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사실 정개특위가 전원위원회에 올린 3가지 안 중에 결국 1안으로 양당이 타협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평론가들과 언론계의 지배적인 예측이다.
1안: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의원 정수 300석 유지)
2안: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와 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의원 정수 300석 유지)
3안: 소선거구제와 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원 정수 300석 유지)
선거제도개혁연대를 이끌고 있는 김찬휘 대표는 평범한미디어에 “결국 두 정당의 이익의 측면에서 1안 비슷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만약 1안이 그대로 되면 민주당한테 명분이 없으니 1안을 조금 변경시켜서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 권역별을 적용하지 않고 (지금처럼) 전국 단위 47석을 병립형으로 할 것 같다. 1안과 2안이 합쳐진 것처럼 보이게 하고 그런 쇼를 할 가능성이 좀 높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나의 예측이 좀 틀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으나 아마도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