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검사가 사기 피해자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해서 사기범에 대한 기소가 유효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유효하다. 사기범은 검사가 피해자로부터 뇌물을 받고 과잉 법 적용을 했을 것이라고 보고 기존의 재판들에 대해서 재심까지 신청했으나 여전히 유죄 선고는 유지됐다. 다만 사기범의 노력이 가상하긴 했는지 법원에서 형량을 좀 깎아줬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이규홍·이지영·김슬기 부장판사)는 14일 사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로 징역 3년 6개월 확정 판결을 받았던 A씨에 대해 1년을 감형해줘서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검사가 뇌물죄로 처벌 받은 사실만으로 수사와 기소 등 모든 행위가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피해자가 피고인을 압박하는 방법으로 피해 회복을 받기 위해 검사에게 뇌물을 공여한 점은 양형에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실 A씨는 이미 석방(2008년 5월 구속되어 2011년 11월 만기 출소)됐고 2021년 담당 검사가 피해자로부터 뇌물을 받아 법적으로 처벌 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해서 재심을 청구한 것이었다. 사기범의 권리의식이 투철한데 A씨는 열심히 공부해서 논리를 만들어냈다. 이를테면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 뇌물 수수 검사가 공판 검사를 지휘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본인의 재판 신문에 영향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판 검사가 편향적으로 신문을 했든 안 했든 그것과 상관없이, 다른 증인들이 A씨의 범행에 대해 증언한 게 허위일 가능성이 낮다. 즉 검사의 뇌물과는 별도로 A씨가 사기죄를 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법원은 “검사가 편향적으로 신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법정에서 선서한 증인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찌됐든 나름 머리를 많이 썼던 것이 A씨 입장에서 의미가 있었다. 통상 확정 판결을 받은 자의 재심 청구는 법원에서 웬만하면 잘 안 받아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본인의 형량마저 깎았으니 이득이 크다. 이미 감옥살이 마쳤는데 무슨 소용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걸어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징역 1년치의 돈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에 실익이 있다.
무엇보다 A씨의 행위로 인해 한국 사법 역사상 최초로 검사의 비위에 따른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