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아내를 살인해놓고 바다에 빠졌다고 신고한 남편이 수사기관을 너무 얕봤다. 남편은, 아내와 바다 캠핑을 갔다가 자동차에 있는 짐을 가져오려고 이탈했더니 아내가 바다에 빠져있었다고 말을 잘 지어냈다. 그러나 해경은 사망자 처리를 하기 위해서라도 사인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주변 CCTV를 살펴보고, 피해자의 스마트폰을 포렌식해야 한다. 덜미가 잡힐 수밖에 없다.
인천해양경찰서는 15일 인천 중구 잠진도 바다에 빠져 숨을 거둔 30대 여성 B씨가 사고사가 아닌 30대 남편 A씨에 의해 살해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일단 A씨를 긴급체포했다. 이틀간(48시간 이내로 구속영장 청구 못 하면 석방해야 함) 보완 수사로 추가 물증들을 확보해서 정식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인데 해경은 B씨의 몸에서 폭행에 따른 외상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A씨는 이날 새벽 3시 즈음 B씨가 별안간 바다에 빠졌으니 구조해달라고 119에 신고를 했다. 실족에 따른 것인지 자살 목적인지에 대해서는 시나리오를 짜놓지 않았던 것 같다. 현장에 출동한 해경들과 119 구급대원들에 의해 B씨는 이내 바다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병원에서 최종적으로 사망 판정을 받았는데 A씨는 1차 해경 조사에서 차에 갔다 돌아왔더니 B씨가 바다에 떠내려가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일단 해경은 A씨의 살인 혐의를 유력하게 보고 피의자로 전환했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B씨의 시신을 부검 의뢰했다. 다방면으로 수사하고 있는 상황인데 해경은 18일 저녁 법원(인천지법 김성수 영장전담 부장판사)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법원은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A씨의 혐의가 어느정도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해경은 주변 CCTV 영상을 살펴봤을 때 A씨가 B씨를 밀어 바다로 빠트린 뒤 물 밖으로 나오지 못 하도록 돌을 던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B씨의 머리 부위에는 외상이 가득했는데 A씨가 머리쪽으로 집중해서 던지는 모습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겼다. 나아가 해경은 A씨로부터 자백도 받았다. 당초 실족사를 주장했던 A씨는 해경으로부터 물증을 제시 받자 ”아내와 불화가 지속돼 더는 함께 살기 힘들다고 생각해 범행했다”고 시인했다. A씨는 처음부터 B씨를 살해할 계획을 갖고 바다 낚시를 가자고 먼저 제안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상희 소장(샤론정신건강연구소)은 “사랑하는 아내가 죽어가는데 거기에 돌까지 던졌다는 것은 정말 웬만한 원한관계가 있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잔인한 행동”이라며 “같이 살던 아내한테 도대체 무슨 원한이 그렇게 많겠는가? 결국 본인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기 위해 뭐 보험일 수도 있고 뭔가 예상 못 한 것들일 수도 있는데 자신의 이익을 편취하기 위해 살인마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고 가정했다. 백성문 변호사(법무법인 아리율)도 “정말 정확한 살인의 동기는 무엇인지. 단순히 가정 불화 때문에 같이 살기 힘들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 진짜로 아내에게 이 정도의 분노를 표출한만한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를 찾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라고 동조했다.
이처럼 의외로 참고인이나 피해자 유족이, 경찰 조사에 피의자로 전환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영화 <공공의 적1>에서 형사 강철중은 부모 포함 4명을 살해한 조규환과 처음 맞닥뜨렸을 때 범인임을 직감하고 그의 뒤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영화적인 주인공 버프로 인해 강철중이 조규환의 정체를 알아챈 것이지만, 실제로 수사관들은 종합적으로 사건을 들여다보고 관계자들로부터 진술을 들어보면서 촉을 가동시킬 때가 많다. 그러니 살인을 저지른 뒤 먼저 신고해서 선수를 치면 피해갈 수 있겠지? 이런 헛된 생각을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