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그와 함께 일용직 노동을 했던 사람들은 하나 같이 불성실하고 불평불만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전형적인 루저의 삶을 살았지만 노력하지 않고 끝없이 신세 한탄과 남탓을 일삼았다.
서울중앙지검(형사3부 김수민 부장검사)은 11일 신림동 살인마 조선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조선에 대해 살인, 살인미수, 절도, 사기, 모욕 등 총 5개 혐의를 적용했다.
조선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보살핌이 아닌 할머니의 손에 자라는 등 결핍감을 호소해왔다. 부모는 둘 다 살아있으나 조선을 방치했으며 연락을 끊은지 오래됐다. 조선은 스무살 이후 인천의 이모 집에서 주로 거주했으며,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할머니 집을 자주 방문했다. 조선은 청소년기부터 오토바이를 훔치는 등 절도와 폭행 범죄 등으로 숱하게 비행을 저질렀고 소년부 송치 전력이 14회나 된다. 1년 7개월간 소년원에 수용되기도 했다. 성인이 된 뒤에도 교통 관련 보험 사기와 상해죄를 범했고 집행유예 1회, 벌금 2회, 기소유예 3회 등 총 여섯 번의 범죄 기록을 남겼다. 조선은 범죄자 인생을 쭉 살아오다가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해서 큰 돈을 쥐려고 했지만 빚만 졌고 그 이후 일용직 노동을 시작했다. 조선이 살인극을 저지르고 그 직후 계단에 앉아 “여태까지 내가 잘못하게 살았는데 열심히 살라고 했는데 안 되더라고. 그냥 X같아서 죽였다”고 말했는데 그와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사람들은 SBS <궁금한 이야기Y>에 출연해서 아래와 같이 밝혔다.
노력했다고 했던데 노력한 것 없다. 그것 갖고 노력했다고 하면 안 되는 거다. 출근도 제대로 안 했다. 애초에 너무 작은 것도 너무 크게 받아들여서 불평불만을 갖는 성격이 아닌가. 온종일 붙어서 일하다 보니 별의 별 얘기를 많이 들었다. 할머니하고만 지내서 부모님 사랑을 못 받아서 그것 때문에 많이 삐뚤어졌다고 이야기를 했다.
김수민 부장검사도 조선이 사회적으로 좌절과 실패를 반복하다 작년 12월부터 인천 이모 집에서 은둔 생활을 했다고 브리핑했다. 조선은 그 즈음 대출받은 300만원으로 생활비를 충당했으며 하루종일 게임만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모 게임 유튜버에 대해 “게이 같다”고 모욕한 혐의로 고소를 당했는데 신림동 살인극을 벌이기 4일 전(7월17일) 경찰 출석 요구서를 받자 열등감과 좌절감이 폭발했다. 알 수 없는 분노심으로 인해 무차별 살인극을 사전에 계획해서 공부하기 시작했으며 그렇게 실행에 나섰다. 그렇게 조선은 7월21일 범행 당일 인천 서구에서 서울 금천구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해오면서 택시비를 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할머니 집에 방문했다가 14시 금천구의 한 마트에서 칼 2개를 절도해서 신림역 범행 장소까지 또 택시를 탔으나 역시 요금을 내지 않았다. 그 직후 14시7분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상가 골목 초입에서 22세 남성 A씨를 칼로 18회 찔러 살해했고,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서 30대 남성 3명에게 기습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살인과 살인미수를 저지르게 되면서 조선의 삶은 평생 감옥에 머무르게 됐다.
조선은 철저히 계획적이었다. 스마트폰 초기화, PC 파손 등은 익히 알려졌으며 범행 당일 칼을 여러 개 사면 의심을 받을 것 같아 몰래 2개만 훔쳤던 것도 치밀한 계획 하에 이뤄졌다.
이날 검찰은 조선이 범행 당일 아침까지도 1인칭 슈팅 게임(FPS) 동영상을 시청했으며, 반년 넘게 게임만 하고 살아온 만큼 그의 잔혹한 범행에 게임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조선이 총총 걸음으로 칼을 숨기며 다가오다가 갑자기 통 튀어올라서 피해자의 뒷목을 노렸던 영상이 삽시간에 퍼졌는데, 검찰은 이러한 “특이한 움직임” 역시 “게임 캐릭터와 유사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8개월간 4개 FPS 게임에 빠져 있는 중독자였던 만큼 그런 심리상태가 살인극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창인 대표(청년정의당)는 “(검찰이) 게임을 범행 원인으로 지목했는데 논리성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만약 조선이 8개월 동안 골프를 쳤고, 골프하듯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면 골프가 범죄의 원인이라고 말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슈팅 게임하듯 잔혹 살인’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하는 언론 기사를 살펴보면 조선이 게임을 자주 했다는 사실관계와 붕괴된 가족관계, 경제적 곤궁 등 실질적인 범행 동기를 분리해서 다루고 있다. 결국 범행을 게임 탓으로 돌리려는 낚시성 기사였던 것이다. 흉기 범죄에 대한 게임 탓은 자극적이고 쉬운 방법이지만 우리 사회가 문제의 실체에 다가가는 것을 은폐하고 있다. 게임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게임 탓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무너졌고 망가졌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시민들 서로가 서로의 삶을 지탱하고 의지할 연대의 회복이 어떻게 가능할지 함께 고민을 나눠야 한다.
한편, 검찰은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과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면담을 통해 장례비와 치료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공판 과정에서 피해자와 유족들의 절차 참여와 양형 진술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