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이내훈의 아웃사이더] 1번째 칼럼입니다. 이내훈씨는 프리랜서 만화가이자 민생당 소속 정당인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이내훈 칼럼니스트] 1년 전이지만 아직도 잊을 수가 없는 일이 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일용직 근로자들이 배달라이더로 몰리고 있는 추세라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렸다. 그런데 이상한 삼단논법이 등장했다.
언론들은 그림이 된다고 생각했는지 조 의원의 자료를 받아 발빠르게 뉴스를 만들어냈는데 이를테면 전자발찌 관리 대상자의 대다수가 배달라이더로 일하는 것처럼 묘사했다. 하지만 기사들을 자세히 읽어보면 배달노동자 중 전자발찌 착용자가 몇 명 있는지 알 수가 없고, 추정치조차 보이지 않았다. 법무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자발찌 착용자 중 자영업자가 227명, 회사원이 471명, 일용직이 633명, 무직이 1094명, 기타가 871명이다. 오직 이 데이터만 갖고 어떻게 633명 중 상당수가 배달라이더로 일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있는 걸까? 언론들은 추가 취재도 하지 않은 채 김근식이나 조두순 등 악질 성범죄자들의 선정성을 배달라이더에 갖다붙이려고 했다. 배달라이더들 중 성범죄자가 꽤 있다는 식으로 몰아간 셈이다.
나는 부업으로 배달라이더 일을 하고 있다.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보람이 느껴지고 기운이 날 때가 있다. 바로 고객의 감사 인사를 접할 때다. 그런데 조 의원발 위와 같은 보도가 나간 직후 대면 배달이 체감상 기존의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었고, 간혹 마주치는 고객마저 인사는커녕 빨리 몸을 피하기 바빴다. 나는 음식과 함께 불안감을 배달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물론 성범죄자의 취업 직종에 제한을 두는 조치는 꼭 필요하다. 여성가족부는 올초 성범죄 전과자가 배달라이더 등의 업종에 근무할 수 없도록 하는 ‘제3차 양성평등 기본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실행되지 않았다. 이미 교육계 등 성범죄 전과자가 접근할 수 없는 직업 세계는 어느정도 충분히 지정이 돼 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추가되고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 의원이 그런 취지에서 성범죄자의 재취업 문제와 우려 지점을 다뤘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해줄 수 있다. 하지만 이름값을 알리기 위해 그저 언론이 좋아할 그림을 만들어줄 목적으로 특정 직종에 대한 편견마저 불사했다면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배달라이더는 힘이 없다. 타업종 노동자들에 비해 배달라이더들은 이처럼 부당한 집단 명예훼손을 당해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다가오는 겨울 추운 날씨에 배달라이더로 열심히 경차를 타고 다녀야 하는데 문득 1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떡밥을 던진 조 의원도, 제대로 검증해서 보도하지 않은 대다수 언론들도 참으로 야속했다. 앞으론 생계 목적으로 열심히 노동하고 있는 직업인들의 삶을 더 팍팍하게 만드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만화가로서 조 의원이 지난 4월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해 지지하는 편이다. 하지만 조 의원으로 인해 생긴 안 좋은 기억은 씁쓸하기만 하다. 조 의원이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정치인으로 계속 활동할 때, 선정적인 떡밥을 뿌리더라도 그로 인해 야기될 부작용에 대해 고민하는 정치를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