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49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더불어 박성준 센터장은 2024년 7월11일부터 평범한미디어 정식 멤버로 합류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윤석열 정부 들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남한과의 협력 가능성은 제로가 됐고, 더불어 미국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 결국 원래 그랬던 것처럼 ‘벼랑끝 전술’의 고삐를 좀 더 쥐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대남 방송을 강화하고, 남한을 적대국으로 명시하고, 남한 지도자를 강한 어조로 비난하고,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내고, 남한과 유일하게 연결되어 있는 육로를 폭파했다. 중국과 러시아에게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까지 감행했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지난 10월17일 전화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지금 속이 탈 것”이라며 “옛날에는 (남한을) 주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남한보다는 미국을 앞세워서 미국의 하위에 있는 한국으로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을 주적이라고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파괴력이 있어서 한국을 치고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슨 얘기냐면 장마당 세대들은 이미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다 안다. 근데 장마당 세대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최고지도자 김정은하고 나이 차이가 그렇게 많이 차이가 나는 사람들이 아니다. 장마당 1세대들은 거의 나이가 비슷할 거고 지금 북한 청소년들부터 단속을 하는 이유가 뭐냐 하면 이제 북한의 입장에서는 흡수 통일을 걱정해야 되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부분은 이미 예전에 차이가 벌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지금 김정은 체제에서 걱정하는 건 옛날에 적화통일이라고 그랬는데 이제 사상적으로 흡수 통일되는 위기가 눈앞에 보이기 때문에 그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러니까 우리의 주적은 남한이라는 얘기를 드러내놓고 하지 않으면 나서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된 것이다.
2009년 이후로 전세계로 스마트폰이 보급됐고 촘촘하게 구축된 온라인 환경으로 인해 북한 밖의 소식들이 북한 내부로 침투해들어가는 루트가 많아졌다. 북한 주민들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박 센터장은 “자기 아버지 김정일도 문화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본인도 그런 영향을 받았다면 아마 드라마나 영화, 스포츠를 많이 볼 거고 그렇기 때문에 그게 갖는 힘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더 단속을 하는 것이다. 북한이 아무리 고립되어 있다고 해도 K팝, K드라마, K푸드. 이런 얘기가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는 걸 이미 다 알고 있을 거고. CD나 뭐 이런 것들은 내부에 아주 오지나 산골마을쪽에는 없을지 모르지만 핵심이 되는 평양이나 밀수가 이루어지는 국경지대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로 다 알려져 있을 것이다. 장마당이 활성화되는 곳이면 다 들어가 있다. 중국을 통해서 암암리에 들어가는 것도 무시 못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북한 체제에서는 사실 제일 겁나는 건 김정은이 빨리 죽는 것이다. 김정은이 빨리 세상을 떠나면 김주애는 아직 실권을 잡기 힘들고 이제 2~30대 장마당 세대들이 들고 일어나서 뒤엎을 수도 있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싶다.
백두혈통의 상징을 갖고 있는 김 위원장이 사라지면 그야말로 북한 젊은 세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긴 한데 그래서 김 위원장은 “핵을 더 놓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핵에 대한 비중이 점점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사회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할 수가 없다.그러니까 북한은 핵무기 개발 또는 군대 위주의 선군 정치로 국가를 운영하면서 뭔가 생산적인 걸 만들어서 팔아서 돈을 버는 이게 전혀 없다. 국제 무역을 하거나 그런 게 전혀 없고 옛날처럼 국제사회에 시위를 하고 데모를 하면 뭔가 좀 주고 막 이랬는데 이런 것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갈수록 더 가난해지고 있는 것 같고 평범한 주민들 말고 태영호 전 의원처럼 북한 고위 엘리트층도 탈북을 감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처럼 북한은 대남 강경 기조, 내부 단속 강화, 핵 발전 가속화 등으로 방향을 잡았고 이에 더해 러시아와의 관계 모색으로 길을 잡았다.
지금 가장 큰 교역국이었던 중국이 사실은 북한에 조금 서운해하고 있다. 요새 러시아하고 너무 친하다. 요새 푸틴을 통해서 북한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 하는 그 색깔이 좀 많이 드러나고 있고 김정은이 독자적인 어떤 자기 세계를 구축하려고 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 대선 시기에 맞춰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도 역시 있을 것이다. 박 센터장은 “지금 트럼프가 될 확률이 높긴 하지만 해리스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들한테도 뭔가를 얻어내야 된다는 결론이 설 것”이라며 “김정은 체제가 김일성이나 김정일 시대보다 굉장히 약해져 있는 건 사실인데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