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0일 이개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지역구 수행비서 40대 남성 A씨가 5인 이상으로 유흥주점 룸에 방문한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정치인만 특별 대우를 받는 방역 수칙에 대해 비판이 제기됐다. 현역 국회의원과 보좌 인력은 타의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오히려 방역 수칙을 위반한 것에 따른 질타의 목소리도 거세다.
현재 이 의원 관련으로 시작된 코로나 집단 감염 사례는 43명으로 늘어났다. 타 지역(전남 16명/전북 2명/광주 24명/서울 1명)으로 N차 감염이 일어나고 있다.
김우주 교수(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는 20일 오후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A씨나 이 의원이) 운이 없고 재수가 없어서 걸린 게 아니”라며 “일반 국민들은 다 조심하면서 놀러도 안 가고 극히 조심하지 않는가. 국회의원이고 국회의원 보좌진이면 사회 지도층이다. 그럼에도 식당에서 모임을 하고 유흥업소도 가서 N차 감염까지 일으켰다면 주의를 안 했다는 수준을 넘어 방역 수칙을 아예 어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4일 민주당 담양 사무실에서 최초로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일주일도 안 되어 전남에서만 4명의 확진자가 추가됐다. 근래 들어 광주전남에서는 신규 확진자가 0명일 때도 많았던 만큼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기본적으로 담양은 144만명의 광주광역시와 같은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고 차량으로 20분이면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 A씨를 비롯 담양 사무실에서 감염된 민주당 당직자들의 N차 전파는 광주에도 다다랐다. 광주 광산구의 중국집과, A씨가 방문한 서구 상무지구에 있는 유흥주점 등이 대표적이다. 이 두 곳에서 무려 22명이나 감염됐다. 예컨대 담양 사무실발 모 확진자가 중국집에 갔는데 같은 시간 옆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성인 남녀가 감염됐고 이로 인해 이들의 초등학생 자녀까지 확진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해당 중국집발 추가 확진자는 총 5명(성인 남녀 2명+초등학생 2명+중학생 1명)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담양 사무실 구성원들에 대한 비난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담양 사무실 관계자들은 6일 보궐선거 하루 전 서울로 상경해서 선거운동에 참여했는데 선거 당일 담양으로 돌아와 모 건설업자의 집에 방문해서 회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1차 회식을 마치고 2차로 읍내 포장마차까지 갔다. 그 결과 해당 포장마차 주인과 종업원 등 총 3명이 감염됐다.
A씨는 9일 22시반부터 익일 새벽 2시 즈음까지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셨는데 본인 포함 총 5명이었다. 그 전에 A씨는 1일 여자친구와 광주 서구의 한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광주의 모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고 6일에는 A씨와 한 자리에 있었던 완도군의 모 지인도 확진됐다.
광주 방역당국은 확진자 동선을 추적하며 역학조사 분석에 올인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김 교수는 방역당국이 원정 선거운동 지원을 갈 수 있도록 부추겼고 그게 이번 집단 감염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봤다.
김 교수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라는 게 국민들에게 그렇게 지키라고 했다. 그런데 4.7 보궐선거 때 선거운동 관련 예외가 있다고 했는데 그런 게 어딨는가?”라며 “바이러스가 국민 개개인의 5인 이상 사적 모임 거기에만 위험하고 선거운동에는 안 위험한가? 그래서 내가 비판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25일 손영래 사회전략반장(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은 브리핑을 통해 “선거운동 특성상 유세 과정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인사하는 부분은 사적 모임으로 간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발언했다.
방역당국이 일종의 유권 해석을 내려준 것인데 상식적으로 봤을 때 선거운동 중에는 5인 이상이 한 공간에 있어도 어쩔 수 없고 그걸 규제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1표가 급한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방역당국이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국한해서 5인 이상이 모이더라도 익스큐즈를 해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교수는 “이게 무슨 소리냐. 그니까 그것(선거운동 예외 적용) 때문에 (정치인들이) 거리낌없이 움직인 것 아닌가. 정말 잘못된 정책이다”며 “(방역당국이 그런 지침을 줬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선거와 관련된 일이라 보고 거리낌없이 5인 이상 모였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거듭해서 김 교수는 “국민들에게는 집에만 있으라. 이동하지 말라고 그렇게 협조해달라고 하고 자기들은 안 지킨 것 아닌가. 그게 제일 문제다. 공인이지 않은가”라며 “많은 국민들은 잘 지키고 있다. 진짜 마음 졸이면서 마스크 안 쓰면 내는 범칙금도 다 적용받고 그러지 않는가.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이나 공무원이나 이런 사람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고나서 국민들에게 같이 동참하자고 했을 때 리더십이 서는 것이다. 본인들은 안 지키고 국민들만 압박하면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는가”라며 “지금 여러 정치인들이 그동안 코로나 위험에 많이 노출되기도 했고 장관도 5인 이상을 어겼다”고 환기했다.
작년 12월30일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서울역 인근에 있는 모 식당에서 수행 인원 5명과 함께 식사를 했다. 31일에는 오찬 간담회차 8명과 모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복지부는 함께 식당에 입장했지만 반반으로 나눠 별도의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다고 해명했지만 그 이전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은 이미 “5인 이상으로 예약하거나 5인 이상이 동반 입장하는 것” 자체를 금지한다고 공표했다.
김 교수는 “물론 국회의원과 보좌진이 집에만 있을 수 없으니까. 이낙연 전 대표도 몇 번(6차례)이나 자가격리를 했으니까”라면서도 “정치권 주변 사람들이 특별히 주의해야 하고 국회의원은 자기 보좌진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아무리 바쁜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도 식사할 때 등 특별히 조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당연히 그래야 한다. 정말 유흥업소는 웬말인가. 아니 일반인들이 유흥업소를 루틴하게 가는가”라고 지탄했다.
이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들 중 최초 확진자가 된 사실에 대해 공식적으로 “송구스럽다. 확진 판정을 받은 수행비서(A씨)와 같은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역학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