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진보당 소속 김태진 서구의원(광주광역시)은 관내 쓰레기 문제로 고심이 깊다.
광주에서 ‘상무지구(치평동/상무1동/유덕동)’라고 하면 알아주는 번화가지만 쓰레기로 가득찬 대로변과 길거리는 옥에 티다. 김 의원은 청소 인력을 늘리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고 전시행정만 일삼는 관의 접근방식을 강하게 꼬집었다.
김 의원은 지난 6월24일 오전 서구의회 사무실에서 평범한미디어와 만나 “(서구청이) 담배꽁초를 줍는다고 로봇청소기 1대를 도입했지만 무용지물이다. 이게 잘 됐으면 추가 구입했을텐데 지금 어딨는지도 모르겠고 결국 실패했기 때문에 방치돼 있을 것”이라며 “테이크아웃컵 모양의 자원순환 쓰레기통도 도입해서 직장인들의 일회용 컵을 버릴 수 있도록 유도했는데 오히려 쓰레기가 더 많아졌다”고 운을 뗐다.
이어 “(쓰레기통) 그 위에 올리고 올리고 넘치니까 그 일대에 아무 데나 버리고. 결국 철거했다”며 “무턱대고 도입하는 전시행정 대책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어디에 그렇게 쓰레기가 많이 버려지는 걸까.
김 의원은 “주로 세정아울렛이나 이런 곳들인데 직장인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다. 상무지구 대로변 스타벅스 건너편 등 주로 테이크아웃 카페가 집중된 곳이면서 유동 인구가 많은 곳들에 쓰레기들이 많이 버려지고 있다”며 “코로나 때문에 더더욱 1회용 테이크아웃컵들이 많이 버려진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인근에서) 공사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TV까지 버려져 있더라. 기존에는 테이크아웃컵들과 음식물쓰레기가 주로 버려졌는데 이제는 쓰레기 종류가 더 많아졌다”며 “상가에서도 더 마구잡이로 버리는 것 같다. 많이 섞이면서 더 더러워진다. (깨진 유리창 이론과 같이) 거리가 깨끗하면 상가들도 좀 신경쓰는데 안 그러면 많이 버려졌네? 부담없이 버리는 것”이라고 풀어냈다.
“정말 TV까지 버려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길거리가) 깨끗하면 죄의식이 생길텐데 지금은 아무 죄의식없이 버리는 것이다.”
“보다 못 해 그곳을 우연히 지나가던 이용섭 광주시장도 한 마디 했다. 우리 서구청 청소 담당과로 전화가 왔다고 했다. 너무 더러워서 좀 신경써서 치우라고.”
서구의 관내 재활용 쓰레기 발생량만 보더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다. 2019년에는 5358톤이었는데 2020년에는 6792톤으로 1년만에 26.8%나 증가했다. 코로나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했기 때문인데 김 의원은 “상무지구 대로변이 일회용 쓰레기 불법투기의 장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사실 오래전부터 상무지구의 쓰레기 문제는 고질적이었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 이전 전시행정으로 사태가 전혀 나아지지 못 한 상황에서 코로나를 맞아 과부하가 걸렸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코로나 때문에 기존 질서가 무너졌다고 해야 할까? 그러다보니 뒤죽박죽이 됐다”며 “원래 코로나 전부터 쓰레기 문제가 심각했으니 2017년에 로봇청소기도 도입하고 자원순환 쓰레기통도 도입한 것이다. 이것들이 전시행정으로 끝나버린 거고 코로나가 닥치니까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로봇청소기와 테이크아웃컵 모양 쓰레기통에 대해 단칼에 “전시행정”이라고 일축했는데 그렇게 생각하게 된 구체적인 배경이 궁금했다.
김 의원은 “(담배꽁초에 대응하기 위해 로봇청소기를 도입했는데) 로봇이 알아서 다니기엔 턱이나 장애물도 너무 많고 결국 그걸 운용할 인력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라며 “(로봇청소기를 보완하고 개선하면 되는지? 아니면 그 자체가 무용지물인지?) 무용지물이라고 본다. (사실상 예산 낭비인가?) 그렇다”고 밝혔다.
이어 “(테이크아웃컵 쓰레기통의 경우) 안에 넣어 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쓰레기들이) 너무 많이 발생되니까 넣고 싶어도 금방 꽉 차서 주위에 버리면서 더 더러워진다”고 덧붙였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을까.
김 의원은 ‘인력’과 ‘인프라’ 충원이 시급하다면서도 그저 타 지자체들의 사례를 섣불리 벤치마킹하는 관성으로부터 탈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무언가를 결정해서 도입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민자치의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김 의원은 행정, 주민, 기업 등 여러 주체들이 함께 모여 해법을 마련하는 프로세스를 강조했고 이를 “지역사회 문제 해결 플랫폼”이라고 네이밍했다.
김 의원은 “청소 인력이 추가 배치돼야 한다. 상무지구 대로변을 집중 단속하고 뭔가 해보려고 했을 때 현재 인력으로는 노동 강도만 더 세질 것이다. 청소 차량도 추가 구입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쥐어짜는 것밖에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력 충원 외에 다른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한데 김 의원은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주도하지 말아야 한다. 관이 하더라도 꼭 지역사회와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공동으로 추진했으면 좋겠다”며 “관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 지원금이 끊기면 다 문닫더라. 결국 예산 낭비로 가고 전시성 행정으로 결론난다”고 설파했다.
이어 “지역사회 문제 해결 플랫폼이 구성되면 거기에서 자원순환가게(플라스틱·종이·병·캔 등 재활용품을 가져오는 주민에게 보상금 지급)나 에너지카페(누구나 에너지 전환 경험을 해볼 수 있도록 관련 도서 및 절전·전환용품 등이 비치되어 있음)처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모일 것”이라며 “행정에만 맡기는 게 아니라 행정, 주민, 관공서, 입주 기업 등이 지역의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지역사회 문제 해결 플랫폼을 추진해봤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