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남산 등 관광명소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바로 난간 곳곳에 굳게 잠겨 있는 자물쇠다. 수없이 많이 걸려 있다. 이 자물쇠들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여러 관광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사실 명소에서 자물쇠 군집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밌는 볼거리다. 주로 연인들이 걸겠지만 부모 자식 또는 친구간의 우정을 위해 거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십중팔구는 연인들인데 이들은 영원한 사랑을 서약하기 위해 자물쇠를 잠근다.
하지만 그거 아는가? 이렇게 사랑의 염원을 담아 설치한 자물쇠들이 토양 오염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자물쇠는 철로 이뤄져 있다. 철은 시간이 지나면 녹이 슨다. 비실용적 목적으로 걸려 있는 자물쇠들은 무제한의 시간 동안 야외에 노출돼 있다. 비가 오거나 습한 환경이 되면 자물쇠는 더 빨리 녹슨다. 녹슬면 일단 보기에 안 좋고 흉물스럽다. 사실 당장 남산으로 가서 자물쇠들을 보면 녹슨 것들이 꽤 많다.
혹여라도 녹이 슨 날카로운 철제 제품에 신체가 찔리게 될 경우 파상풍에 걸릴 수도 있다. 요즘 대부분 파상풍 예방 주사를 맞긴 하지만 운이 나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사랑의 자물쇠를 걸지 말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서 기사를 썼는데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예상했겠지만 환경 문제가 크다. 자물쇠는 땅으로 흘러들어가 토양을 오염시킨다. 잘못하면 토양이 산성화되는 것이다. 산성화된 토양은 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 황무지가 되어 버린다.
물론 농사 안 지으면 상관없지 않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전혀 아니다. 중금속에 오염된 토양은 그 주변 식물과 동물에도 영향을 미치고 그 땅을 걷거나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절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비가 오면 녹물이 주변 강이나 하천에도 흘러들어 수질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잠근 뒤에 버려질 열쇠도 문제다. 이 또한 토양오염의 주범이다. 명소마다 열쇠 보관함을 설치해서 사용한 열쇠를 그곳에다 버리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그냥 못 보고 지나쳐서 땅바닥에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사랑의 자물쇠를 걸어 잠근 연인들을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몰고 싶진 않다. 다만 넛지를 주고 싶다.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자물쇠를 걸고 싶으면 자기 집에 걸어도 좋지 않을까? 무엇보다 남산에 자물쇠 걸어놨지만 이미 헤어진 연인들도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사랑도 좋고 추억도 좋지만 우리가 살아갈 지구와 환경을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어떨까?
광주 학동참사와 관련하여 석면 해체 문제를 제기(붕괴 참사 ·· 건물 철거만 허술한 게 아니었다 '석면 해체'도 주먹구구 그 자체)했던 최예용 환경오염시민센터 소장은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사람마다 보는 관점은 다르긴 한데 낭만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녹슬어서 흉물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며 “녹슨 자물쇠가 땅에 떨어져 토양 오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큰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솔직히 최 소장은 녹슨 자물쇠로 인한 환경 문제 보다는 여타 탄소배출 등 중대한 환경 문제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자물쇠 문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나뉜다.
신우용 서울환경연합 운영국장은 언론 보도([하도겸의 차 한 잔] 남산은 쉬고 싶다)를 통해 “자물쇠에서 떨어지는 녹물은 식물과 야생동물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아무렇게나 던져지는 열쇠 또한 주변을 병들게 하는 주범”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