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김수용 기자]
지옥고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이는 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의 앞글자의 줄임말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열악한 주거지를 일컫는 말이다. 지옥고에 거주하는 이들은 대부분 청년층과 저소득층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서울의 집값은 이들을 주거취약계층으로 만들었다. 환기와 방음이 되지 않는 시설 이외에도 이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다른 요인이 존재한다. 바로 번번이 발생하는 화재사건이다.
지옥고 중 가장 많은 화재가 발생하는 거주지는 고시원이다. 고시원은 건물의 특성상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 건물이 노후화되어 스프링클러 등 기본적인 방화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그동안 고시원에선 많은 화재가 발생하여 인명을 앗아갔다.
대표적인 사례가 ‘종로 고시원 화재 사건’이다. 2018년 발생한 이 사건은 7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지어진 지 35년이 지난 노후화된 건물이었고 화재경보시설이나 스프링클러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더욱 큰 참사를 빚었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거주자들의 생사를 가른 것은 ‘고시원의 창문 유무’ 였다. 당시 고시원에는 월세 4만원을 추가로 지불하면 창문이 있는 방에 거주할 수 있었다. 창문이 있는 방에 거주한 이들은 화재 당시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거나 배관을 타고 내려와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참사의 주요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1평 정도 되는 방이 1층에 24개씩 붙어있는 고시원의 구조 그리고 기본적인 방화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점이다. 이 사건을 통해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고 올해 그 결실을 맺었다.
바로 1월 4일 서울시가 공개한 ‘서울 특별시 건축조례’ 개정안에 고시원에 관한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본 조례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부터 2평이하, 창문 없는 고시원을 짓는 것이 금지된다. 또한 고시원 전용면적이 7제곱미터 이상이어야 하며, 유사시에 탈출할 수 있도록 방마다 높이 1m 폭 50츠 이상의 창문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갈수록 격화되는 부의 양극화는 오갈 곳 없는 저소득층 계층과 청년층의 주거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조례가 이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