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김인식 기자] 웨이브 독점 컨텐츠 <약한 영웅>을 봤다. 나는 올해 56세 중년 남성이지만 학교 폭력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구타와 괴롭힘의 상처는 40년이 흘러도 아물지 않았다. 자존감이 강한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트라우마가 아로새겨졌다. 사실 학교 폭력을 묘사한 컨텐츠는 마음 편히 보지 못 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한 영웅>은 좀 달랐다. 뭔가 가슴이 탁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겉보기에는 연약해 보이는 상위 1% 모범생 연시은이 타고난 두뇌와 분석력으로 학교 안팎의 폭력에 대항해가는 약한 소년의 강한 액션 성장 드라마.
나는 액션보다 마음에 집중했다. 극중 벽산고의 일진 전영빈(김수겸 배우)은 주인공 연시은(박지훈 배우)을 구타하고 괴롭혀도 말을 듣지 않자 동료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며 답답해했다.
연시은은 영혼이 안 다치는 놈이야!
물리적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만 마음의 상처는 그대로 남는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는 세월이 지나면 피해자를 잊을 수도 있지만 피해자는 가해자를 잊지 못 한다. 나는 절망감과 치욕스러운 감정을 넘어 자기 혐오에 빠지기도 했다. 부정적인 감정을 이겨내려고 애썼다. 그래서 학교 폭력을 당한 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유도를 배웠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태권도를 익혔다. 그 이후 ROTC를 거쳐 육군 보병부대 중위로 복무했다. 그러나 한 번 다친 마음은 그리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드라마를 보면서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학교 폭력을 당했더라도 마음을 다치지 않았다면 지금쯤 나 스스로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피해자가 마음이 강하기는 쉽지 않다.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나도 연시은처럼 '영혼이 안 다치는 놈'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앞으로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솔직히 전영빈에 대한 연시은의 속시원한 '사이다 타격' 보다 그의 강인한 마음이 부럽다.
학교 폭력이 없는 학교 공동체는 불가능한 걸까? 학교 구성원을 비롯 모든 시민이 함께 뜻을 모아 연대한다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을 괴롭히는 것은 중대한 범죄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는 반드시 처벌 받는다는 사회적 믿음을 만들자. 또한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 사이에 가해자, 피해자가 어딨어? 그냥 가해자의 실수야.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
맞을 놈은 맞아야 해.
피해자도 잘못이 있을 거야. 애가 좀 이상하더라.
피해자가 내성적이고 사회성이 없다며?
위와 같은 2차 가해성 발언은 1차 가해 못지 않게 악랄하다는 걸 잊지 말자. 사과없이 용서와 화해는 없다. 가해자는 결코 스스로 사과하지 않는다. 자기 잘못을 깨닫지 못 한다. 그래서 학교와 사회가 가해자로부터 반성하도록 관철시켜야 한다. 성인 범죄자와 달리 청소년 학교 폭력 가해자에 대해서는 처벌과 함께 정교한 교화 프로그램이 선행돼야 한다.
세상에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 학교 폭력 없는 세상을 위해 작은 연대의 마음을 보탠다.